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반 동안 43개의 AI 웹앱을 만들었습니다.

"이 일... AI가 하면 안 되나?"

by 김종혁 강사


발단은 사소했습니다. 어느 날 오후, 평상시처럼 교육 제안 메일을 쓰고 있었습니다. 고객사에서 보낸 교육 요청서를 보고, 우리 커리큘럼 중 맞는 걸 찾고, 정중한 인사말을 붙여서 메일을 완성하는 일. 14년째 해온 루틴이지만 그날은 왠지 모르게 손이 멈췄습니다.


"이 일... AI가 하면 안 되나?" 그 한 마디가 모든 것을 바꿨습니다.


저는 개발자가 아닙니다. 학부에서 영문학,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기업교육 강사로 일합니다. 코드라곤 90년대에 만져본 DOS와 HTML이 전부였습니다. 그런 제가 45일 동안 하루 평균 1개꼴로 웹앱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중 40개에는 AI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신기한 건 단 한 줄의 코드도 직접 타이핑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모든 코드는 Claude가 작성했고, 저는 그저 "이런 게 필요해", "여기 좀 바꿔줘", "이거 왜 안 돼?"만 말했을 뿐입니다.


제게는 하나의 원칙이 있습니다. "3번 반복되면, 자동화한다."


불편함을 참지 않습니다. 업무를 하다가 "아, 이거 또 해야 하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저는 하던 일을 멈춥니다. 그리고 그 작업을 자동화하거나 간소화하는 데 시간을 투자합니다. 교육 제안 메일이 그랬습니다. 한 통 쓰는 데 15분 걸리던 걸, 자동화 앱 만드는 데 하루를 썼습니다. 미친 짓 같았죠. 하지만 그 뒤로는 같은 메일을 2분 만에 보내고 있습니다. 한 달에 60통이면, 첫 달부터 13시간을 번 셈입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통화 내용 메모하는 게 귀찮아서 CallArchive를 만들었고, 강의 실적을 엑셀에서 수동 집계하는 게 짜증나서 LectureTrack을 만들었습니다. 구글 캘린더에 일정 등록하려고 날짜를 일일이 클릭하는 게 싫어서 교육일정 등록기를 만들었습니다. 어떤 날은 밤 11시에 작업하다가 불편한 점을 발견하고, "내일 하자"가 아니라 새벽 4시까지 그걸 해결하는 앱을 만들었습니다.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덕분에 다음 날부터는 그 불편함이 사라졌습니다. 한 번의 고통으로 지속적인 편안함을 사는 거래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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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야심찬 프로젝트는 '나눔 RAG'였습니다. 14년간 쌓인 PPT 슬라이드 12만 장을 벡터 데이터베이스에 넣었습니다. 이제 "디지털 마케팅 관련 슬라이드 찾아줘"라고 입력하면, AI가 가장 관련 있는 슬라이드를 골라줍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검색된 슬라이드를 바탕으로 교육 제안서를 자동 생성하고, 이메일 초안까지 써줍니다. 예전에는 제안서 하나 쓰는 데 1시간이 걸렸는데, 지금은 10분이면 끝납니다. 운전 중에 "다음 주 삼성전자 AI 교육 제안서 만들어줘"라고 말하면, 도착할 때쯤 초안이 완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따로 있었습니다. 저는 기업에 "AI를 업무에 이렇게 쓰세요"라고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항상 고민이 있었습니다. PPT로 AI 활용 사례를 보여주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지만, "자, 이제 직접 해보세요"라고 하면 대부분 얼어붙더군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아예 용도별로 만들어진 AI 웹앱을 주면 어떨까? 프롬프트를 고민할 필요 없이, 빈칸만 채우면 결과가 나오는 도구 말입니다.


회의록 마법사는 교육에서 가장 반응이 좋습니다. 회의 내용을 복사해서 붙여넣으면, AI가 핵심 요약, 결정 사항, 액션 아이템을 자동으로 추출해줍니다. 수강생들이 실제 자기 팀 회의 내용을 넣어보고 "와, 이거 진짜 정리가 되네?"라고 말하는 순간이 가장 보람찹니다. 보고서 한 줄 풀버전은 핵심 한 줄만 입력하면 서론-본론-결론이 갖춰진 A4 한 장짜리 보고서가 자동으로 완성됩니다. SNS 카피 멀티생성기는 마케팅 메시지 하나를 입력하면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페이스북 각 플랫폼에 최적화된 버전으로 변환해줍니다.


15개의 교육용 도구를 만들고 나니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수강생들이 실제 자기 업무 데이터를 넣어보고, 결과물이 바로 나오는 경험을 합니다. 그러면 '나도 이런 불편함이 있는데 만들어볼까?' 하며 강한 동기부여를 받게 되더군요.

1개월 반 전의 저는 "이 일을 더 빨리 하려면 어떤 엑셀 함수를 써야 하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의 저는 "이 일을 아예 자동으로 하려면 어떤 웹앱을 만들면 되지?"라고 생각합니다. 코드를 배운 게 아닙니다. "이건 자동화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배웠습니다. 반복 작업이 보이면 참을 수가 없습니다. 3번 이상 같은 일을 하면 "이거 앱으로 만들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자동으로 떠오릅니다.


기술적으로는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했습니다. GitHub가 뭔지도 몰랐고, git push가 "밀어넣기"라는 건 알겠는데 어디로 밀어넣는 건지 감이 안 왔습니다. 지금은 43개 리포지토리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AI 시대에 개발자와 비개발자의 경계는 생각보다 훨씬 얇습니다. 중요한 건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아는 것"입니다. 14년간 교육 현장에서 쌓은 도메인 지식, 어떤 반복 작업이 고통스러운지, 수강생이 어디서 막히는지 아는 감각. 이것이 43개 앱의 진짜 엔진이었습니다. AI는 그걸 코드로 번역해준 번역기일 뿐이었습니다.


결국 43개 앱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전부 "이거 불편한데?"에서 시작했습니다. 불편함을 참지 않고,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자리에서 해결했습니다.


그 "참을성 없음"이 45일 만에 43개의 작동하는 앱을 만들어냈습니다. 다음 앱은 뭐가 될지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내일 또 "이거 앱으로 만들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떠오를 거라는 것입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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