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B 진범 Readen Jun 20. 2016

재벌에 대한 생각

한국의 경제학자들 - 이정환 서평, 삼성사용설명서가 더 맞는지도..

 재벌.. 요즘 롯데때문에 많이 시끄럽네요. 분명 재벌에 대해 따져봐야겠지만 전관예우에 따른 수수 의혹과 같은 특정한 사안에 덮치고 덮어서 이런 일이 터지니 뭐부터 생각해야하는지 일반인으로서는 참 모를 일입니다. 어쩌면 이렇게 사건과 사건을 마구잡이로 늘어뜨려놓아 장마철을 앞둔 모두를 지치게 하려는 수작이 아닐런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한국의 경제를 얘기하는데 좋든 싫든 재벌을 빠드릴 순 없겠지요. 이와 관련해서 아주 적절한 책이 하나 있어 서평 겸해서 제 생각도 한 번 말하려 합니다. 

 서평의 대상은 <한국의 경제학자들>이라는 책입니다. 삼성과 같은 재벌을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7명의 경제학자들의 생각을 정리한 책입니다. 논의 핵심 대상자라고 해야할까요? 주로 맞붙는 경제학자는 장하준 교수와 김상조 교수입니다. 대중에게 비교적 널리 알려진 경제학자이죠. 둘의 주장은 명확합니다. 뭐랄까 심지어 타협의 여지조차 없어보이는 면이 있네요. 보통은 장하준과 김상조의 의견은 나름 현실적이고 논의가 될만하다고 여겨지고 나머지 경제학자들은 지나치게 이상적이라서 혹은 지나치게 현실순응적이라서 그리 활발히 논의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각 학자들의 주장을 요약하기 보다는 장하준과 김상조를 중심으로 재벌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펼쳐보겠습니다.

 장하준 교수는 재벌과의 대타협을 주장합니다. 재벌이 가진 장점이 있으니 이를 적극 활용하자는 것인데요. 장점으로는 장기투자와 대규모의 투자 그리고 조직안정성을 둘 수 있겠네요. 아!! 그러면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 하고 자기이익만 극대화하려는 단점은 어쩔까요라는 질문에는 사회적으로 책임을 다 하도록 압박하자 대답합니다. 그 사회적 책임이란 고용과 투자를 말할 수 있겠지요. 일종의 사회적 교환입니다. 재벌 구조 인정해줄테니 사회적 책임 다해라는 이런 식의 주장입니다. 

 그런데 왜 그래야할까요? 우리사회는 지금까지 재벌한테 많은 양보를 해왔습니다. 인적 자원만 있는 나라로서 투자의 집중은 최선의 선택이었고 실제로 엄청난 경제발전을 이끌었습니다. 그 성과가 절대적 빈곤을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하게 해주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어느 정도 성장에 이르러서는 경제의 분배가 엄청나게 중요한 문제였는데 재벌과 국가는 효율 일변도의 모습을 추구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돌려받지 못한 분배를 내놓으라고 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이런 면에서 보면 장하준의 말은 친재벌적으로까지 보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일국의 경제만 바라봐서 그럴 수 있습니다. 외부적으로 그러니까 다른 나라의 투자자들 더 나아가 투기꾼들은 우리의 특수한 성장과 일국적 단위로서의 국민이 감내한 희생에 대한 부채감은 커녕 관심도 없습니다. 그저 배당금과 주식의 가치 실현에만 관심이 있죠. 지금 상황에서는 이들이 더 무섭다는게 장하준의 지적입니다. 이런 투자자들은 사회적 부채의식도, 사회적 책임감도 없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재벌의 가문들은 그래도 어떻게서든 우리가 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죠. 설령 없을 지라도 가문이 재벌을 유지하는 한 물건을 팔기 위해선 있는 척이라도 해야합니다. 외국 투자자들처럼 회사를 가치실현의 극대화를 위해서 회사를 공중분해할 가능성도 적습니다. 자기 회사라고 생각할테니까요. 

