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회의 530호
감염병 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더 이상 해결 방법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제 모두가 알고 있다. 나를 둘러싼 일들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지만 이렇게 마음의 크기를 광활하게 초월해버리는 상황은 도통 겪어보지 못한 거였다. 부정적인 일상과 사회에 단단히 매인 상황이라고 밖에는 달리 말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새로운 일상을 위해 자신의 마음과 시간을 어려움에 처한 타인과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 의심과 환멸의 말들이 속을 비집고 나오는 시기에 따뜻하고 이타적인 행동으로 우리를 고맙고도 부끄럽게 만드는 그들. 각자의 일상을 횡단하여 타인의 그것을 살펴볼 줄 아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종류의 진심이 담겨있는 걸까. 요즘엔 일상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의 일상이 불안하면 나의 일상 역시 온전할 수 없는 거구나. 그렇게 이기적으로 생각해서라도 우리는 타인을 좀 더 바라봐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비단 나의 안녕함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 일상을 아픈 현재를 통해 느끼고 있다.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일상을 긍정할 수 있기를 불안한 내일에 바란다. 다시는 전과 같아질 수 없을 통증의 시간을 보내며 말이다. 정혜윤_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계기, 고통을 말하는 책 “삶은 어쩌면 자신에게 위험한 일이 닥치지 않는 한 각별한 의미를 얻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고통이 있긴 있는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계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 고통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 도시에서 시민들은 어떤 일이 닥쳐도 결국은 개인적인 관심사를 가장 중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습관을 방해하거나 이해관계에 해를 끼치는 것에 특히 민감하다.” “그보다는 작가는 인간존재의 탐구자일 것이다. 그녀가 미래에 대해 말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현재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관찰하고 ‘만약 우리가 이대로 산다면 어떻게 될까?’ 따져봤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이미 ‘앞으로 올 불행’에 대해서 경고를 하고 있다.” “미래에 전 세계적 유행을 일으킬 인수공통감염병은 현재 축산업계 일부에서 ‘생산성에 미치는 일시적인 문제’의 형태로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듀나_전염병을 통해 멸망의 공포를 그린 영화들 “우리는 지금까지 개연성에 대한 헛된 기대 때문에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꾼들을 얕보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