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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스민 Oct 23. 2019

<프롤로그> 30대면 어른일 줄 알았지.

아직도 탐험중인 내 인생

20대에는 마음이 늘 분주했다 


대학을 늦게 들어간 탓인지도 모르겠다. 무언가 남들보다 더 많이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졸업하고 2-3개월 후에 바로 취업했다. ‘모두가 꿈꾸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입사 후에 경험해보니 ‘내 꿈에 가까운’ 직업이었다. 그럼에도 고민은 계속되었다.


취업 후 한 1-2년쯤 지났을 땐가, 일은 곧 잘 따라갔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냥 주어진 일을 잘 처리해 내는 정도였던 것 같다. 쓰이기 좋은 적당한 딱 그 정도. 그렇게 정신없이 일을 배우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왠지 방향 없이 소모되고 있는 나사조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였다.  나만의 ‘스페셜리티’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게.


서른엔 내 길이 내 앞으로 와있을 줄 알았지


‘29살이 될 때까지만 고민하고 30살부터는 한 우물만 파야지’라는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한 2년간은 죽어라고 '다양한 경험'에 집착했다. 물론 이것 저것 많이도 좋아하는 내 성향 탓이기도 하다. 악기도 배우고 드로잉도 배웠으며, 요리, 와인, 커피(주로 입에 들어가는 걸 좋아했나 보다) 등등에 관심을 가졌고, 스포츠 동호회 활동도 했다. 직장인 자기 계발의 기본인 운동과 영어도 물론 병행했다.


그렇게 쫓기듯이 열심히 하면서 서른이 되면 어떤 길을 가야 할까 하는 고민 속에 살았는데 아무것도 정한 것 없이 그 나이를 맞이했다. 그리고는 ‘원래 시작은 1부터니까. 서른까지 채우고 서른 하나부터 한 우물인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달리 달라진 것은 없었다. 나는 여전히 좋아하는 것이 많아서 방향을 못 잡은, 표류하는 30대 초반에 사회적으로는 갓 대리였다.  


0에서 1로 넘어가면서부터는 갑자기 생각이 바뀌더라. 내 인생이 아직 너무 길게 남았다는 것을 상기하게 되었고, 반드시 이 시점에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그래, 앞에 놓인 길부터 천천히 걸어가 보자. 늘 팽팽히 당기고 있던 (정신)줄을 조금 느슨하게 쥐어 보기로 했다. 여전히 여기저기 관심도 오지랖도 많은 채 30대 중반이 된 것이다.


30대 중반의 많은 이들이 나같이 살더라


그렇게 지나온 세월 속에 해결된 부분이 좀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지금은 고민이 더 많다. 생각이 많다고 해두자. 이제는 직업에서 뿐만이 아니라 결혼도 그렇고 인생 자체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당연시 여기던 것들이 과연 당연한지도 고민이고,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 자체가 고민이다. 지금은 이걸 고민하는 것이 맞는지도 고민이다.


근데 미디어를 보아도, 주변을 둘러보아도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트렌드란다. 퇴사생도 많고(나는 작년에 퇴사했다), 미혼녀도 많고, 비혼주의자도 많다(나는 비혼주의자는 아니고 그냥 미혼이다). 아, 여행자도 많고 고민자도 많다. ‘하마터면 너무 열심히 살 뻔’ 했으나 생각을 바꾼 이도 있고, ‘나는 나로 살기로 한’ 이도 있었다. ‘나’를 찾겠다는 사람들이 사회 전반에서 속속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같은 맥락에서 누구보다도 방황하고 있는 나도 한 번 적어보기로 했다. 다양한 모습으로 형태로 진행 중인 나의 방황기를. 이 글은 얼른 어른이 되어 안정되고 싶었지만 여러 의미에서 그러지 못해 삶을 여행중인, 지금 이 사회의 트렌드의 선두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달리 보면 이 시대의 가장 보편적인 30대 중반 여자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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