 투자자와 주식 이 지점에서 김상조는 장하준과 정면으로 다른 생각을 갖습니다. 회사는 재벌 가문만의 것으로 두면 안 된다는 것이죠. 주주가 회사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면 일반 주주들도 그럴 수 있어야하며 특히 소액주주의 힘을 뭉칠 수 있다면 재벌 통제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재벌의 구조를 인정해줘버리면 재벌을 막을 길이 없는데, 주주라는 효과적인 방식이 있다는 것입니다. 재벌 가문에 맡겨두기에는 재벌의 그릇된 판단에 대한 피해가 너무 크고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 말합니다. 외국 투자자로 인한 배당 위주의 경영구조가 되어 회사의 경영이 휘둘린다면 문제지 않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외국 투자자보다 많은 주주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고 무엇보다 소액투자자들은 배당중심의 이익실현보다는 주식의 가치 상승을 통한 가치실현 욕구가 더 크기때문에 회사를 그렇게 쉽사리 흔들지는 않은 것이다라 말합니다. 대다타협적 사고에 대해서는 권위주의적 정부가 생각난다고 그런 시대착오적 발상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거부합니다. 교과서에 배웠던 시장실패냐, 정부실패냐가 문득 떠오릅니다. 장하준은 시장실패의 가능성을 높게 생각하고, 김상조는 정부 실패 가능성을 높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김상조는 재벌이 양극화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재벌중심으로 경제가 돌아가면 양극화가 더 심해질테니 재벌을 통제하고 통제에 따라 생긴 빈 공간을 활용해야한다 생각합니다. 소액주주 이외에도 금융권이 실력이 키워 적극적으로 통제하고 장기예측해야한다말합니다.

 주주에게 맡겨두면 당한다라는 장하준과 총수에게만 맡겨두면 당한다는 김상조가 첨예하게 대립합니다. 그런데 주주 중심으로는 하는 체제 역시도 재벌이 끌여들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김성구 교수의 말입니다.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신자유주의 체제 역시 재벌이 적극 끌어들이고 활용했다는 것인데요. 주주 역시 적절한 가치가 실현된다면야 재벌체제에 끼여들 생각이 없고, 재벌은 필요에 따라 신자유주의체제를 위해 주주와 타협하고 이따금 국가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이 부분에서 지난 친재벌 중심의 MB정부가 생각났는데요. 주주중심의 체제가 되더라도 이것이 일부 대주주와 재벌가문에 유리하다면 구태여 이 상태를 바꿀 필요가 없을겁니다. 장하준과 김상조 두 사람의 얘기도 이상론일 수 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성구의 현실 판단이 그간의 경험으로 정확한 면이 있다 생각했지만 그 해결 방식은 제 생각에는 조금 이상적입니다. 재벌을 사회화하자합니다. 재벌을 국영기업하자라는 것인데, 외국인과 투자자들이 소유한 주식을 소각할 수 있을 지, 그리고 사회화하고나선 욕망을 실현하는 주주와 재벌보다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는 있을 지 의문이 듭니다. 이보다 조금 더 과격하지만 한 번 고민할 만한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주식은 배당금 행사에 대한 권한이니 냅두고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는 회사의 진정한 주인인 노동자가 뽑자라는 것입니다. 바로 김상봉 교수의 말입니다. 허무맹랑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한 때 나라의 주인이 한 가문의 적자만 영구적으로 가능하다 보던 세상에서 국민이 뽑은 사람만이 일시적으로만 대표하는 지금의 민주화된 세상에 비춘다면 저는 그렇게 허무맹랑하게만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노동의 가치가 그 어떤 사회보다 후진적인 사회에서 어떻게 이룰 수 있을 지에 대해서 생각하니 넘어야할 산이 한 두개는 아니겠구나 싶었습니다. 다른 쪽 과격한 분도 계십니다. 지금의 재벌보단 잘할 순 없다. 냅두라는 것입니다. 낙수 효과 이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죠. 김정호 교수입니다. 비교의 축을 어디에 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더 잘 분배하고 더 잘 성장할 가능성이 있고, 국민이 희생이 바탕이 된 성장에 대해서 가만히 있으라니 선뜻 동의가 되지 않는 주장입니다. 

