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assie Jan 22. 2020

지금은 회사를 다녀야 한다면

회사생활 스트레스 최소화를 위한 n가지 시도들 (+언제 도망쳐야 하는가)

전에는 회사 생활에 어울리는 사람, 안어울리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으면 '회사 생활에 어울리는 사람이 있나? 누구나 힘들지 않나?' 싶었다. 그런데 10년쯤 회사를 다녔더니 이제는 알겠다. 회사 생활에 어울리는 사람은 있다. 비위가 강하고 이상한 것에 대해 깊게 의문을 갖지 않으며, 대체로 모든 것에 무던한 사람이다. 회사는 사람을 견뎌야 하는 곳이니까.



회사 생활이 힘들다=회사에 견디기 힘든 사람이 있다


그래서 보통 회사 생활이 힘들다고 하면, 회사에 견디기 힘든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에 따라 모든 조직에는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 직원 수 10명부터 200명까지, 말도 안되게 수직적인 분위기부터 나름 수평 지향적인 분위기까지 여러 종류의 조직에 있어봤지만 유토피아는 없었다. 정도의 차이와 유형의 다양함이 있을 뿐. 앞서 쓴 글에서 언급한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사람들은 희귀했지만 그 반대의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었다. 비율로 따지자면 1:9? 2:8?


하지만 힘들다고 무작정 퇴사할 수는 없다. 퇴사하라는 말을 쉽게 꺼내는 사람들을 경계한다. 회사를 다니는 것 외에 나를 책임질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일단은 다니는 게 맞다. 밥벌이는 중요하니까. 그렇다면 다니는 동안에는 최대한 덜 힘들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게 있을까. 우선 이런 것들을 생각해본다.



1. 여기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분명히 입사했던 이유가 있을 거다. 일단은 커리어를 쌓고 싶었거나,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나 배우고 싶은 일이 있었거나. 뭐 그냥 알바보다 돈이 많이 벌려서일 수도 있고. (실제로 신입사원때 회사생활이 힘들어서 퇴사하려다가 알바비랑 월급을 계신해보니 월급이 낫다 싶어 회사를 다녔던 시기가 있다)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거다. 그 이유를 곱씹으며 본질에 집중하자. 방해꾼들을 헤치며 목표를 향해 걸어간다고 생각하면서. 

방해꾼들이 1-2주에 한 번 정도 발목을 잡는다면 참아보고, 매일 거슬린다면 도망치거나 기회를 봐서 제거하겠다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달래면 약간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2. ‘그래 너도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지’

전보다 어른이 됐다고 느끼는 순간은 ‘그래 인간이니까 그럴 수 있지, 원래 인간은 무슨 짓을 해도 이상하지 않지’라는 생각을 할 때다. 이 생각의 어릴 때 버전은 ‘인간이 어떻게 저럴 수 있지?’였다. 정말 인 간은 무슨 짓을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다. 인간은 모두가 이상하다. 다만, 그 이상함이 타인에게 피해를 얼마나 주느냐가 큰 차이일 뿐. 경악할때마다 이 말을 주문처럼 외운다. 뭐 도움이 되는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분노가 쌓이지 않는 건 아니다.



3. 사흘~일주일에 한 번 욕하기

다행히도 대개 이상한 사람들은 공공의 적이다. 나 말고도 피해자들이 많다. 그러니 피해자들끼리 모여 피해 사실을 공유하고 아픔을 나누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런데 이 방법은 '적당히'가 어렵다는 게 단점이다.

공공의 적은 실시간으로 이상하기 때문에 그 엄청난 존재감에 대해 얘깃거리가 끊이지 않는다. 출근하자마자 욕하기 시작해서 점심시간에도 욕하고 퇴근하고 술먹으면서도 욕할 수 있다. 하지만 나쁜 말을 계속하면 기분이 계속 나빠진다. 한없이 욕하다보면 어느덧 내 기분도 한없이 다운돼 있다. 사흘에서 일주일에 1회 정도 욕하는 게 그나마 괜찮았던 것 같다. 텀을 길게 둘수록 좋고. 하지만 매일 보기 때문에 매일 하게 된다 이거 너무 어렵다ㅠㅠㅠㅠㅠ



4. 집중할 수 있는 재밌는 일 찾기

완전히 집중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면 도움이 된다. 앞서 말한 회사를 다니는 본질(목표)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는 최선의 방법이다. 과정이 즐겁고 결과도 즐거우며 커리어에도 좋을 그런 일들을 기획해보자.


슬프게도 업무 주도권이 전혀 없다면, 일이 아닌 다른 소소한 일에 집중해도 괜찮겠다. 실사례를 떠올려보자면 새로운 언어를 배우며 공부로 스트레스를 푸는 분도 엄청나지만 좋아보였고, 여행 계획 짜기가 주 업무고 회사생활은 부업 같이 하시는 분도 즐거워보였다. 그리고 주말에 산 로또를 월요일 아침 일찍 출근해 긁고 찢어버린 후 바로 업무를 시작하시던 분도 뭔가 엄청난 동기부여 수단을 갖고 계셨던 것 같다. (잘 지내시나요들...)



+도망쳐야 할 때=아플 때

모든 걸 참고 버텨야 하는 건 아니다. 몸이든 마음이든 아프다면 빨리 도망쳐야 한다. 모든 사람의 역치는 다르기 때문에, 기준을 타인에게 두고 '이 정도는 남들도 버틴다'며 자신이 고장나는 걸 무시하면 안된다.


7년 전 쯤, 커리어 쌓는 것에 집착하며 버티지 않아야 할 것들을 버티던 때가 있었다. 야근하다가 창문 앞 복사기에 섰는데 정말 나도 모르게 ‘아 떨어지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9층이었는데. 놀랐고,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만 버티고 퇴사했다. 사실 그보다 훨씬 전에 했어야 했다. 이미 여기저기 다 아팠으니까. 그때 생긴 역류성 식도염과 위염과 각종 질병들은 계속 함께하며 스트레스 지수의 바로미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_ㅠ...)

(그림=네이버웹툰 '대학일기')


주니어일수록, 일 욕심을 낼수록 자연스레 건강을 후 순위에 두게 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나도 그랬고. 어렵겠지만 안그랬으면 좋겠다. 아프거나 죽으면 다 끝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며 아프면 일단 내려놓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