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로 세상을 바꾼다는 거짓말

<냉정한 이타주의자> | 윌리엄 맥어스킬 | 부키 출판

by 제이
1. 선의의 함정과 효율적 이타주의: 따뜻한 마음이나 동기보다 실제로 창출된 결과의 크기를 중시하며,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선을 행하려는 '효율적 이타주의'의 필요성을 제시합니다.
2. 데이터와 맥락의 중요성: '플레이펌프'의 실패 사례를 통해 겉보기에만 화려한 아이디어가 현장의 맥락과 데이터를 무시할 때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 경고하고, 증거에 기반한 냉정한 사고를 강조합니다.
3. 광고 제작자의 프로 의식과 책임: 제작자의 예술적 욕심이나 기술에 대한 집착 대신 광고주의 자본이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되도록 설계하는 책임감 있는 태도를 다룹니다.

선의는 세상을 이롭게 하지 않는다

따뜻한 마음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냉혹한 이야기지만 그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선행의 결과보다는 자신의 만족감을 우선하는 덫에 빠진다. <냉정한 이타주의자>를 쓴 윌리엄 맥어스킬은 이 함정을 경계하고 이성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것을 권한다. 그에 따르면, 선행의 가치는 동기가 아니라 실제로 창출된 결과의 크기로 측정되어야 한다


이를 ‘효율적 이타주의’라고 부른다. 이는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선을 행하려는 수학적 논리다. 실제로 어떤 지원은 다른 방법보다 백 배 이상의 효율을 내기도 한다. 그렇기에 감정에 호소하기보다는 통계가 가리키는 확실한 곳에 자원을 투입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착하게 살자는 구호를 넘어, 어떻게 해야 고통의 총량을 가장 많이 줄일 수 있을지 검토한다.


대표적 사례가 ‘플레이펌프’다. 이는 검증되지 않은 선의가 초래하는 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이들이 일명 뺑뺑이를 타고 놀고, 그를 통해 만들어진 동력으로 지하수를 끌어올린다는 아이디어는 후원자들에게 희망찬 아이디어를 선사했다. 하지만 이 기구는 기존 수동 펌프보다 가격이 4배가량 높았다. 심지어 아이들이 놀지 않을 때는 성인 여성들이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억지로 돌리는 착취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실패 사례는 이용자의 맥락과 데이터를 무시한 채 ‘그럴듯하게 멋져 보이는 환상’에만 취했던 결과였다. 저자는 이런 실패를 줄이기 위해 ‘증거에 기반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겉으로 보기에 좋아 보이는 아이템일수록, 그 이면에 숨겨진 실질적인 효용과 비용을 냉정하게 따져보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은 자기 자신이 문제 해결에 주인공이 되려는 어설픈 욕망을 내려놓아야 것이다. 자신의 선함을 증명하기 위해 화려한 프로젝트에 매달려선 안 된다. 대신, 말라리아 모기장 배급처럼 대단하지 않아 보여도, 타인에게 확실히 도움을 줄 수 있는 걸 택해야 한다. 즉, ‘냉정한 이타성’이란 자기만족보다 타인의 고통이 실질적으로 경감되는 결과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다.


이타적 행위에
데이터와 이성을 적용할 때라야
비로소 선한 의도가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게 광고주에게 뭐가 좋은데요

내가 소속된 광고 영상 제작 업계에도 종종 ‘새로움’이나 ‘트렌드’라는 명분 아래 클라이언트의 자원을 무분별하게 낭비하려는 이들이 있다. 최근 유행하는 정서불안 김햄찌 사례를 보고서, 비슷하게 만들자는 주장이 많았다. 그들은 김햄찌의 본질이 인공지능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직장인 이야기’라는 걸 알고 있을까? 아마, 자기도 인공지능으로 뭔가를 해봤다는 자기만족을 얻고 싶은 게 아닌가 싶다.


분명 이건 뭐라도 해보고 싶은 누군가의 열정을 식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들이 하려는 일이 ‘광고주에게 뭐가 좋은가요?’라는 질문에 답이 나오지 않는 걸 진행할 이유는 없었다. 해야 할걸 하는 것만큼 하지 말아야 할걸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그걸 강제로 진행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책에 나온 ‘플레이펌프’와 같은 겉만 번지르르한 실패작이 되지 않았을까?


대신 우리 팀이 선택한 건 쇼츠에 릴스, 틱톡에서 많이 쓰이는 커뮤니티 게시글 형식의 소재였다. 화려한 기술이 사용되는 건 아니지만, 적은 시간과 비용이 확실한 장점이었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요즘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포맷이다. 여기에 광고주 상품의 장점을 작게 쪼개서 담으니 메시지도 명확해졌다. 숫자로 드러난 성과도 기존 소재들보다 우수했다.


결국 냉정한 이타주의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자기만족이 아닌 상대 효용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광고 제작자에게 이는 곧 자신의 예술적 욕심이나 기술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광고주의 자본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정교하게 설계하는 책임감을 말한다. 화려한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이 프로젝트가 누구의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지를 입증해 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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