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논술은 이러한 것이다.

3. 입시 논술에는 상식이 필요할까?

by 고롱

우리는 관행적으로, 인문학적으로는 역사와 사상 등에 대해 배우고 사회학적으로는 사회 이슈 등에 통달해야 하는 줄 알고, 많은 학원도 그렇게 가르쳐왔다. 또한, 좋은 문장을 배우며 사회학적 머리를 키우기 위해 신문 사설 등을 참고하고 이를 요약하는 연습 등을 한다. 예전의 논술 문제라면, 혹은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라면 이러한 방법이 유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합격생이 사상 공부와 역사 공부, 그리고 자주 나오는 단어 공부를 마치고 오지는 않는다.


물론 어릴 때부터 사상이나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학생이라면, 고등 사회나 대학 전공 혹은 교양 성적에 큰 도움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지식이 오히려 대학 입시 논술의 답안을 작성할 때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다시 언급하겠으나, 최근 대학 입시 논술에서 요구하는 것은 답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번뜩이는 창의성, 혹은 반짝이는 문장이 나오기 어려운 질문 위주로 구성되어있다. 모범적인 답안의 요소는 바른 이해와 짜임새 있는 구성이다. 문제와 제시문을 바르게 이해하여 문제가 제시한 길을 따라 그 안에서 깔끔한 구성을 갖추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만을 사용하여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 논술을 대하는 바른 해법이다. 논술에는 정답이 정해져 있다.


한때 논술 만점을 받기 위해서는 주제와 관련된 고사를 활용하거나 속담을 인용하는 등의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가르치기도 했다. 이러한 활용은 두 가지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하나는 창의적이고 눈에 띄는 답변을 제시하는 것, 다른 하나는 본인이 문제를 완벽하게 이해했고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재능이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이를 위해 고전을 읽고 고사를 외우고, 자주 사용할 수 있는 속담을 암기했다.


또한, 예전의 논술에서 주력해야 할 차별점은 주제와 관련된 지식을 얼마나 가지고 있으며, 이를 활용할 수 있는가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논술은 제시문 내에서 큰 주제를 잡고 이를 기준점으로 삼아, 힌트를 뽑아내서, 요구하는 정답까지 흐트러지지 않고 정확히 가는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최근 문제를 본다면 알 수 있다.


논술은 변화했는데, 교육은 그대로인 현장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배경지식을 쌓는 것에 반대하지는 않으나, 배경지식으로 도배된 논술 교육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앞서, 지식이 논술 답안에 방해가 될 수 있음을 언급했다. 이는 아래의 내용을 통해, 설명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법치주의 내에서 법이 긍정, 부정적으로 사용된 예시와 공자와 한비자를 동시에 제시하고 이를 두 의견으로 나누어 비판하는 문제를 받았다고 생각해보자. 이때, 학생은 제시문이 아닌, 본인이 학원에서 배웠던 공자와 한비자를 떠올리며 즐겁게 답변을 작성한다.


위의 예시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기반으로, 답안을 즐겁고 빠르게 작성한 학생은 오답자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제시문에는 등장하지 않은 개념을 작성했을 수도 있고, 문제가 요구하는 법치주의의 긍정, 부정적 측면에는 집중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전자는 학생이 제시문이 말 그대로 ‘제시’된 이유를 생각하지 않은 것이고, 후자는 자신의 지식과 글에 빠져서 문제를 보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배경지식 없이, ‘법치주의’라는 단어에 집중하고 제시문에서 이와 관련된 힌트를 최대한 뽑아내려 하는 학생이 더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boat-2203735_1920.jpg 배는 물 위에 있어야 한다. 답안도 마찬가지이다. 써야하는 곳에 써야할 것을 적는 것이 정답이다.


물론 극단적인 예시를 들어, 배경지식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입시 논술에서 요구하는 배경지식은 ‘교과과정 외’의, 즉 고등학생이 따로 배우지 않았으면 모를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다. 고등학교만 정상적으로 다니며, 수업만 들었다면, 어렵지 않은 수준의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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