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 with Why> | 사이먼 시넥
매일 수많은 기획이 쏟아지지만, 정작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드물다. 화려한 기술과 유행을 좇다 보면 어느새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기 때문이다. TED 강연으로 유명해진 사이먼 시넥의 <스타트 위드 와이(Start with Why)>에 따르면, 모든 행동은 무엇(What)이 아닌 왜(Why)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를 골든 서클(Golden Circle)이라고 부르는데. 이 명쾌한 원리 덕분에 복잡한 기획 업무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했다
이 책은 주로 기업 경영이나 사업적 성공 사례를 다루고 있지만, 그 핵심 원리는 결코 경영 영역에서만 머무르지 않는다. 개인의 작은 프로젝트부터 일상 업무까지 넓게 적용할 수 있다. '왜'라고 묻는 것은 일의 본질을 정의하는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자기 일에 분명한 신념을 부여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 책에는 보통의 직장인들이 본인 업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훌륭한 기업가들은
사업이 판매로 수익을 창출하는 일
그 이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지점에 이르렀다
나 또한 최근 업무 중에 'Why'의 부재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험한 적이 있다. 최근 '정서불안 김햄찌' 채널을 재밌게 본 동료가 우리도 인공지능으로 비슷한 동물 캐릭터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유는 '요즘 유행하기 때문'이라는 점이 전부였다. 그 순간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근본적인 이유(Why)는 고사하고, 실질적인 구현 계획조차 없는, 그저 기술의 이름만 빌려 던져놓은 무책임한 아이디어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해당 제안에 '고객'이 없었다는 점이다. 영상으로 전달할 메시지나, 고객이 얻을 가치를 고민하지 않은 제안이었다. 이는 기획에 'Why'가 실종되었다는 증거다. 그저 '나도 인공지능으로 트렌디한 거 해봤다'는 자기만족과 과시욕만 느껴졌다. 트렌드라는 파도에 올라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욕망에 불과했으며, 결코 어떤 사람에게도 영감을 줄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기획자가 자기만족을 위해서 결과물을 만들려는 순간, 그 콘텐츠의 생명력은 끝난다. 앞선 '우리도 김햄찌 같은 거 만들어보죠' 같은 제안이 여기에 해당한다. 쓸모 있는 기획은 대상의 가치를 발굴하여 고객에게 전달하는 'Why'에서 출발해야 한다.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Why'가 없다면 생성형 인공지능 같은 최신 기술을 동원하더라도 대중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는 무의미한 부산물에 그칠 뿐이다.
마지막으로 기술은 도구일 뿐, 기획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인공지능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우리는 더욱더 집요하게 '왜'라고 질문해야 한다. 그리고 고객에게 닿지 못하는 자기만족을 경계하고, 본질적인 가치를 설계하고 이를 구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결국 기획의 시작과 끝은 기술이 아닌 사람의 영역이다. 화려한 기술보다 단단한 신념이 담긴 결과물은 그렇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