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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won Kim Mar 31. 2020

작가 소개 (1) -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교육

내가 경험한 교육

스페인에서 4년 간 다닌 국제학교.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만든 학교였다.



저는 아침에는 학교 책상 밑에서 몰래 학원 숙제를 하고, 밤에는 학원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친구들과 아이돌 얘기에 바빴던 한국의 여중생이었습니다. 부모님은 밤낮으로 바쁜 제가 열심히 공부한다고, 흐뭇하게 생각하셨던 것 같지만 지금 돌아보면 사실 밤낮으로 바쁘기만 해 공부라는 것을 해볼 겨를이 없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공부가 무엇인지, 배움의 기쁨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평균 80점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중간, 기말고사를 코 앞에 두고서야 교과서를 펴고는 했습니다.


그러던 저는 중학교 3학년, 우연한 기회로 스페인 마드리드로 이사를 가 그곳 국제학교에서 유럽의 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 과정을 4년간 경험하게 됩니다. 일본이 4차 산업혁명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공교육에 도입하기도 한 International Baccalaureate 과정 안에서 저는 학업에 대한 점수와 함께 노력에 대한 점수를 받았고, 스스로 학습 주제를 정해 저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중.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했습니다. 


수년간 청담어학원에서 갈고닦았던 영어실력은 어디 갔는지, 수다쟁이였던 저는 국제학교 입학과 동시에 영어 앞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습니다. 그런 제가 수업시간에 영어 한 단어를 더 받아 적기 위해 귀를 열심히 기울이는 모습을 보시고 화학 선생님은 제가 처음 받은 성적표에 7점 만점에 3점, 그리고 최고의 노력 점수를 (Excellent) 주셨습니다. 선생님이 제 노력을 알고 계시다는 사실에 저는 기쁜 마음으로, 학원 숙제와 엄마의 협박 없이, 스스로 책상에 앉아 네이버 영어 사전을 뒤져가며 수업 내용을 복습하기 시작했습니다. 


IB 과정에서는 중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2000자짜리 에세이를 쓰게 합니다. 그리고 저는 하필이면 중학교 3학년에 IB 과정을 시작했죠. 수업도 따라갈 수 없었던 저는 하루 3시간씩 ESL (English as Second Language -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아이들의 영어공부를 도와주는 선생님) 선생님과 함께 제가 써놓은 영어단어를 문장으로 만드는 작업을 2개월 간 하며 에세이를 써냅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팝아트로 재해석하기’로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한 저는 프로젝트 평가에서 7점 만점에 7점을 받는 기적을 경험합니다. 


저는 이런 과정을 통해 처음으로 노력의 가치와 배움의 기쁨,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했던 공부와 과제를 직접 정하고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은 교과서에 나오는 사실 그대로를 암기하고, 다섯 개의 보기 중 정답을 고르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이 깊고, 자유롭고, 즐거운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제 열심을 알아주시는 선생님들과 열심히 할수록 오르는 성적, 어려운 것을 스스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풀이 죽어있던 저에게 성취의 기쁨과 자신감을 불어넣었습니다. 


선생님들은 제가 인터넷에 있는 정보들을 그대로 글로 옮기기보다는 정보를 수집, 분류, 해석,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저만의 시각, 견해, 판단을 가질 수 있도록, 그리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격려하셨습니다.


 




교육 과학 분야의 선구자인 로베르타 골린코프와 캐시 허시 파섹 교수는 그들의 책 “최고의 교육”에서 인공지능 시대에 성공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능력으로 6C를 꼽습니다. 6C는 정보 content, 협력 collaboration, 의사소통 communication, 비판적 사고 critical thinking, 창의적 혁신 creative innovation, 자신감 confidence을 뜻합니다. 그들은 교육의 목적이 정보 암기를 평가하는 시험에서 'All 100' 맞는 아이를 만드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고 건강한 아이가 공동체에 기여하는 미래형 인재로 자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에 있다고 설명하며 아래와 같이 말합니다. 


"세상은 아이들에게 점점 더 많은 지식정보들을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계속 강조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이 지식 정보뿐이라면 오히려 인간보다 로봇이 훨씬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앞으로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하게 될 일을 교육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일에서 항상 로봇이 인간보다 나을 것이다. 

오직 창의적이고 협력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잘 설계된 로봇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뛰어넘는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학문적 제조 시스템은 설계된 목적대로 움직이고 있다. 하나의 지식 개체로서 학습하고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어울리지 않을 뿐.”


오늘날 우리 아이들은 21세기, 인공지능 시대에 적합한 교육을 받고 있을까요? 학교와 집, 학원에서 아이들은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다른 이와 소통하고 협력하며, 자신 있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고 있을까요? 아니면 여전히 제조업 시대를 위해 만들어진, 객관식 시험을 위한 교육을 받고 있을까요? 


지식에 부족함이 없는 오늘날에는 지식을 외워 답을 고를 수 있는 사람이 아닌, 새로운 답을 생각해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점수와 대학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닌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비전을 갖고 공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시험을 잘 보는 방법이 아니라 배우는 방법을 배워, 평생 배움을 즐기는 사람으로, 그리하여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새로운 기회를 당당히 취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아이가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도록 이끌어 줄 수 있을까 질문하고, 연구하는 교육자 김재원입니다. 브런치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교육, 인공지능의 노예가 아닌 인공지능의 주인이 될, 생각하는 힘을 가진 아이를 기르는 방법에 대해 소통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21세기의 기업가, 사상가, 발명가를 키워내기 위해 고민하고, 헌신하고 계실 독자분들께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Empower people through education in the age of AI’

제가 교육 사업을,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입니다.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주입식 교육, 시험을 위한 교육은 발명가와 혁신가를 길러낼 수 없으며 단지 수동적인 정보의 소비자를 길러낼 뿐이다. 발명가가 아니라 추종자들을 말이다. 우리는 과연 21세기를 위해 어떤 시민들을 원하는가?”  David Kohn, 뉴욕타임스 사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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