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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종범 Feb 05. 2023

협업과 분업

JB의 주간 여행 #9

이번주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던 것은 협업과 분업이란 단어였다.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최근의 기준은 협업이란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예전과 달리 세상 일이 많이 복잡해서 혼자만의 힘으로 일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협업을 위한 많은 방법론이 나왔고 협업을 많이 강조하기도 한다. 반면에 이런 말을 하는 리더들을 보기도 했다.


"똑똑한 사람들은 협업이 필요 없다. 왜냐하면 혼자서도 충분히 해내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협업은 똑똑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방법이다."


이런 맥락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한두 번 들었던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있으나 누가 발언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일하던 회사 내의 리더가 했던 말은 확실하다.

그리고 최근 일을 하면서 협업이 가능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서 협업과 분업에 대하여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수행했던 프로젝트에서는 한국과 일본이라는 국적이 다른 것도 있지만 법인도 다르고 부서도 다른 상태에서 팀을 이루어서 일을 해야 했다. 처음에는 협업을 기준으로 함께 일할 것을 정하고 전문성이나 부서의 역할에 따라 일을 나누는 분업 방식도 함께 가져갔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협업이란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차라리 명확하게 일을 나누고 알아서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었다. 

그렇게 된 이유 중 가장 크다고 생각한 것은 서로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는 것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좀 더 적극적으로 서로를 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 사실 함께 일하는 첫 순간에 충분히 소통하기 위하여 워크숍을 진행했으나 COVID19으로 인하여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도 했고 주어진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서로의 생각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지 못하였다. 물론 내가 노력한다고 구성원들이 협업의 마음을 갖는 것은 아니다. 회사라는 곳에서 업무로 만나게 되면 사실 일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 마음을 열고 마주하는 것이 힘들기도 하다.

또 다른 이유로는 구성원들의 전문성이 방해요소라고 생각했다. 전문성이 뛰어나다 보니 자신의 영역을 지키거나 자신의 생각을 지키려는 것들이 강했다. 종종 전문성이 뛰어난 사람들은 왜 함께 일해야 하는지를 모른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럴 때면 문득 똑똑한 사람들은 협업을 필요로 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이 프로젝트에서 협업이라는 것은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아니 나는 협업보다는 일을 명확히 나누고 분업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정확히는 협업해야 하는 지점을 최소한으로 축소하고 분업으로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프로젝트는 참여자들이 많아서 협업과 분업이란 것을 다루는 게 복잡하지만 가끔 소수로 일하는 경우가 있다. 보통의 경우 협업을 하게 되면 함께 협의하고 결정하면서 일을 해 나간다. 목표 정의에서부터 매번 발생하는 이슈들을 함께 결정한다. 인원이 적은 만큼 협업을 해 나가는 데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끔 의견차이가 있어서 논의가 길어지지만 결국 합의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소수라고 해도 협업이 안 되는 사람이 있다. 협업을 할 때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정보를 공유하고 생각을 맞춰보는 게 중요한데 자신의 역할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정보 공유든 생각을 맞추는 것이든 한정을 한다. 이렇게 되면 협업은 절대적으로 어려워진다. 오히려 경쟁자가 된다. 역할 나누기 혹은 역할 싸움이 일어난다.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나도 역할 나누기를 할 수밖에 없다. 협업은 물 건너가고 시너지는 사라진다. 그 과정에서 서로 날카로워지는 것은 계속된다. 그래서 내가 다가서려 해도 상대는 선을 긋는다. 나도 인간인지라 감정적이 되고 날카로워지는 것마저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더욱더 선을 긋는다.


협업과 분업에 대한 생각은 이분법적으로 나누려는 것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협업이 필요할 때 그렇게 되지 않는 이유와 그에 따른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계속 고민이다. 오늘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시도해야 했던 일들이 떠올랐고 지금 혹은 다음부터는 해보고자 하는 것이 있다.


우선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하여 이해하는 시간을 갖자. 최근 읽었던 Product Management 관련 책에서도 상호 신뢰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매우 공감되는 이야기였지만 나의 최근 행동에서는 확실히 부족했던 부분이다. 마찬가지로 협업은 결국 신뢰와 관련된 것이기에 어떻게든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해야 할 것은 역시나 최대한 내가 알고 있는 것과 그리고 나에 대하여 상대에게 알리자는 것이다. 내가 상대를 알기 위한 노력도 있어야겠지만 상대가 나에 대하여 궁금해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글을 정리하면서도 팀, 프로젝트, 친구들, 모임 등에서 나의 행동이 참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서로를 알아가는 충분한 시간과 환경을 만드는 것이 협업의 필요조건이라는 생각이다.



자라는 토요일(토요모임) 이야기

이번주에는 조금 묵직한 주제 하나를 이야기 나누었다. 그 주제가 나온 배경이 되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나도 들은 이야기라 정확하지 않아서 각색을 해보았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분야에 대하여 전문가가 되고 싶으나 너무 경쟁이 심하다 보니 힘들었다. 그래서 스승에게 물어보았다.

"스승님, 나는 한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이 되고 싶은데 세상에는 뛰어난 사람이 많아 너무 힘드네요. 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많은 사람이 하고 있지 않고 전문가도 많지 않은 분야가 있는데 그것을 도전하게나. 그것은 좋은 사람이 되는 거라네"


내가 생각한 맥락은 이렇다. 설명해 주신 분도 영어로 된 이야기를 보아서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암튼 주제는 "Be a good person"이었다.

주제를 듣는 순간 제일 먼저 "Good Person" 이란 나에게 있어서 무엇인가인지 확신이 없었고 다른 사람들의 기준도 궁금했다. 매우 관념적인 말이다. 그래서 잠시 생각해 보았다.

나에게 좋은 사람은 내가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것과 내가 나를 바라보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다른 사람을 볼 때 좋은 사람은 타인의 모범이 되며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베푸는 사람이다. 물론 나에게도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반면에 나는 나 자신을 볼 때 다른 사람을 도움에 있어서 계산적이며 에너지도 충분치 않아서 한정된 사람들만 만난다.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사람들을 돕다가 내가 소진되어 버리는 일들이 있어서 한정된 사람들로 제한했다. 이렇게 볼 때 나는 결코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나는 좋은 사람이 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내가 가지고 있는 철학과 기준 내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행동할 것이다.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나에게는 참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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