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희소성과 대체불가능한 인재
연예인 갑질과 스태프 처우 논란은 주기적으로 연예계 1면을 장식하는 뉴스 중 하나이다.
물론 연예인 갑질을 옹호한다거나 스태프 대우를 개선하지 않아도 좋다는 말도 안 되는 이분법적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갑질을 해서는 안되고, 근로자의 처우는 개선할수록 좋다. 오늘은 이런 윤리적인 이야기를 떠나서 왜 이런 현상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지 탐구해 보고자 한다.
연예인 갑질 뉴스(혹은 부동산 매입 뉴스)에 공통적으로 달리는 댓글들이 있다.
" 연예인들보다 스태프가 더 고생하는데 연예인들 출연료가 더 많은 것이 말이 되나?"
"드라마 회당 출연료가 00 억?
스태프들에게 나눠줘라"
어떻게 보면 일리있는 이야기이다. 연예인들은 일반인들은 평생 동안 상상하지도 못하는 액수의 돈을 번다. 딱히 하는 일도 없어 보인다. 매일 비싼 관리를 받고 휴식을 취한다. 제작사에서 나눠준 대본을 보고 현실과 동떨어진 감정연기를 하기 위해 몰입한다. 그리고 1시간 정도 되는 회차에 출연하면 일반인의 연봉 몇배에 달하는 돈을 받는다.
반면 스태프들은 어떨까? 그들은 24시간 동안 연예인들을 서포트하고 밤낮없이 일하면서 최저시급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연예인들이 밤낮없이 새벽촬영을 한다고 가정해도 급여 수준을 비교하면 굉장히 불공평해 보인다.
어떻게 이런 수익 구조가 가능한 걸까?
연예인이 드라마 제작사에게 갑질을 한 것일까?
방송사 사장 약점을 잡고 협박을 한 것일까?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가 어떤 성격을 띠고 있는지 파악하면 쉽게 답을 도출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사회이다. 모든 것은 시장 경제의 원리에 따라 돌아간다. 사실 한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회가 그러하다. 단순히 시간당 노동을 많이 한다고 해서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노동 시간이 길어진다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아니다.
노동시간이 길수록 돈을 많이 받아야하는 것은 아니다.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학창 시절 책상에 가장 오래 앉아있는 학생을 서울대에 보내야한다는 것에 동의하는가? 불공평하지 않은가?
연예인들이 스태프보다 돈을 많이 받는 이유는 "희소성의 원리" 때문이다. 손쉽게 구할 수 없는 '희소한' 물건일수록 더 높은 가치가 부여된다.
안타깝지만 스태프 인력들은 쉽게 대체할 수 있다. 그들의 공급이 많기 때문이다. 연예인 갑질 뉴스가 항상 끌올되어도 그 연예인이 돈을 버는 이유와 스태프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도 시장의 원리에 있다. 그 자리를 원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 그리고 그 중이 떠나면 그 자리는 다른 중으로 쉽게 대체된다.
처우가 개선되려면 모든 스태프들이 작정하고 보이콧을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자칫하다간 업계에 소문이 펴져 그 분야에서 일을 구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취업 준비를 해보면 알겠지만 갑자기 직무를 바꾸긴 쉽지 않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대사가 나온다.
A million girls would kill for this job
런웨이의 악마라고 불리는 미란다가 비서에게 매번 횡포를 부리고 마음대로 갈아치울 수 있는 이유이다. 그녀가 말도 안 되는 갑질을 해도 그녀의 에밀리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줄을 서있다.
그렇다면 연예인은 어떨까? 그들은 이름 자체가 브랜드 가치를 지닌다.
샤넬만 사던 사람이 갑자기 루이비통을 사지 않는 것처럼, 애플 유저가 특별한 이유 없이 갤럭시로 바꾸기 쉽지 않은 것처럼 연예인도 대체되기 쉽지 않다. 그들의 '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팬들이 연예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외모, 연기력, 성격, 가치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가 존재한다. 갑질 논란이나 병크가 터져도 연예인이 계속 돈을 벌 수 있는 이유는 돈을 쓰는 소비자(=팬) 입장에서 유의미한 요소가 아니면 뭐... 한마디로 소비하는 사람(수요)이 계속 있기 때문에 그들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수요는 생각보다 견고하다. 심지어 팬들이 먼저 병크를 발견하고 묻어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비슷한 외모나 콘셉트의 연예인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건 정말 모르는 일이다. 실제로 드라마가 종영된 후 그 드라마 오디션을 본 배우 리스트가 공개됐을 때 대중들은
"역시 000 아니면 안 됐다."
"000 아니면 누가 저 역할을 해"
이런 반응이 대다수이다.
정리하자면 연예인은 대체가 어렵기 때문에 희소성의 원리에 따라 돈을 많이 받는다. 반면, 스태프는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받는 돈이 적다. 단순히 스태프의 노동시간이 많고, 일이 힘들기 때문에 연예인이 받는 돈을 스태프에게 나눠주자는 말은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논리다. 연예인이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힘들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 또한 어불성설이다. (근데 이거랑 별개로 연예인 걱정은 안 하는 게 맞습니다.)
" Be kind, for everyone you meet is fighting a harder battle.”
“친절히 하세요.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각자 힘겨운 전투를 치르고 있습니다."
- Plato 플라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은 대체불가능한 인재가 되면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찾고 그 능력을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압도적으로 잘하는 무기를 하나 만들거나 적당히 잘할 수 있는 무기 2~3개를 다루거나...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