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의 첫 10일

정착 전쟁 속 방치의 미학이란?

by Jaymom

미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할 일이 많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상상 이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정착 서비스 비용을 줄여보려는 마음도 있었고,

‘이 정도는 직접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근자감도 있었지만,
막상 부딪혀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과정을
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일이었다.


첫날은 텅 빈 집에서
겨우 얻은 캠핑용품으로 하루를 버텼고,
다음 날부터는 본격적으로
집을 세팅하는 일이 시작되었다.

무빙세일을 통해 가구를 들이고,
이케아, 월마트, 타겟, 코스트코, 한인마트를 돌며
살림살이를 하나하나 채워나갔다.
유틸리티 연결, 휴대폰과 인터넷 개통, SSN등록,
은행 계좌 개설, 중고차 구입, 차량 등록과 보험 가입,
남편과 아이의 학교 등록까지.


무엇보다 가장 벅찼던 건,
이 모든 일을 아이와 함께 해야 했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는

아이를 학교나 학원에 보내거나
할머니 댁에 잠시 맡기면
대부분의 일을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아이를 데리고 직접 모든 장소를 뛰어다녀야 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쥐여주면

조금은 편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제어해야 하니
아이 역시 이 모든 정착 과정을
우리와 함께 온몸으로 겪어야 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결코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고,
중간중간 헛수고와 시행착오도 셀 수 없이 많았다.


한국에서처럼
학교, 학원, 숙제 같은
루틴이 있는 환경이 아니라,
정해진 틀이 없이
매일 달라지는 일정 속에서
아이는 방치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그 시간 속에서

아이도 분명 무언가를 배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인내심과 견딤.
그리고 지금 누리는 것들이
결코 거저 얻어진 게 아니라는 사실.


나는 그 시간을

단순한 ‘방치’가 아닌
“방치의 미학”이라 부르고 싶다.


instagtam @jaymom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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