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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영 Jun 12. 2022

LEMAIRE 르메르

미니멀 프렌치 시크의 정석 LEMAIRE.





“그저 좋은 옷을 제안하고 싶을 뿐입니다. 6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컬렉션이 나온다고 매 시즌 옷장을 뒤바꿀 순 없잖아요.” 르메르에 대해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품게 만들었던 르메르의 창립자이자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르메르(Christophe Lemaire)의 인터뷰. 단 한 줄의 문장을 통해 트렌드의 변화에 동요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옷을 제안하는 르메르의 자신감을 짐작할 수 있다. 패션 하우스의 선도 아래,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시장 속에 위치한 그들이 “새로운 컬렉션이 나온다고 매 시즌 옷장을 뒤바꿀 순 없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그 기반에는 ‘좋은 옷’에 대한 명확한 정의 아래 컬렉션을 선보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LEMAIRE는 크리스토퍼 르메르(Christophe Lemaire)가 1991년 창립한 프렌치 시크 패션 브랜드로, 창립 당시 브랜드 명을 창립자 이름인 ‘크리스토퍼 르메르’로 지정했다. 하지만 르메르의 뮤즈인 사라 린 트란(Sarah Linh Tran)을 2016년 공동 디자이너로 영입하고, 브랜드 명을 ‘LEMAIRE’로 변경하면서 크리스토퍼와 사라가 가지는 옷에 대한 취향과 가치관을 르메르에 투영해 지금의 르메르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르메르는 ‘미니멀리즘’, ‘우아함’, ‘타임리스’, ‘젠더리스’ 등의 단어로 표현될 수 있다. 이들의 브랜드 철학은 “언제 어디서나 입을 수 있는 실용적이고 우아한 옷을 만든다” 로, 미니멀리즘을 기반으로 현대적이고 도시적인 클래식함을 풀어낸다. 더불어 성별이나 시간의 흐름에 구애받지 않고 입을 수 있는 옷을 제작하고, 지속 가능한 스타일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이어간다. 


이들은 뉴트럴 컬러를 기반으로 입는 이의 혈색과 피부톤에 어울릴 수 있는 색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사이즈는 오버사이즈로 실용적이고 움직이기 편하도록 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뉴트럴 컬러, 오버 사이즈라는 말만 들으면 단조롭기만 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슬릿(트임)을 이용해 디테일을 더해, 간접적으로 르메르의 관능미를 표현한다. 또, 세심하게 소재를 선택했는데, 드라이 실크 소재를 사용해 시각적으로 우아함을 더해주는 것은 물론 우수한 착용감까지 선사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기존 남성의 아우터 혹은 군복 등에서 사용되던 벤타일 소재를 페미닌 라인에 사용함으로써 아름다움의 기준을 바꾸는 등 다양한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더불어 같은 컬러 계열이라도 다른 소재를 매치해 톤온톤(tone on tone) 스타일링의 진가를 보여준다.







크리스토퍼 르메르와 사라 린 트란은 이렇게 말한다. “자기가 누구인지를 안다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스스로에게 진실한 것,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것,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옷이란 입는 사람에게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옷이다. 자기 자신이 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옷. 우리는 입는 이를 가리거나 압도하는 옷이 아니라, 온전히 그 사람이 드러나게 해주는 옷을 만든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옷을 입는 사람 본연의 모습을 돋보이게 하는 옷들이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미디어에 둘러 쌓인 요즘은 트렌드에 저항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너무 많은 정보에 둘러 쌓입니다. 쿨하고 싶은 사람은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식이죠. 만약 이 트렌드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난 끝인가? 하는 압박이 있어요. (중략) 이건 완전히 재앙입니다. 이렇게 되어선 안 돼요. 트렌드에 저항하고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일종의 '위엄'을 찾고 있어요.” 


결국 변화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취향에 대한 정확한 이해 아래, 입는 이로 하여금 만족할 수 있고, 실용적이며, 그 사람 본연의 모습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것의 르메르의 지향점인 것이다. 이들의 취향과 옷에 대한 가치관이 더해져 다양한 옷을 만드는 LEMAIRE는 프렌치 시크를 담백하게 풀어낼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르메르는 단순히 ‘디테일이 가득하고 화려한, 디자인이 멋진 옷’을 선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지속 가능한 스타일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옷장에서 오래도록 두고 꺼내 입을 수 있는, 입었을 때 만족감을 느낄 수 있고, 각 개인의 취향에 맞는 옷을 제안하며, 그것이 ‘좋은 옷’이라 믿고 연구하며 나아가고 있다. 르메르에 열광하는 대중은 르메르가 제안하는 ‘예쁜 옷’, ‘예쁜 가방’을 넘어 그들이 제시하는 패션의 가치관에 공감하고 박수를 보낸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패션의 흐름 속에서, 동일한 무드를 다양한 형태로 전달하는 르메르. 실용성과 우아함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는 브랜드라 생각되어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이후 새롭게 시작될 컬렉션을 기다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Luxury is more about how you feel in the clothes than the image you project to others.” Christophe Lemaire on the values that drive the brand and the latest F/W 21 collection. 







Photo credit LEMA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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