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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창 Jun 30. 2015

More Than Words

Extreme









 90년대에는 그런 카페가 유행이었다. 전면을 통유리로 장식해 밖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곳(물론 안에서도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마음껏 볼 수 있었다). 아마도 기성세대들의 공간이었던 다방의 폐쇄성에 대한 반작용 같은 것이었으리라. 그렇게 쿨하고 싶어하던 이십 대의 젊은이들은 그런 종류의 카페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곤 했다.


 각각의 테이블 위에는 전화기가 놓여 있었고, 카페의 한 구석에는 언제나 공중전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다들 주머니 속에는 삐삐를 하나씩 넣고 다니던 시기란 뜻이다.  물론 아저씨들은 허리에 삐삐를 찬 채로 어두침침한 다방 한 구석에 모여 앉아 어떻게든 여종업원을 희롱하려 했었다. 그렇다면 아저씨들에게는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런 시대의 그런 카페에서는 종종 볶음밥이라던가 스파게티와 같은 간단한 식사 메뉴를 팔곤 했다. 한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해결하고 커피까지 마신다는 것은 서너 시간의 시간을 한 곳에서 죽이는 것이 흔한 일이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다지 할 일도 없는 젊은이들이 서넛 모여 앉아 함께 무료함을 나누는 광경. 그럴 때에는 밖이 훤히 보이는 통유리가 어느 정도 필요하곤 했다.


 사업자금이 좀 부족한 카페 주인은 지하에 가게를 내기도 했다. 보통 그런 카페들은 낮에는 커피, 저녁 이후 시간에는 맥주를 팔 요량으로 만들어진 곳들이었다. 대개는 한 벽면 가득 커다란 스크린을 내려놓고 영화나 뮤직 비디오 등을 틀어놓곤 했다.  지하에 통유리는 의미가 없다. 차라리 좀 어둑어둑한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빔 프로젝터와 LD 플레이어- LP 크기의 DVD라고 하면 요즘 세대들은 이해하겠지-, 그리고 벽면 구석구석에 매달린 BOSE의 큐브 스피커들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한 구석에 바가 있고 말리부며 베일리스와 같은 리커들이 제법 이국적으로 진열된 그런 카페들에서 그 시대의 젊은이들은 다들 목이 긴 밀러 한 병씩을 홀짝이고 있었다. 지금의 뉴발란스 슈즈만큼이나 흔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런 지하 카페의 한 벽면을 가린 스크린에서는 언제나 이 흑백의 뮤직 비디오가 한 번씩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 잭 블랙과 지미 팔론이 익스트림의 More Than Words를 패러디한 영상을 우연히 보고서는 정말 바닥에 구르면서 웃었습니다. 정신을 좀 차리고 나니 이 둘의 재능도 참 대단하다 싶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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