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그 여자가 함덕에서 키친테왁을 시작해 혼자 끌고 나가고 있을 때 그 남자는 제주시 천수동에서 작은 카페 장사를 하고 있었다. 카페 이름은 비주앤주였다. 둘은 각자의 공간에서 나름 최선을 다해 자신들의 장사를 풀어내고 있었지만 운명의 신은 그 '따로'를 '같이'로 끌고 나갔다.
2021년 연초부터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고 서로의 장사가 힘들다 느껴질 무렵 카페 비주앤주에 화재가 일어났다. 4월 14일 새벽이었다. 카페에 있는 다락방에서 자고 있던 그 남자가 살아난 것은 그가 키우던 고양이 '오야' 덕분이었다. 오월에 태어나서 '오월야옹이'를 줄여 오야로 불었던 잘생긴 숫코양이.
새벽 5시 50분 경 오야의 다급한 울음소리에 잠이 깬 그 남자는 불길이 주방을 덮치고 다락으로 치솟기 바로 직전에야 가까스로 탈출할 수 있었다. 정말 오야가 아니었다면 타죽어도 모를 그런 아찔한 상황.
화마는 건물의 껍질만 남기고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망연자실해진 그 남자에게 나타난 그 여자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고난의 행군'이라는 선택지만 던져진 셈이었다. 그 여자는 함덕의 키친테왁을 잠정 휴업시키고 그 남자의 카페를 복구하는 일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구조적인 보강과 기본 전기공사가 끝나고 둘은 직접 인테리어를 하기 시작했다. 8월 15일 이전까지 공사를 마무리해 함덕의 키친테왁을 옮겨오자는 그 남자의 제안을 그 여자가 받아들인 덕분이다. 그 와중에 남자는 사다리에서 떨어져 어깨의 회전근개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었지만 그 여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작업을 멈추지는 않았다. 하루 하루가 고통의 나날들이었다.
전문 목수도 아닌 그 남자와 그 여자는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완성을 향해 그래도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가는 하루 하루를 감내해 나갔고 결국 8월 초에는 어느 정도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화재 사고 후에 그 남자는 검은 색이 싫다고 무조건 하얀색을 고집해서 가게 분위기는 정말 화이트 일색으로 탈바꿈 되었다. 바닥도 벽도 그리고 천장도 모두 하얀색.
바야흐로 키친테왁의 시즌 2가 시작된 셈이었다. 아무리 팬데믹의 시대이고 관광지인 함덕과는 다르게 천수동이라는 제주시내의 변두리에 위치한 장소라 하더라도 이제 두 사람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뛸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가슴 벅차는 8월을 맞이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