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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ssie Feb 20. 2020

입사 1년이 지나면 할 수 있어야 하는 다섯 가지 일

뭐 못해도 지구가 망하지는 않지만요

약간의 설명을 덧붙입니다.

입사 1년은 ‘회사라는 것을 다니기 시작한지 1년’을 생각하고 썼습니다

사수가 이 모든 것을 1년 간 열심히 가르쳤다는 전제 하에 썼습니다


팀을 만들고 첫 번째 팀원으로 회사생활이 처음인 분을 만나게 됐다. 그래서 여러 가지를 알려주는 동시에 배우고, 또 도움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다보니 1년이 훌쩍 지났다.


뭘 배웠냐면, 혼자 공부를 잘하는 것과 공부 잘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다르듯, 혼자 일을 잘하는 것과 일을 잘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도 참 다르다는 사실. 누군가에게 일하는 방법을 어떻게 알려줘야 하는지를 힘겹게 터득해나가고 있다.


일을 배우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잔인한 사수들이 참 많았다. 가르쳐 준 적도 없는 일을 못한다고 갑자기 버럭 화를 내거나, 인격 모독을 하거나, 자기 기분에 따라 다른 반응을 하거나(상사가 기분 좋을 때는 과연 언제인지를 살피며 결재 받을 타이밍을 벼르던 순간들은 정말 지옥같았다) 등등 납득 안가는 이런일 저런일이 3254654개쯤 있었다.  


이미지=조구만 스튜디오 @joguman.studio


아마 그들은 피곤했을 거다. 내 업무만 쳐내기에도 바쁘고 힘든데 후배라고 있는 게 별로 도움도 안되는 것 같고, 내가 얘 잘 가르친다고 돈을 더 버는 것도 아니니까. 그러니까 그냥 그렇게, 기분대로 행동하는 게 제일 편했을 거다. 그래 뭐, 이해는 간다. 머리로만.


하지만,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사이에 굳이 그렇게 나쁜 감정을 쌓을 건 또 뭔가 싶다. 나쁜 감정이 쌓이다 보면 자연스레 오래 얼굴 보기 싫어지고, 퇴사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같이 일하는 동안에는 어떤 부분에서든 비협조적으로 굴고 싶어진다. 퇴사와 동시에 인연 끊음은 물론이고. 즉, '팀워크'라는 건 생길 수 없게 된다.


그치만 아무튼 내 일만 잘하기에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므로,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매 순간 애쓰지 않으면 순식간에 나도 그렇게 될 거다. 나라고 무슨 대단한 성인군자가 아니니까. 그래서 고민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동기부여를 어떻게 해줄지, 일의 즐거움을 어떻게 찾게 할지,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 필요한 말만 하면서 실수의 빈도는 어떻게 줄일지, 잘하는 건 어떻게 계속 잘하게 하고 부족한 건 어떻게 보완시킬지... 아무튼 결국 연차에 맞는 실력을 갖추게 하려면 이 모든 것과 함께 무엇을 더 도와야 할지.


진짜 어렵다! 그래도 이왕 이렇게 만났으니, 일주일 중 가장 자주 보는 사이가 됐으니, 가능한 최선을 다해 잘 지내고 싶다. 원했지만 만난 적 없는 선배가 되어주고 싶었다. 이 글은 그런 고민들의 일환에서 나왔다. '이제는 이런거 알아서 해야지'라는 말을 힐난하듯 던지기 전에, '1년 이상 일했다면 무엇을, 왜 잘해야 하는가'를 먼저 정리해 일러주기로 했다. 그러면서 잘해주기를 부탁하기로 했다. 못한다고 해서 무슨 큰 일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내 반응은 좀 더 단호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1/ 협업 커뮤니케이션

내부든 외부든, 작은 프로젝트든 큰 프로젝트든 다른 부서와 협업할 줄 알아야 한다. 시작 단계에서 업무를 요청하는 방법부터,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일정을 조율하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합의점을 찾는 것까지. 1년간 선배들이 일하는 걸 잘 지켜봤다면 이제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 그래도 상식 밖의 일이 생기거나 도저히 모르겠는 건 물어보면 되고.


2/ 일의 우선순위 가늠+일정 조율

나는 지금 A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다른 팀에서 B를 요청하고, 그와중에 상사가 C를 요청하고 기자는 지금 당장 자료를 달라고 전화해오는 혼란의 카오스...! 대체 뭐부터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허둥지둥 할 때가 있을 수 있다. 그럴 때면 차분하게 뭐가 제일 중요한지 순위를 매겨보자. 일정을 놓치지 않고 일을 처리하려면 우선 순위부터 가늠해야 한다. 가능한 알아서 추려보고, 모르겠거나 애매하면 물어보면 된다. 아무튼 약속한 일정은 꼭 지켜져야 하고, 지켜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가능한 빠르게 공유해야 한다.


3/ 포트폴리오에 '업무 기여도 70%' 이상이라고 쓸 수 있게 일하기

소위 말하는 '주인의식을 갖고 일한다'는 게 이런 거겠다. 이 단어의 어감은 나도 별로 좋아하진 않아서 좀 더 와닿게 풀어 쓰자면, 지금 하는 일을 나중에 포트폴리오에 '업무 기여도 70% 이상'이라고 자신있게 쓸 수 있게 하자는 말이다. 왜 하는지 모르겠고 시켜서 하는 일 보다는 동기 부여가 된 내 일을 하는 게 훨씬 즐겁기도 하다. 동기 부여는 '많은 이들이 기꺼이 돈주고 살 만한 역량을 쌓는다' 정도면 어떨까 싶고.


4/ 모르는 사람도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는 보고서 작성

일을 잘하는 것 만큼 그걸 잘했다고 어필하고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다. 읽는 사람이 누구라도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는 보고서를 쓸 줄 알아야 한다. 이건 무슨 일이고, 왜 했고, 정성적으로는 무슨 의미가 있었고, 정량적인 수치는 어땠고... 소셜미디어 컨텐츠를 새롭게 바꿔봤다면 단순히 수치가 얼마 늘었다라기보다 무슨 목적으로 무엇을 노리고 바꿨는지, 그래서 전보다 수치가 얼마나 늘었는데 그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등등. 단순 나열하지 말고 이해시키고 설득한다는 의도로 써보자.


5/ 묻기 전에 생각하기, 대답이 한 줄로 나올 수 있게 질문하기

질문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해보자. 정말 충분히 고민했는지, 정말 내가 모르겠는 일인지, 정말 이 사람한테 물어보는 게 맞는 일인지. 그 후에 질문해도 된다는 확신이 선다면! 상대방에게 한 줄로 간결한 대답이 나올 수 있을 만큼 잘 정리해서 질문하자. 중언부언하거나 전에 여러 번 물어봤던 걸 또 물어보면 듣는 사람이 약간 슬퍼진다...... .. 


뭐 사실, 못해도 지구가 망하진 않는다. 사고가 나도 책임은 상사가 질 거다. 이제 1년 차에게 회사가 무슨 큰 부담을 주지도 않는다. 준다면 그게 이상한 거다. 배울 시간과 기회는 아직도 많다. 다만, 연차만 차고 일은 못하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그래도 이런 것들을 지금부터는 조금 더 신경쓰면 좋지 않을까..하는 그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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