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라고 우기기
멕시코에는 사계절이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나름 시기를 나누는 객관적인 지표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건기와 우기다. (꽃으로 나누는 것은 나의 지극히 사적인 기준) 아, 멕시코시티에 더 많이 해당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우기는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동남아의 우기나, 우리나라의 장마철과는 다르다. 멕시코시티는 우기라고해서 하루종일 비가 오지 않는다. 거의 저녁때쯤, 한 5-7시 사이부터 비가 오기 시작해서 한두시간 바짝, 아주 세찬 비가 내리는게 일반적이다. (요즘에는 이상기후때문인지 이 루틴이 좀 바뀐것 같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은 우산을 잘 챙겨 다니지 않게된다. 주로 활동하는 시간대에는 비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 뿐만 아니라, 갑자기 비가 쏟아진대도 쇼핑몰이나 카페에서 한시간 남짓 기다리고 있으면 나올때쯤에는 비가 그쳐있다. 비가 내리기 전에 식당에 들어갔다가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면서 식사를 하고, 비가 그칠때쯤 나오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이렇게 비가 간헐적으로 내리니 습도가 높지 않다. 우기라고 하면 우리 머릿속에는 자연스레 습습하고 후덥지근한 날씨가 연상되기 마련이지만, 멕시코시티는 비가 내려도 내내 내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습하지가 않다. 원래 건조한 환경이기도 하고. 오히려 뜨거운 태양열을 식혀주기 때문에 비온 후 선선한 날씨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기온 뿐만 아니라 우기를, 그러니까 비를, 기다리는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바로 공기다. 멕시코시티는 매연이 빠져나가기 어려운 구조의 분지 형태의 지형에 자리하고 있어 대기질이 별로인데, 우기때에는 비가 그 공기중의 먼지들을 씻어내는 것. 이때는 맑고 파란 하늘을 매일같이 볼 수 있다.
아. 멕시코시티의 우기는 6월에서 11월 정도이고, 건기는 12월에서 5월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두 시기 다 여행하기에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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