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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창 Jul 04. 2015

Palhaço

Egberto Gismonti






 공연을 하나 준비하고 있다. 합주를 몇 번이나 했느냐는 식으로 따져본다면 아주 불성실하게 준비하는 중이다. 하지만 그 어떤 공연을 준비하던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생각이 몇 달째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 누구와 연주할 것인지, 어떤 곡들을 연주할 것인지 마음을 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 내가 찰리 헤이든의 곡들을 연주한다니.


 찰리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나는 종종 내 마음 속의 찰리 할아버지에게 묻는다. 스튜디오에서 그랬던 때도 있고, 클럽에서 그랬던 때도 있으니 의미 없는 비유나 과장이 아니다. 머릿속에 찰리 할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물어본다.


 '찰리, 전 어떻게 하죠? 이 곡은 도대체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 걸까요? 전 너무 부족해서 자신도 없고....'  

그러면 이내 살짝 쉰 듯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느 때처럼 색깔 있는 뿔테 안경을 쓰고는 헐렁한 양복 재킷을 걸친 모습이다.


 "Hey man, be yourself. And just play some melodies. I always wanted to sound like a rainforest, but that's just me. Be yourself and play some melodies."


 그러고 나면 '이젠 무언가를 연주할 수 있을 것 같군' 하며 용기를 내게 된다. 이번 공연에는 특히 큰 글씨로 적어 보면대 위에 올려놓기라도 해야겠다. 잠깐 잊을지 모르니까. Be yourself and play some melodies.






지난 4월에 썼던 글입니다. 찰리 헤이든에 관한 이야기지만 사실 Palhaco는 에그베르투 지스문티의 곡입니다. 그리고 Be yourself and play some melodies라고 A4용지 한가득 큰 글씨로 프린트해서 악보 옆에 두고 연주했습니다.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지킨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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