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B 진범 Readen Jul 03. 2015

데이터를 대하는 노답 직장인 _ 1편

데이터를 지나치게 믿는 자들의 노답 2가지

데이터와 관련한 일을 대략 5년 가까이 해오고 있다. 전공은 빅데이터와 전혀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는 사회학이지만 방법론에 대한 관심보다는 이론에 대한 관심이, 숫자보다는 숫자로 말해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았다. 내가 데이터로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순전히 운은 아니었을까 생각했을 정도다.

입사초기 스스로를 돌아보면 데이터 분석을 수 년 간 준비해서 필드에서 뛰는 데이터마이너의 전문 수준에도,  현장 경험이 뛰어나서 현상과 데이터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기획자의 수준에도 범접할 생각을 못 했었다. 둘 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데이터에 대한 기초 지식 그리고 필드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다보니 나름 둘 간의 연결고리가 되는 사람은 될 수 있었다. 회사에서 개발자, 데이터마이너, 기획자와 얕은 얘기를 오래할 수 있는 수준은 되었던 것이다. 

데이터를 중심으로 여러 직무의 사람과 대화를 하다보면 직무와는 무관하게 데이터를 대하는 일군의 자세를 보게 된다. 대부분의 태도는 회사생활에서 기인했으리라 추정되는 이해가 가능한 모습이다. 데이터를 핵심근거로 얘기를 끌어가는 사람 혹은 데이터보다는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얘기하는 동시에 데이터가 평가 근거는 된다고 믿는 사람 혹은 데이터가 가지는 어쩔 수 없는 뒤늦음(데이터가 아무리 빨라도 현재를 앞지를 수는 없다.)을 어필하면서 일단은 해보자고 말하는 사람. 누가 정답이다 말할 수 없을만큼 현장은 다양하며 그 결과 역시 쉽게 종잡을 수 없으며 오직 그 결과와 책임을 가지고 존중 받아야한다.

다만 이 글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현상을 완벽히 판별해내는 슈퍼맨적으로 데이터를 보는 관점에 대한 얘기 보다는 이건 아닌데라고 느껴질만큼 내가 접했던 가늠할 수 없었던 이들(요즘 말로 노답)에 대한 비극적 이념형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일단 보면 이거 나일지도 모르겠다 뜨금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이념형을 극대화하는 양념은 데이터 분석이나 기획에서 이리저리 표류했던 내 자신이었음을 밝혀둔다. 


1. 데이터로 볼 땐 그건 아냐 (데이터를 맹신하다 못 해 그 기준이 높아 비관적인 부분만 찾는 이)

- 서비스나 프로덕트가 신규 오픈할 때 우리는 그 반응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자신 주변 반응을 기민하게 살필 것이다. "어머 새로 오픈한 카카오 샵검색 너무 좋아요", "이번에 나온 짜왕은 신세계야"등등의 반응 말이다. 그런데 이런 반응은 주관적이고 비전문적이라 매도 당하기 쉽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데이터를 찾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그 신뢰가 가장 잘 보장되어있는 지표를 그 준거기준으로 삼는다. 인터넷 비즈니스에서는 UV일 것이고 오프라인 프로덕트에서는 판매량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 증가세가 드라마틱한 경우가 아니라면 우리는 그 기준점을 이미 상당 부분 성공했던 서비스나 프로덕트에 맞추고 있을 것이므로 단순 비교 시에 현재의 서비스나 프로덕트에 대해서 절망적으로 생각하기가 쉽상이다.  IT 서비스에서는 최근 사례를 살펴보자면 네이버 밴드가 대표적일텐데, 초기 오픈에 있어 학생들 협업툴로 기능을 부각했던 네이버 밴드의 UV는 조금 저조했던 편이다. 그런데 이 밴드를 40~50 세대들이 집단SNS로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괜찮은 서비스로 자리잡아가기 시작했다. 만약에 서비스적 가치를 UV라는 지표 하나에만 초점을 두었다면 이 서비스는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가 데이터를 볼 때 관점의 고정을 시작하면 데이터의 의미는 사실상 얼마든지 조작 가능하다. 통계란 것이 고도화된 거짓말이라고 하는 이도 있지 않은가. 나의 부족한 경험에서도 서비스 진입 초기에는 일상화되거나 업계 표준의 지표를 들이밀면 비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쉬워진다. 누군가 데이터를 들이밀며 당신의 서비스가 별로라고 한다면 우리는 그 지표가 가진 효용성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응을 시도해야한다. 데이터의 기준이 너무 높아 현상을 비관적으로 보고 이를 믿으려는 이에게 시달리는 분들에게 이렇게 말하며 쫄지말라 하고 싶다. "될 서비스나 될 프로덕트를 말아먹은 책임은 네게 없다고"


