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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창 Nov 02. 2024

완벽한 음악, 완전한 음악


완벽한 음악이 있느냐, 하는 질문을 누군가가 던졌습니다. 쓰레드(이제는 X가 되어버린, 구 트위터를 따라한)에서 본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서가 잘 맞지 않아 불편해하면서도 종종 쓰레드를 기웃거리는 것은 제법 많은 이들이 전문가임을 자처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무언가 배울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큰 깨달음을 갖지 않고서야 어찌 저렇게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자주 실망하게 되긴 하지만요.


언제부턴가 음악에 있어 완벽함과 완전함은 다른 것이라고 제 마음대로 구분해두고 있습니다. 완벽함이란 흠이 없는 상태이고, 완전함이란 지금이 너무도 좋아서 아무것도 바꾸고 싶지 않은 것이라 정의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완벽함과 완전함을 구분해서 생각하는 것은 깊은 감동을 준 수많은 대중음악을 온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데에 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좀 구체적으로 따지고 들기 시작하면 수많은 대중음악의 명곡에 흠이 있습니다. 박자가 흔들리거나, 음정이 살짝 나가는 것은 흔합니다. 코드 진행과 어긋나는 멜로디나 솔로도 종종 듣게 됩니다. 즉흥 연주가 중심이 되는 재즈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언젠가 '대가의 실수모음' 같은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머릿속에 저장해 둔 곡이 제법 많습니다.



<California Dreamin'>은 영화의 어느 장면에 붙여도 잘 어울립니다.



Mamas And Papas의 <California Dreamin'>은 왕가위의 대표작 [중경삼림]에 삽입되어, 1990년대를 보낸 우리네 중년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영화에 쓰일 음악을 먼저 생각하고는 그 음악의 리듬에 따라 영화를 찍고 편집한다는 감독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그의 영화와 뒤에 깔리는 음악은 하나가 됩니다.


근데 나중에 <California Dreaming’>만 따로 듣게 된 때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곡의 중반부에 나오는 플룻 솔로의 음정이 너무 안 맞아서 그랬습니다. 낮아도 너무 낮은 플룻 소리였습니다. 기타가 조금 음정이 안 맞는데, 하는 정도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런데 그 이전에는 이상하게 들리지 않았던 건 어떤 이유였을까요?


아마도 영화음악은 영상에서 독립해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어떤 영화음악은 영화가 전달하려는 이야기와 감정을 충실히 전달해 주는 동시에, 음악 자체로 완결성을 가져서 그 자체로 감상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음악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스토리를 극대화하는 것에 기여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합니다.


그저 거창한 확대해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중국으로의 반환을 앞둔 1990년대의 홍콩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는 어떤 불안함이 시종일관 끼쳐있었고, 왕가위 영화 특유의 색감과 흔들리는 화면은 그 정서를 아주 적절히 포착해 냈다고 생각합니다(사실 영화는 좀처럼 보지도 않는 터라 영화를 제법 아는 척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부끄럽긴 합니다). 그 불안정한 화면과 <California Dreaming’>의 플룻 솔로가 음정이 하나도 맞지 않는데에서 느껴지는 불안한 느낌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집니다.

  

그렇다면 이 음악은 전혀 완벽하지 않지만, 완전한 음악이 됩니다. 현대의 음향기술을 활용해서 플룻 솔로를 떼어낸 뒤 음정을 바로잡고 다시 나머지 악기소리와 붙이고 나면, 갑자기 공허한 음악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최소한 뭔가 이 음악에서 핵심과도 같던 감정이 다 날아가버린 상태가 될 것입니다. 완벽에는 조금 가까워질지 몰라도, 완전함과는 거리가 멀어질 것 같습니다.



같은 영화에 삽입된 <What a Difference a Day Make>, 그렇고 그런 재즈 긱에서 종종 연주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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