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자영 Oct 06. 2020

다시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

육아휴직의 마지막 날 밤


오랫동안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눈을 맞추고 웃고 뽀뽀를 하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아이의 맑은 눈이 나를 향하고 또 작고 오밀조밀한 입으로 미소 짓는다. 그러면 나는 또 아이의 얼굴에 내 얼굴을 맞대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보드라운 아이의 살갗 냄새.




문득, 내가 ‘엄마가 되었구나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백화점에 가서 아동복 층만 둘러보고 양손 가득 아이의 옷만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든지, 그렇게나 좋아하는 서점에 가서도 이유식 만들기 책만 들고 돌아온다든지, 하는 순간들. 내가 가장 ᅩᇂ아했던 것들을 뒤로하고 가장 먼저 아이의 것들을 각하는 순간들. 이것은 ‘내 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자연스럽게, 사랑하느 이에게 마음이 가듯 ‘사랑을 나누는 일이라는 걸 깨닫는다. 아이와 나의 삶은 그렇게 함께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 내일이면 약 9개월 동안 쉬었던 아워홈에 복귀한다. 가장 치열하게 일했던 곳으로 돌아가니 마음이 분주하다. 오늘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마음으로 새로운 나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아이가 있는 나의 모습. 더 단단해지고 또 더 편안해보이는 표정이 나 스스로도 인상적이다.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아무래도 조금 줄어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더 진하게 사랑해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드는 밤.  우리가 함께 한 뼘씩 성장하는 밤. 사랑해, 아들.



육아휴직의 막바지, 내가 한 것.

〰️ 프로필 사진을 새로 찍었다

변화한 내 모습을 담고 싶었다. 새로운 몸과 마음으로 일을 시작하는 마음을 세상에 남기고 싶었다. 나만의 출사표.


〰️ 아이의 잠든 모습을 오래 바라보았다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오래 바라보고, 또 영상으로 찍어두었다. 언제든 보고싶으면 꺼내볼 수 있게.


〰️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다

사실이다. 늘 누군가에게 쫓기거나 도망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혹은 어색하거나 대면대면한 상황. 매일 이렇게 악몽을 꿀 바에 차라리 빨리 회사에 나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복귀 전, 내 모습을 찾아보았다

복귀 전, 이라기 보다는 내가 가장 치열하게 일했던 시절의 글을 찾아보았다.



2020년 10워 4일
육아휴직마지막날 

매거진의 이전글 mom challeng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