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 본질은 해결책이 아닌데요

<다시 기획은 2형식이다> | 남충식

by 제이

현상을 문제로 착각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언제나 답을 찾길 원한다. 그러다 눈에 보이는 현상을 문제로 착각하고, 서둘러 해결책을 내놓는다. 예를 들어, 매출이 떨어지면 가격을 깎고, 조회수가 낮으면 자극적인 썸네일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진짜 해결책이 아니다. 순간 고통을 잊는 진통제일 뿐이다.


남충식의 <다시 기획은 2형식이다>는 현상 너머의 기획의 본질을 다시 정의한다. 그 구조는 꽤 단순한데,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한다는 것이다. 특히, 핵심은 앞단에 있는 '문제 정의'다. 하지만 대부분 기획은 이 단계를 넘지 못한다. 현상(Phenomenon)과 문제(Problem)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현상에 머무르는 걸까? 그게 어렵고 힘들기 때문이다. 깊은 바다를 한번 떠올려보자. 물 밖에서 누구나 쉽게 뛰는 것처럼 현상만 훑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반면, 심해에 들어갔을 때는 어떤가? 같은 한 걸음이지만, 들어가는 에너지는 차원이 다르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다.


그럼에도 이 수압을 견디고 진짜 문제를 건져 올리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대책 없어 보이던 난제들이 2형식(P → S)으로 명쾌하게 정리되기 때문이다. 잘 정의된 문제는 그 자체로 해결책을 품고 있다. 그때부터 해결책은 억지로 짜내는 창작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발견이 된다. 우리가 물속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이유다.


기획에서 해결해야 할 건
문제가 아닌 문제점이다.
문제의 현상과 문제의 본질을 구분하라


일의 결과에 뿌듯함'만' 남는다면?

광고대행사 영상 PD로 일하면서도 비슷한 경험이 많다. 산업이 산업이다 보니 성과 압박이 상당하다. 그래서일까? 적잖은 사람들이 '요즘 유행하는 거 따라 하죠?', '인공지능 써서 있어 보이게 만들죠'라는 식의 고민 없는 솔루션을 내던진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건 기획이 아니다. 기술을 전시하는 '쇼'나 유행을 좇는 '치기'에 가깝다. 문제는 기술의 부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진단이 없다면 병을 치료할 수 없다. 그처럼 문제를 고민하지 않은 채 솔루션만 있는 기획은 공허하다. 본질을 외면한 솔루션은 아무리 화려하게 포장해도, 결국엔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 '보기 좋은 오답', '빛 좋은 개살구'다.


생각해 보면 이럴 때 '뿌듯함'이 가장 먼저 찾아온다. 아니, 정확히는 뿌듯함'만' 남는다. 뭔가 그럴듯한 해결책을 내놨다는 생각에 마음이 벅차오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건 진짜 문제를 해결한 기쁨이 아니다. 그저 자기만족 경우가 많다. '무엇을 해결했는가'보다 '내가 무엇을 했다'에 도취될 때, 영락없이 길을 잃고 만다.


그럴듯하게 글을 적었지만, 나라고 뭐 항상 대단하게 잘 해내는 사람이 아니다. 방심하는 순간, 본능은 언제든 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려 할 것이다. 맞다. 이 글은 남을 위한 조언이 아니다. 타성에 젖지 않으려는 나 자신을 향한 매일의 경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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