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로 만난 사이 BEST·WORST
(커버 이미지 출처: 직장인짤봇 트위터 twitter.com/ILOVEWORK_True)
관계에 대한 고민은 늘 있지만, 작년부터 올해까지는 고민이 더 깊다. 사람들은 모두 신기할만큼 다르고 그런 사람들을 계속 마주하면 고민이 계속되는 건 어쩌면 당연하겠지. 요새는 특히 일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글을 써도 이런 게 나오네. 아마 당분간 계속 일이나 회사에 관련된 글을 쓸 것 같다.
일로 만나서 좋아하게 된 사람들에게는 일을 깔끔하게 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하는 사이에)일 못하면 아무리 사람이 좋아도 나쁜 사람이다'라는 말을 농담처럼 종종 한다. 킥오프 미팅에서 첫인상이 좀 별로였더라도 이후 협업 과정에서 일을 잘하면 유감은 호감이 되더라. 반대로 인상이 좋았어도 같이 일하는 게 힘들다면 싫어하게 되고. 그렇다면 깔끔한 일처리란 과연 무엇인가. 정말이지 애매한 말인데, 일을 깔끔하게 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풀어 생각해봤다.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협업의 기본은 빠른 피드백이라는 말이 뇌리에 박혀있다. 아마 언젠가 내게 일을 가르치시던 분이 메일 회신 빨리 하는 건 기본이라고, 일 잘하는 사람들은 피드백이 빠르다고 자주 말하셔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정말 그렇더라. 피드백이 빠르면 일의 진행 속도도 빠르고, 일을 오래 끌어안고 있지도 않으니까.
자가평가: ★★★☆☆
일을 마감까지 미루는 습관이 있어서 메일 회신도 의식하지 않으면 놓칠 때가 있다 (반성)
모든 채용공고에 써 있는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진 사람들. 자신이 전하려는 말을 어떻게 정리해야 듣는 사람을 가장 잘 이해시킬 수 있는지 늘 고민하고 잘 아는 사람들이다. 한 시간을 대화해도 모든 말이 필러(Filler) 같고 도무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맹이를 알 수 없는 사람들과는 반대로, 이들은 단 몇 문장에도 필요한 내용을 함축해 효율적으로 대화를 마친다. 들을 때도 마찬가지로 핵심을 빠르게 파악한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당연히 회의도 빨리 끝나고 일처리가 매끄럽다.
자가평가: ★★★★★
잘한다. 이걸 잘해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이 일을 하다보니 이걸 잘하게 됐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대체로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거나 추상적이거나 느낌적인 느낌인 그런 말들을 듣고 구체적으로 말이 되게 정리하면서 살고 있다... .. .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는 사람들. 그런데 이걸 완전히 잘해내는 사람은 흔치 않다. 못하는 사람이 더 많다. 온 얼굴로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 모두가 듣는 곳에서 필요 이상으로 인격을 모독하며 자기보다 직급이 낮은 사람을 비난하는 사람, 뭔가를 걷어차거나 집어던지며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사람까지. 하지만 이들은 그렇지 않다. 감정 조절 능력과 사회성이 정말 높은 경우라고 볼 수 있는데, 정말 흔치 않다.
자가평가: ★★★☆☆
말로 경멸할 수 없는 순간마다 종종 얼굴로 경멸한다(고 한다... 들은 말...). 그래서 나름 노력하다가 터득한 tip! 입술 양 옆에 힘을 주고 있으면 표정이 잠기는(?) 효과가 있다. 물론 더 이상한 표정이 되기도 한다
되는 것과 안되는 것에 대한 판단이 빠르다. 이런 사람들이 팀장으로 있는 팀의 팀원들은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모르겠는’ 일들은 잘 안하게 된다. 팀장이 알아서 잘 쳐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을 가져오기 전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하고 객관적인 답을 고민한다. ‘이걸 우리 팀이 하는 게 맞나? 아니라면 왜 우리한테 왔나? 부득이하게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과연 잘할 수 있는 일인가? 리소스는 충분한가? 우선순위는 어느 정도에 두어야 하는가?’
결과물에 대한 평가와 자신을 향한 비난을 구분해 들을 수 있다. 사실 학교 다닐 때 배우기도 하고 성숙한 직장인이라면 당연히 다 될 것 같지만! 정말 놀랍게도 회사를 10년을 다녔어도 칭찬 외에는 아무 말도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같이 일하면 정말 힘들다.
자기 객관화도 잘 돼 있다. 정확히 자신의 위치가 어딘지 알고, 닥친 일들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한다. 그래서 ‘세상에서, 이 회사에서 내가 제일 힘들다’ 따위의 소리는 하지 않는다.
자가평가: ★★★★☆
내 결과물에 대해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을 들으면 흥미롭다. 신입사원 때는 사수에게 '단점을 말해달라'고 정말 귀찮을 정도로 물었었다. '넌 네 얘기를 남 얘기처럼 한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이 능력의 단점은 스스로에게 좀 너무할 정도로 냉정할 때가 있다는 것.
강약약강이 아닌 강강약약. 한 문장으로 딱 정리되는 특징이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그게 누구든 돕고, 해야 할 말이 있다면 상대가 누구든 필요한 만큼의 목소리를 낸다. 역시 참 드문 사람들이다. 내가 운이 없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강약약강을 더 많이 봤다.
자가평가: ★★★★☆
늘 필요한 말은 그게 누구든 해왔다. 아무리 상사라도 입바른 소리 잘 못하겠다. 아닌 것에 대답을 안할 수는 있어도, 맞다고는 대답 못한다. 그리고 요새는 같이 일하는 팀원 분이 내 눈치를 보지 않고 할 말을 하게 하는 데 성공한 것 같다...!
일로 만난 최악의 사람들은 위에서 말한 일을 깔끔하게 하는 유형의 반대+범죄자. 그렇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나쁜 양아치를 넘어선 진짜 범죄자들도 봤다. 성범죄/ 사기/ 횡령 정도로 범죄 유형을 묶을 수 있는데, 놀라운 건 아무도 감옥에 가지 않았고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뭐, 나쁜 말을 길게 하면 기분이 좋지 않으므로 짧게 이 정도로만 쓰고 끝내고 싶다. 범죄자는 피하거나 신고해야겠지만, 양아치는 아래 말을 되새기며 잊어버리려고 늘 노력하며 산다. 멘탈 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믿으며.
누군가를 싫어하는 마음은
내가 나아가는 데에도 나아지는 데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