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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윤 박사 Apr 06. 2022

천국의 열쇠를 쥔 베드로의 와인

프랑스 부르고뉴 로마네 꽁띠의 십자가, 보르도 페트뤼스의 황금의 열쇠





  하늘의 별처럼 많은 와인 중에서도 대표적인 와인 국가가 프랑스이고 다양한 스토리가 있는 명품 와인이 많다. 프랑스 자존심인 부르고뉴의 로마네 꽁띠(Romanée Conti) 와인과 쌍벽을 이루는 것이 보르도의 페트뤼스(Pétrus) 와인이다. 로마네 꽁띠 와인은 신주(神酒)로 포도밭의 이름을 브랜드로 사용하면서 13세기부터 유명세를 치렀다. 로마네 꽁띠 포도밭에 신비로운 예수님의 십자가가 상징물로 우뚝 서 있으며, 오가는 마을 주민, 관광객들이 십자가 앞에서 두 손을 모아 기도한다.

 





  그러나 페트뤼스 와인은 페트뤼스(Pétrus)는 영어 이름 Peter, 라틴어 이름 Pierre로 성경에 나오는 예수의 12명 사도 중에서 수제자인 베드로(Peter the Apostle)를 브랜드화했지만, 크게 명성을 얻지 못했다. 예수의 제자이면서 첫 번째 로마 교황인 성 베드로의 유명세도 영향을 주지 못했고, 1945년까지만 해도 무명의 와인이었다. 그러나 최근 죽기 전에 꼭 마셔야 죄를 사하고 천국으로 가는 열쇠를 받을 수 있는 와인으로 유명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예수의 12명의 사도 중에서 말썽꾸러기 베드로

  옛날부터 로마는 역사적으로 초기 가톨릭 교회의 사도였던 성 베드로가 순교한 땅이자 그가 묻힌 장소로서 하나의 성지로 매우 중요시되었고, 이곳 포므롤(Pomerol)에 교회가 세워졌다. 그는 로마 교회 신자들의 지도자인 로마의 주교, 즉 교황이 일정한 권위를 지닌 존재로 자리매김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예수는 12명의 사도 중에 가장 많이 실수도 하고 말썽꾸러기였으며, 3번이나 배신했던 베드로를 선택하고 특별한 수위적(首位的) 권한을 부여하면서 천국의 열쇠도 맡겼다. 예수의 베드도에 대한 지극한 사랑도 있었지만, 베드로의 일편단심 예수의 사랑도 한몫을 했다.

  베드로는 예수로부터 위탁받은 가톨릭 교회의 수장으로 하느님의 백성을 사목(司牧)하는 권능을 부여받아 로마에 교회를 설립했다. 그 후 베드로는 로마에서 순교하였고, 그의 무덤 위에는 가톨릭적, 사도적, 로마적인 교회의 상징으로 웅장한 건물이 세워지게 됐다. 교황의 권위는 근대 이후 고고한 권위를 강조하는 군주로서 모습보다는 목자로서의 모습을 의연히 지키면서 대중에게 친숙한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세기 교황들은 단순히 로마 가톨릭 교회 안에만 머물지 않고 초국가적 입장에서 국제문제를 비롯한 각종 윤리와 사회문제를 지도해오면서 세계 평화에도 크게 이바지하여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와인의 비밀과 천국으로 가는 열쇠

  페트뤼스 와인은 레이블에 성인 ‘베드로’를 형상화했고, 그의 오른손에는 황금의 열쇠, 즉 천국 가는 열쇠를 갖고 있다. 레이블의 노란색 바탕의 붉은 글씨는 ‘와인의 비밀이 담겨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페트뤼스
와인이 생산되는 포므롤(Pomerol) 마을은 로마 시대 수도사들이 생 자크 드 콩보스텔(Saint-Jacques-de-Compostelle)까지 가는 성지 순례길의 중간 기착지인 이곳에 가톨릭 병원을 세우고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 양조를 시작하면서 ‘수도원의 와인’으로 알려졌다. 이 마을은 오랜 역사와 전통에 비하면 타 지역의 와인만큼 알려지지 않았다. 1878년 파리 만국박람회 당시 페트뤼스 와인이 금상을 받아 인정받았지만, 여전히 유명세는 없었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와인, 퍼스트 레디의 와인

  1953년 페트뤼스 와인은 영국 윈저 왕조 제4대 여왕인 엘리자베스 여왕 2세의 대관식 때 공식 와인으로
지정되면서 명성을 얻었고 이후에 약혼식, 결혼식에 공식 와인으로 사용되면서 더욱더 알려졌고, 이때 포므롤(Pomerol) 마을도 알려졌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영부인 재클린 여사가 즐겨 마시면서, 대중에게 퍼스트 레디가 마시는 최고의 와인으로 진가를 발휘하였다.

  페트뤼스(Pétrus) 와인의 포도밭은 28.5 에이커로 작은 규모이며, 포도나무 수령은 평균 45세 이상이고,
1년에 약 4,000 케이스 정도 생산한다. 포도 품종은 메를로(Merlot) 95%,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5%를 블렌딩 하며, 프랑스 산 뉴 오크통을 100% 사용한다.




  교황 1세인 베드로께서 자신의 얼굴을 형상화한 페트뤼스 와인이 교황, 여왕, 대통령까지 전 세계에 평화와 사랑을 전하는 메시지를 들으시고 오랫동안 간직한 비밀을 풀고, 천국의 열쇠로 은총을 베푸시는 기적을
만들었듯이 현재, 코로나,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 고통받고 있는 우리에게 베드로의 기적이 있길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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