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스쿨] 일 잘하는 사람들의 말하기 그 첫 번째 시간
일요일 오전, 우리는 연남동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기록상점 4F 루프탑 라운지에 모였다. 우리에게 주어진 4주라는 시간. 10명의 사람들과 가장 깊고, 진하게, 일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좋은 말하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이번 클래스의 제목이 <일 잘하는 사람들의 말하기>인 만큼 첫 시간은 4주간 함께 인사이트를 나누고 말하기 동료가 될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이자, 나에게 일이란 무엇인지, 일잘러란 무엇인지, 이 자리에 왜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말하는 시간이었다.
필로스토리에서 하는 모든 세션에서의 공토점이 있다면 바로 '읽고, 쓰고, 말하는' 시간이 있다는 것. 우리는 함께 모인 현장에서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 것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과 시선, 생각을 읽고 나의 생각을 글로 써보고, 이를 말하는 시간을 갖는다. 단순하게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생각을 '정리'하고 그 생각의 '깊이'를 만들어낸 후에 말하기를 하는 것이다.
청량한 가을 하늘을 뒤로한 채 그렇게 우리는 기록상점 4F에서 재즈를 들으며 잠시 자신의 생각에 몰두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충만해지는 시간이었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한 번 정리한 후에 말하기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말을 잘한다. 그 이유는
명확하게 이야기해야 할 하나의 아젠다가 있고,
그에 대한 단편적인(짧은)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즉, 그만큼 '명료하게'나의 생각을 말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영감을 얻기도 한다.
일하는 나의 모습을 사랑해요.
일 잘하는 사람들의 말하기인 만큼, 이 부분을 꼭 짚어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었다. 각자가 생각하는 '일'이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는 '일잘러'란 무엇인지. 각각의 생각이 모두 달랐지만 그 모든 답이 나에겐 참 좋았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잘 해내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긍정적 기운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일잘러란, 잘하는 것을 하는 사람. 결국 일잘러란 자신이 잘하는 것을 빨리 찾고 그 분야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사람이다.
일잘러란,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사람. 혹은 좋아하는 것을 잘 찾아내는 사람이자 그 안에서 자신만의 재미를 만들어내는 사람.
일잘러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타인에게 잘 설득하는 사람
사소한 것에서 재미를 찾고, 일하는 것의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사람. 예를 들어, 일 자체는 재미없어도 동료와의 협업은 즐거울 수 있다.
스스로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
자신만의 철학과 관점을 담아서 전달할 줄 아는 사람.
지금 눈 앞의 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더 멀리 흐름을 볼 줄 알고 자신만의 맥락을 만들어내는 사람.
일을 잘하는 것은 나에 대한 존경이다.
일잘러란, 단 하나의 문제가 아닌 복합적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 그리고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한 뼘 더 성장한 사람.
지금 우리가 모여 함께 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교양이 아닐까 생각했다. 오늘 함께하며 좋았던 포인트가 다양한데 특히 좋았던 것은 바로 이런 것들이었다.
'꿈'이 아닌 '일'이라는 단어를 말하고 있다는 것
과거엔 '꿈'이 중요했다. 내가 어떤 꿈을 꾸고 있고 나의 미래가 어떤지 굉장히 중요한 세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가 왔다. 그래서인지 종종 미래를 예측해 꿈을 꾸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진다. 먼 미래의 '꿈'이 아니라 지금 내 앞에 있는 현실인 '일'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좋았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일'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고민하고 있다. 꿈이 아닌 현실을 바라본다는 것. 미래가 아닌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진하게 느껴졌다. 우리 모두가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잘하고 싶다는 욕망, 그 욕망은 온전히 나를 위한 것
주어진 일을 최대한 멋지게 해내고 싶다는 욕망을 만날 때마다 의심했다. 나는 지금 자본주의 신화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자아실현이라는 신화에 눈이 멀어, 지금의 내 에너지를 너무 한 곳에 쏟아붓는 게 아닐까. 지금 이렇게, 열심히 하는 것이 맞나? 지금 나의 최선이 혹시 누군가에게는 피해를 주는 게 아닐까?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일을 잘하고 싶다는 것은 결국 타인이 아닌 나를 위한 일이다. 나에게 '일을 잘한다는 것'은 내가 한 선택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고, 내가 한 선택에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할 수 있는 한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함께 나눈 대화에서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일을 잘하고 싶다는 것은 나 스스로에 대한 존경이자, 일을 잘하는 내 모습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걸.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함께하는 2시간 내내 가슴이 쿵쾅거렸다. 앞으로 함께 나눌 생각과 관점,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일'이라는 아젠다는 어쩌면 한 시민으로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나 스스로 어떤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 함께 모여 타인의 생각과 관점을 읽고, 나의 생각을 쓰고, 말하기를 하는 것. '다양성'이 삶의 중요한 키워드가 된 시대에 가장 필요한 교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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