2. 데이터를 보면 다 알게 되어 있어 (데이터를 맹신하는데 믿고 싶은 것만 봐서 낙관적인 이)

- 데이터에 대해서 설익게 알게 되는 동시에 필드에 대한 상식이 어느 정도 쌓였다고 자만하는 순간 생기는 태도가 아닐까 싶다. 이미 지나온 과거를 살펴보았을 때 데이터가 언제나 그 현상을 담보하고 있었다고 깊게 믿게 되고, 나 역시 데이터에서 그러한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다는 강력한 자만심이 생길 때 흔히 나타나는 태도다. 

우리가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성공의 확률을 조금이라도 넓히고자 데이터를 분석하는 건 진부하리만큼 일상화되어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데이터에 대한 과도한 맹신이다. 데이터가 쌓인다는건 누군가는 데이터를 쌓았다는 것이고, 그가 완전한 신이 아닌 이상 현상과 정확히 결부되는 데이터를 모두 쌓았을 확률은 0%에 가깝다. 그 역시 자신의 관점에 따라 데이터를  쌓았던 것 뿐이다. 시장에서는 기초적으로 쌓아야하는 데이터가 있으며 이에 관련한 기초적인 분석 역시 굉장히 속도감있게 생산된다. 그럼에도 주지해야하는 사실은 우리가 서비스를 만들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은 이전 것과 일부분에서는 유사하나 일부분에서는 새로운 것이라는 점이다.  미래에 다가가는 현재와 과거가 누적되어있는 현재가 만나는 순간, 우리는 그 어느 한쪽의 손을 잡을 지 결정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둘 다 고민해야하는 시점인데, 어느 순간의 자만심이나 현상에 대한 독단적 의지가 생기게 되면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한 쪽 손을 놓아버리게 된다. 보통의 경우 자기 의사를 명확히 하는 쪽의 손을 잡기가 쉬워지는데, 이럴 때는 모든 지표가 희망적으로 보이게 된다. 우리는 희망적 미래를 그리고자 데이터를 쌓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뭔가를 위해 데이터를 쌓았던 것 아닌가! 데이터는 그렇게 낙관에 밀려나게 된다. 이 데이터는 반등하는 모양새로 보입니다! 이 데이터는 꾸준한 우상향 그래프야! 여기서부터 대화를 진척해가기 어렵다. 그런 이의 위치가 높을수록 당신은 무기력함을 더 느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럴 때는 단순히 이리 마음 먹어라 조언한다. 그것은 "너의 비즈니스는 아니었다"고. 


사실 저는  극단적인 사례를 들어 과도하게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현장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냐고 묻는다면 일어나기도 합니다. 어떤 마케터들은 자신의 성과를 포장하기 위한 데이터에 더 골몰합니다. 현상을 파악하기보다는 자신의 실적이 우위에 있는 것이지요. 어떤 개발자는 필수 척도보다는 자신의 치적을 내세울 수 있는 속도 향상 부분에 대해서만 관심을 기울입니다. 회사에서 자신의 치적을 드높이는 일은 아시다시피 결코 부정적이도 않고 오히려 권장해야한다 생각합니다만 문제는 그것이 사실을 밀어냈을 때입니다. 저는 그럴 수 있는 사례들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대체로 자기가 책임있는 위치에 있다고 말하는 분들일수록 자기가 범하는 실수에 대해서 인지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묵살합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런 경우가 있나요? 높은 분이라면 한 번만 돌아봐주시고 그렇지 않은 분이라면 힘냅시다. 데이터가 믿음을 준들 자신을 믿는 것만 못할테니까요 :) 2부에서는 데이터를 엄청나게 불신하는 이들에 대해서 풀어보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데이터를 대하는 노답 직장인 _ 2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