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없이 ‘복잡함’만 가져온 교육
우리나라의 교육 정책을 들여다보면,
‘학생부 종합전형’, ‘수행평가’, ‘고교학점제’, ‘자기주도학습’ 같은 표현이 줄줄이 등장한다.
이 모든 것은 사실상 미국식 입시 시스템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시험 점수 하나로 줄 세우는 입시가 아니라,
활동과 과정 중심, 서사와 표현 중심, 자율과 선택 중심의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학생부 종합전형, 일명 학종은
시험 성적만으로 뽑던 시대에서 벗어나,
아이의 탐구력, 리더십, 표현력, 진정성 등을 본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취지는 좋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정보력이 많은 가정이 유리하고,
좋은 학교, 좋은 담임, 좋은 컨설팅이 당락을 가르고,
결국 아이보다 부모의 ‘설계력’이 더 중요해졌다.
학종은 ‘자유’와 ‘다양성’을 강조했지만,
현실에선 더 큰 불평등과 혼란을 낳았다.
그 결과, 사람들은 서태지의 ‘교실이데아’ 시절처럼
점수 하나로 줄 세우던 시절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땐 공정했잖아.”
“학원 안 다녀도 실력으로 갈 수 있었잖아.”
“지금은 정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
미국 캘리포니아의 교육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배움’을 강조한다.
학생들은 비교적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고, 프로젝트와 발표, 지역사회 봉사 활동도 중요하게 여긴다.
대입에서도 성적 외에 동아리 활동, 인턴 경험, 에세이, 추천서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좋은 SAT·ACT 점수는 기본이고, AP·IB 과목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어떤 활동을 했는지, 여름방학에 어떤 캠프나 인턴을 했는지가 입시에 결정적이다.
미국에서도 학군지 부모들은 ‘점수+스펙’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시간과 돈을 쏟아붓는다.
미국도 이러한 입시제도가 분명히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알 것이다.
좋은 학군, 사립고, 여름캠프, 인턴십 등은 돈과 네트워크가 있는 집이 유리하다.
그럼에도 한국처럼 ‘전면 폐지’ 요구가 크지 않은 이유는
단 한번의 명문대 진학이 인생의 유일한 경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주립대, 커뮤니티칼리지 후 편입, 창업, 군 복무를 통한 학비 지원 등
다양한 경로가 제도권 안에 열려 있다.
한 번의 입시 실패가 곧 인생 실패로 이어지지 않는다.
"세상은 원래 불평등하다. 대신 기회를 잡으려면 노력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반면 한국은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 기대가 여전히 크다.
그리고 단 한번의 입시경쟁이 평생을 좌우할 수 있다고 여전히 느낀다.
의대입시 한번의 성공이면 평생 돈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사다리가 기울어지거나 부러졌다고 느껴질 때, 분노와 좌절이 훨씬 크다.
어떠한 정치색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조민이 학종과 비슷한 전형으로 "SKY"와 "의전"을 진학했다는 사실은
바로 우리 국민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 아닐까 싶다.
최근엔 수행평가 폐지, 고교학점제 폐지 요구가 늘고 있다.
결국 한국식 미국 입시의 실패를 선언하려는 움직임이다.
한국식도 아닌 미국식도 아닌,
공정하면서도 동시에 줄세우기는 아닌,
아이들의 창의력과 개성을 존중해줄 수 있는
그런 유토피아적인 정책이 가능할 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여전히 그 가운데 우리 아이들은
내신과 수행평가, 학생부와 논술, 수능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경쟁 속에 놓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