 재벌의 구조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이렇게나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습니다. 각론으로 들어가서 현실적으로 어떨지에 대해서 얘기한다면 아직 사회적 담론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마 빈 공간이 많을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당연한 것은 이 사회가 이미 재벌을 어떻게 하지 않고서는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을 펼쳐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경제민주화 제 생각에는 아무리 거창하게 포장하고 말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도 결국 집중화된 지원을 받고 권위주의 시대의 단물과 국민적 희생을 기반으로 성장한 거대체제인 재벌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재벌에 대한 과거의 지원 자체를 욕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한정된 자원에 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이를 다시 집중하고 다각화하고 효율적으로 재벌가문과 발전국가가 관리하는 모델은 분명히 성공적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인 것 같습니다. 더 이상 그러한 방식이 통하지 않음에도 그것만 고수하며 현재에 맞지 않게 끊임없이 옥죄는 지금의 방식은 이 나라 경제구조가 감당하지 못합니다. 재벌중심의 경제발전의 과실만으로는 대다수 국민들은 재벌의 물건을 사줄 여력이 되지 않습니다. 재벌 지탱을 위한 구조가 결국은 재벌마저 말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민들이 뭐가 있어야 재벌 물건 사주는 거 아니겠습니까..

 김상조와 장하준 이 두 교수 모두 이러한 경제여건을 타개하고 싶어합니다. 재벌을 어떻게 하는 것이 결국은 해법이다라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두 분 교수의 진정성은 참으로 본받을만하며 사회적 아젠다를 내던지며 투쟁하는 모습은 제가 기대한 지식인의 모습입니다.  존중받아야한다 생각합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없지는 않습니다. 장하준이 국내 현실에 대해서 조금 더 많이 얘기하고 알았으면 합니다. 타협도 뭔가 쫄릴 때 하는 것입니다. 지금 재벌은 하나도 안 쫄리며, 재벌한테 쫄리는 건 오히려 우리내 국민입니다. 국민 대다수가 노동자들인데 노동의 힘은 한없이 약합니다. 노동이 진정으로 사회적 대타협의 파트너가 되지 않는 한 대타협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모르겠습니다. 모든 국민들이 너무 피마르고 옥죄어서 악밖에 안 남고, 재벌은 재벌대로 자기네 물건 사줄 수 있는 국민들이 턱없이 부족한 세기말적 상황이 오면 타협할 수 있을지도..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의 타협이 무슨 소용일까싶습니다. 김상조교수는 제 고등학교 시절 백분토론 영웅이었습니다. 정치인으로는 유시민을 보며 경제학자로서는 김상조 교수를 보며 뭐라도 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착각하던 시절에 그렇게 가슴이 쿵쾅거리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이후로 주장이 달라짐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때 이후로 주주자본주의의 탈을 쓴 벌쳐캐피털의 침탈은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주중심의 회사가 가문중심의 회사보다 투자를 더 하거나 사회적 통제력에 놓이는 모습을 저는 모르고 있습니다. 금산분리나,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한 대선 공약까지 있었지만 크게 달라지는 모습 역시 없었습니다. 소액주주 운동 실패에 대한 반성 역시 겉핥기로만 이루어진 건 아닐까하기도 하고요. 결국은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재벌의 구조 정확히는 소유구조인데 주주자본주의의 불편한 경험이 누적된 지금 다시 한 번 돌아보는 노력도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경제학에 대해서 깨끗한 상태이지만 읽으며 떠오른 생각을 과감하게 적어보았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데 잘 모르니까 할 수 있는 얘기도 한 것 같습니다. 정부실패냐, 시장실패냐 하면 결국 사람실패 아니겠습니까. 이상적인 정부나 이상적인 시장이 실패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결국은 사람들이 어떻게 논의하느냐가 답일텐데 저 같은 일반인은 지혜로운 지식인들의 논쟁을 바라보며 생각을 키울 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2. <6.29 민주화의 진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