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빙산이다

당신이 매일 지나치는 그 사람의 진짜 이야기

by Jay thinks 제이띵스

지하철 2호선 강남역 9번 출구.


매일 오후 3시마다 같은 자리에서 커피를 파는 할머니가 있다.

사람들은 그냥 지나친다. 커피 파는 할머니. 그게 전부인 줄 알고.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알게 됐다. 이 할머니가 30년간 초등학교 교장을 지낸 분이라는 걸. 퇴직 후 혼자 사는 아들을 위해 용돈이라도 보태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 작은 보온병 안에는 교육자로서의 자부심과 모성애가 함께 우러나고 있었던 거다.


우리는 매일 수백 명의 사람과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그들을 단순하게 범주화한다. '직장인', '학생', '상인', '노인'. 하지만 그 뒤에는 우리가 상상조차 못 할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건물도 비밀을 품고 있다

홍대 골목길의 낡은 3층 건물. 1층은 치킨집, 2층은 원룸, 3층은... 뭐가 있을까?

지나다니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

알고 보니 3층엔 30년 된 작은 녹음실이 있었다. 수많은 인디 뮤지션들의 꿈이 태어나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나는 공간. 벽면을 가득 채운 앨범 커버들은 모두 이곳에서 녹음된 작품들이었다. 치킨 튀기는 소리와 음악이 만나는 기묘한 조화가 이 건물의 정체성이었던 거다.


도시의 모든 공간에는 겹겹이 쌓인 시간과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보는 건 가장 표면적인 레이어일 뿐이다.


SNS는 가장 큰 착각의 무대

인스타그램 피드를 스크롤하다 보면 모든 사람이 행복해 보인다.

맛있는 음식, 예쁜 카페, 멋진 여행지, 완벽한 셀피. 하지만 이건 편집된 하이라이트 릴이다.

그 완벽한 브런치 사진 뒤에는 남자친구와의 차가운 침묵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환한 미소 뒤에는 이번 달 카드값 걱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실제로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SNS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이 타인의 삶을 과대평가하고 자신의 삶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나보다 행복해 보이는' 착각의 정체다.

침묵 속에 숨겨진 무게

지난주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옆집 아저씨. 항상 조용히 인사만 하고 지나가셨는데, 그날따라 표정이 좀 어두워 보였다.

나중에 경비 아저씨를 통해 들었다. 20년 넘게 다닌 회사에서 명예퇴직을 권유받았다고. 아직 대학생인 아이 둘을 키우는 상황에서. 그 조용한 인사 속에는 가장으로서의 무게와 불안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던 거다.

우리는 서로의 표면만 보고 산다. 그 밑에서 각자가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복잡함이 만드는 아름다움

세상이 단순하다면 얼마나 지루할까. 모든 사람이 겉보기 그대로라면, 모든 공간이 용도 그대로라면, 모든 관계가 표면적이라면.

하지만 다행히 세상은 복잡하다. 그 복잡함 속에서 우리는 예상치 못한 감동을 만난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에게서 비범한 이야기를 발견하고, 익숙한 공간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낸다.

호기심이 열어주는 세계

결국 이 모든 숨겨진 이야기들을 발견하는 열쇠는 호기심이다.

'저 사람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저 건물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저 표정 뒤에는 어떤 마음이 있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순간, 평면적이었던 세상이 입체적으로 변한다. 흑백이었던 일상이 총천연색으로 바뀐다.


당신이 오늘 만날 사람들, 지나칠 공간들, 마주할 상황들. 모두 보이는 것 이상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조금만 더 자세히 보고,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자.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한 곳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