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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창범 Jan 29. 2016

보신에 오리만 한 게 있을까요?

오리가 먹고 싶었어요;;;

엊그제 오리를 두 마리 샀다. 천하의 짠돌이인 내가 덜컥 두 마리나 산 것은 몸보신 하자는 게스트하우스 장기 투숙자인 창국이의 투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격이 쌌다. 그 이유 하나로도 살 이유는 충분했다. 닭은 가끔 만져봤는데 손질된 오리고기는 보았어도 수줍게 벌거벗은 통오리의 나신을 더듬어 본 건 처음이었다.

일단 다리를 추려내고 구워서 맥주 안주로 먹어봤다. 닭다리의 가벼움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소금과 후추로만 간을 했는데 창국이는 자연적인 맛이라 했다. 


가슴살 부위는 칼로 잘 발라내 따로 두었고 나머지는 모두 큰 냄비에 넣어 하루 반나절을 끓이기만 했다. 오리탕에 도전한 것이다. 겨울이라 커뮤니티룸엔 하루 종일 석유난로가 켜져 있으니 그 위에 올려놓고 뼈와 살이 흐물거릴 때까지 삶고 또 삶았다. 살이 마치 실처럼 보이자 큼직한 봄동배추 4포기를 투척했고, 통마늘을 넣고 청양고추와 생강도 넣어 끓였다. 일반 배추를 썼더라면 단맛이 너무 베었을 것이고 봄동은 나름 좋은 선택이었던 듯~. 
들깨가루가 없어서 검은깨를 양껏 넣었더니 국물색이 블랙푸드처럼 보였다. 먹기 전에 대파를 다져 넣었더니 더 맛이 났다. 점심에 한소끔 끓여먹고 저녁에 한번 더 먹을 양이 나왔다.

살코기만 발라낸 것으로 마늘 오리볶음을 만들었다. 빨간 것은 당근이다. 눈에 보이길래 집어넣은 것. 겨자를 좀 넣어서 같이 볶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암튼 오리 한 마리로 두 끼 반이나 해결된 셈이다. 냉장고엔 또 한 마리가 있다. 뭘 해서 먹어볼까? 당장 생각나는 것은 녹두를 넣은 오리죽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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