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움과 현실이 공존하는 이곳
대학 시절 잠깐을 제외하고는,
나는 줄곧 한국에서만 살아왔다.
그런 나에게 캘리포니아는
어딘가 막연한 로망이 있는 장소였다.
따뜻한 햇살, 탁 트인 하늘,
그리고 ‘자유로운 바이브’가 흐르는 곳.
실리콘밸리라는 이름만으로도
왠지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곳이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실리콘밸리의 중심부, 마운틴뷰다.
생각보다도 더 완벽한 자연환경이다.
습하지 않아 더워도 꿉꿉하지 않고,
바람이 살살 불다 그늘에만 들어가도 시원하다.
건물은 대부분 저층이고,
지상에 주차하고 바로 어디든 걸어 들어갈 수 있다.
답답함이 없다.
그것만으로도 삶이 한결 가볍다.
거리엔
중국계, 인도계, 히스패닉, 백인, 흑인, 혼혈인…
전 세계 사람들이 어울려 산다.
다양성과 자유로움, 그 자체인 공간이다.
스탠포드 대학, 실리콘밸리의 대표 기업들,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학군,
전 세계의 인재와 부자들이 이곳에 몰려든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운이 좋게도 이곳에 1년을 머물게 되었다.
이곳의 한인들은 몇 가지 부류가 있다.
아예 이민을 온 교포, 시민권자 혹은 영주권자,
회사의 주재원으로 온 가족,
자녀 교육을 위해 장기체류 중인 사람들,
그리고 우리처럼 1년짜리 연수로 머무는 이들까지.
살아가는 방식과 방향성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누군가는 그저 지나가는 경험으로 이 시간을 받아들인다.
우리는 장기 체류를 목표로 하지는 않지만,
아이의 교육 방향성에 대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우리 가족이 리셋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으려 한다.
무언가를 하겠다는 뚜렷한 계획은 없지만,
한국에서 여러 기회비용을 감수하고 온 만큼,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고민은 하고 있다.
이곳은 겉으로만 보면 완벽한 곳처럼 느껴진다.
축복받은 땅과 날씨, 다양한 인종, 자유로운 분위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과 교육 환경까지.
그래서 자칫하면 이곳을 찬양하고 부러워하는 시선으로만 보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여유로움과 자유로움 너머에도
각자의 삶을 꾸려가기 위한 치열한 고민과 선택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자유로움 속의 경쟁, 혹은 치열한 경쟁 속의 자유로움.
정확히 뭐라 설명하긴 어렵지만,
분명히 이곳의 공기엔
그런 모순되면서도 유연한 감정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실리콘밸리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 너머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들을 내게 던져준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걸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그 안에서 우리 가족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조금씩 그려나가려 한다.
이곳에서 보내는 1년은
우리 가족에게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