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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무게

자살로 인한 '사회적 비용'

by 시소수

갑자기 생각난 주제

"자살,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자살'이란 이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나요?

누군가는 슬픔, 누군가는 충격, 또 누군가는 아무 말도 떠올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살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는 개인, 가족, 그리고 사회 전체에 걸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무거운 현실입니다.


오늘은 감성에만 기대지 않고,

이 문제를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라는 관점에서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어떻게 풀어볼까 하다가 일본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일본에서는 자살을 하면 자살을 한 사람의 유가족에게 손해보상을 청구합니다.

이는 자살로 인해 발생한 열차 운행 중단, 시설물 손상, 승객들의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 법적으로도 가능한 부분이라고 합니다.


그 근거를 살펴보면

민법 제709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의 권리 또는 법익을 침해한 자는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지하철 자살은 고의적인 행위로 인해 철도 회사의 정상적인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고 손해를 발생시키므로,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철도영업법 : 철도 사업자는 운송의 안전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승객 또한 안전 운행에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자살로 인해 안전 운행이 방해받은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로는 2008년 JR 도카이 여객철도는 관내의 철도 건널목에서 트럭을 고의로 충돌시켜 운행을 방해한 사건에서, 트럭 운전자의 유족에게 약 4900만 엔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 사건은 자살은 아니지만, 고의적인 행위로 인해 철도 운행에 지장을 초래한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또한 2016년에는 도쿄 메트로가 지하철역에서 투신자살한 남성의 유족에게 약 720만 엔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손해배상액의 산정 방법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고려하여 산정됩니다.


열차 운행 중단으로 인한 손해 : 열차 지연으로 인한 승객들의 불편, 대체 수송 수단 마련 비용, 운행 중단 시간 동안의 수익 손실 등을 포함한다고 합니다.

시설물 손상 : 자살로 인해 선로, 전차선 등의 시설물이 손상된 경우, 복구 비용이 청구될 수 있습니다.

기타 손해 : 사고 수습에 소요된 인력 비용, 사고로 인한 이미지 실추 등 무형의 손해에 대한 배상도 청구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죽은 사람에 초점을 맞춰 안타깝다는 생각만 하지만, 실제로는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 열차를 운행한 관계자,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를 목격한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한국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쉽게 연상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물론 이에 대한 논란과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하철 자살 유족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데요.

찬성 측은 공공의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해 불가피하며, 철도 회사의 손해를 보전하고 유사한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반대 측은 자살은 개인의 고통과 절망에서 비롯된 행위이며, 이미 큰 상실감을 겪고 있는 유족에게 경제적 책임까지 지우는 것은 가혹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또한 손해배상 청구가 자살 예방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는 '자살 스폿'이라 불리는 장소들이 여전히 많이 존재하고 이런 장소들을 다룬 콘텐츠도 다소 제작되고 있습니다.

'자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글을 작성해보니

감정을 배제하고 사실만을 바탕으로 살펴봐도

자살이 사회에 미치는 비용이 상당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이런 부분까지 생각할 여유는 없을테지만요.


자살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종종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그러면 안 되지' 또는

'자살할 용기가 있으면 살아야지'라는 말을 쉽게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이미 그런 단계를 넘어선 극단적인 고통 속에 있기에

삶의 마감이라는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닐까요.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마음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저 역시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도 많고요.

그럼에도 언제일지 모를 종착역을 향해

그냥 살아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모두들 그런 마음일 거고요.


이 글을 설 연휴에 작성했는데 이제야 올리게 되네요.

공교롭게도 최근 유명 연예인의 관련 뉴스도 있어서 잠시 고민했지만,

글을 올릴 수 있을 때 올려야겠다는 생각에 결국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별거 아닌 주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모두가 한번쯤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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