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좋아서, 날이 좋아서, 날이 좋아서.
모든 것이 날씨 때문이었다. 누군가 내게 멕시코시티로의 이민을 결정하게 된 이유를 물으면 이렇게 대답했다. (당연히 이유의 100%가 날씨 때문은 아니다. 직업, 친구, 가족, 환경, 벌이, 음식 등등 열댓 개 정도 되는 이유들을 나열한 후 감안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들은 지우고, 노력으로 바뀌는 부분들도 거르고 나니 마지막에 남은 그 이유가 날씨였다.) 날씨만 놓고 본다면, 이 곳 멕시코시티가 내가 다녀본 세계 도시들 중 TOP 1이다. 늘 온화하고 따사로워 어디 앉아서 햇볕만 쬐고 있어도 '아, 너무 좋다! 너무 행복하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거기에 맥주 한 캔 딱~ 따서 한 모금 촥~ 마셔주면 그냥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이 도시가 가장 추울 때는 영상 5℃정도, 가장 더울 때도 30℃ 안쪽. 연교차가 25℃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서울을 기준으로 겨울에는 영하 20℃, 여름에는 영상 40℃로 1년 365일 동안 60℃ 가까이를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생각하면 여기 날씨는 정말 평화로움 그 자체라 볼 수 있다.
작년 겨울에는 기온이 6도로 떨어졌다고 문자로 한파주의보를 받았다. 그 날, 가이드를 맡은 팀이 있어서 오전에 손님들께 "옷 잘 챙겨 입고 나오세요~!"라는 문자를 보냈다가 '도대체 어디가 추운 거냐'는 가벼운 원망을 듣기도 했다.
여름에는 햇볕이 쨍-하다. 하지만 덥진 않다. 그늘에만 가면 선선하다. 습도가 없어서다. 그렇다 보니 후덥지근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여름 볕에 가을 바람, 멕시코시티의 날씨를 설명하기에 딱 적합한 표현이다.
(+) 모든 게 날씨 때문이야
여기서부터는 뇌피셜이 큰데, 이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덜 부지런한 것도 날씨 덕(?) 일지도 모른다. 아무 때나 씨를 뿌려도 잘 자란다고 하니, 게으름 필 새 없이 계절 계절에 맞춰해야만 할 일이 명확했던 우리의 농경사회와는 많이 다른 분위기였을 것이다.
요즘의 생활 면을 보아도 마찬가지다. 우선 집의 퀄리티가 한국만큼 중요하지 않다. 그저 천장 있고, 벽만 있으면 한파로, 폭염으로 큰일을 치를 일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기들은 옷 두 벌만 있으면 살 수 있단다. 늘 입고 다닐 반팔과, 조금 추워지면 걸칠 솜잠바 하나. 우스갯소리지만 납득 안될 말도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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