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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형 물고기자리 Jan 24. 2021

넷플릭스 영화 추천: Death to 2020

“블랙 미러” 제작진의 2020을 돌아보는 Mocumentary

일상의 루틴 중 하나였던 “성당에서 미사 보기”를 중단한 지 딱 1년이 지났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상이 중단되고, 무심하고 평범했던 시간들이 불안과 두려움으로 대체되면서 지쳐갔던 2020년을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서 풍자한 영화 “Death to 2020”은 항상 놀라운 상상력으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영국 시리즈 “블랙 미러” 제작진의 2020년에 대한 재기 발랄한 논평이다.  


[영화 기본 정보]

제목: Death to 2020 (2021년)

감독: 앨 캠벨, 엘리스 머사이어스  

출연: 새뮤얼 L. 잭슨, 휴 그랜트, 리사 쿠드로

내용: 미치도록 지겨웠다. 이대로 보내기는 억울하다. 1년간 울적했으니, 이제 한번 웃어나 볼까. “블랙 미러” 제작진들이 준비한 사상 최고의 황당한 논평 (넷플릭스)


    총 1시간 10분 동안, 영화는 2020년에 일어난 주요 사건에 대한 전문가, 정치꾼, 윤리의식 없는 기업가, 군주, 과학자, 심리학자, 극성 엄마, 평범한 시민의 인터뷰로 한 해를 복기한다. 호주의 산불,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한국 영화 “기생충”, 그리고 중국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시작되는 봉쇄와 팬데믹, 이에 문명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미국과 영국의 정치권력,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과 더욱 심해지는 양극화와 미국 대선을 비판적 시선에서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어서 되짚어 본다. 영화배우 로렌스 피시번의 내러티브는 코미디에 무게감을 더하였고, 뉴욕 기자역의 새뮤얼 L 잭슨, 역사학 교수로 나온 휴 그랜트, 트럼프 진영의 대변인으로 리사 쿠드로 등이 출연하는데, 인터뷰 컷마다 나오는 그들의 이름과 직업은 실제 인물의 이름을 살짝 변형한 것이라고 한다.

기자 역의 새뮤얼 L 잭슨
역사학자 역의 휴 그랜트

    나의 선호에 따른 영화와 시리즈를 통해서 주로 영미권 문화를 접하고 포탈과 SNS에서 필터 되고 타게팅된 해외 뉴스에 기반하여 미국과 영국 사회를 이해하고 있기에, 이 재기 발랄한 코미디를 보면서 무척 재미있고, 유쾌하지는 않았다. 다만 미국과 영국 문화계에 지배적인 PC (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 가치관이 반영된 비판과 풍자가 영화 전반에 가득하였고, 권력과 지배적인 가치관에 대한 거침없는 논평을 영화로 만든 것 자체가 매우 신선했다.


    Death TO 2020을 한국 넷플릭스는 “가버려라, 2020”이라고 번역하였는데, 매우 완곡한 해석인 것 같다. 영화 중 인상적이었던 comment는 다음과 같다.

- [내러이션]  2020, 너무 중요해서 20   들어가는 해이다.

- [인터뷰어 PD] 지금은 평범한 사람이 SNS 6개월만 노출되어도  없는 극단주의자로 변한다 

- [행동 세라피스트]  사람이 너무 싫어요. 코로나는 신의 축복이죠.

-[역사학자] 시간이 멈춘 것 같아요. 호박 속에 갇힌 벌레처럼 인생이 멈춰 버렸죠.

-[평범한 시민 ] 너무나 고요해서 내 생각이 들리더라니까요

- [역사학자] 팩트는 그 경찰관들이 조지 플로이드를 사람으로 안 봤다는 거예요.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를 사람으로 봤죠.

행동 세라피스트 역 레슬리 존스

    인터뷰이 중 인상적이었던 캐릭터는, 미드 “프렌즈”로 유명한 “리사 쿠드로”가 연기력을 맘껏 보여준 정치꾼으로 천연덕스럽게 끊임없이 사실 및 존재를 부정하고, “누가 트럼프냐고” 되물어보는 장면은 정말 재미있었다. 또한 전 세계에서 가장 평범한 시민 5위 안에 들어가는 “젬마”는 TV에서 본 미국 뉴스를 막장 TV쇼로 오해하고, 외로움에 지쳐 백신을 기다리며 평범한 일상을 다시 꿈꾸어 보는 독백에 매우 공감하였다.


-일상이 돌아온다고 생각하니 매우 기대돼요. 펍에도 갈 수 있을 거예요. 마음에 드는 사람과 춤도 추고 약간의 스킨십, 동거하고 마음이 식고 이 쑤시는 모습만 봐도 넌더리가 나고 만난 걸 후회하겠지요. 백신 꼭 맞아야 하나요?

젬마 역의 다이앤 모건

    2020년에 일어난 일을 되짚어 보는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는 제작진에게 “그딴 짓을 왜 하지”라고 반문하는 기자의 말로 시작한 영화는 2021년 논평에 쓰일 것이라고 모든 인터뷰이에게 2021년에 일어날 예상 내용을 읽게 한다. 상상력이 가득한 2021년의 일 들을. 특히 트럼프가 벌일 황당한 일들을 말이다. 그리고 이 또한 모두 꿈이었으면 하고 기대해본다. 지난 미국 대선 중,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트럼프의 생방송 담화를 방송국이 임의로 국민들에게 비정상적인 대통령의 담화를 송신할 수 없어서 중단한 것을 본 적이 있다. 2020년은 아무리 위대한 창작물이라도 현실에 일어난 사건, 사실보다 더 창조적이지도, 신선하지도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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