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그 감독의 일대기
나는 요즘 축구에 빠졌다. 내가 관심있는 클럽들의 경기를 챙겨보는게 요즘 낙이다. 한국 축구와 유럽 축구까지 모두 챙겨본다. 축구가 끝나면 이스타TV와 같은 축구해설 유튜브 콘텐츠도 듣는다. 축구의 세계도 참 넓구나. 다양한 전술과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고 듣는게 재밌다. 11명의 팀원들이 유기체가 되어 상호작용하며 전술을 맞춰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모습을 보면 짜릿하다. 요즘 축구가 재밌다.
축구에 간헐적으로 중독되면서 덕질하게된 사람이 하나 생겼다. 축구선수가 아니고 감독 덕질을 하고 있다. 토트넘 홋스퍼 FC의 새로운 감독 안지 포스테코글루다. 그는 호주인 최초의 프리미어 감독이다. 이전에는 스코틀랜드의 셀틱의 감독이었으며 트레블을 달성했다. 한시즌에 세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는 것이다. 포스텍 감독은 올시즌 토트넘의 감독이 되면서 팀을 1위로 이끌고 있다. 내가 포스텍 감독 덕질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단순히 그의 감독으로써의 전술 역량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사실 뉴비라 축구를 아직 잘 모른다. 아래 영상 때문이었다.
우리는 항상 최대한의 노력으로 삶의 밸런스를 유지해야 합니다.
가끔 의도치 않게 나의 외부에서 문제가 터질 때 원치 않아도 삶의 모든 영역에서 그게 스며들 수 있는데
오늘 경기를 통해서 그에게 힘과 자신감이 생겨 무슨일이든 다 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프리미어리그 23-24 시즌 5R 셰필드전 직후 인터뷰, 히샬리송 선수에게 남긴 메세지
개인적인 사정으로 시련을 겪고 패닉에 빠진 소속팀 선수 히샬리송에게 경기 후 남기는 말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이 사람에게는 뭔가가 있다고 느꼈다. 이 인터뷰에서 그의 인생이 궁금해졌다. 사람의 깊이와 품격이 돋보이는 인터뷰였기 때문이다. 본인이 시련과 풍파를 이겨내고 그안에서 느낀 통찰이 있어야 해줄 수 있는 진심어린 조언이었다. 그때부터 그의 인생이 궁금해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호주에서 감독으로써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는 뛰어난 전술가였고 모험을 즐겼다. 꼴찌에 가까운 팀을 늘 상위권으로 올려놓고 우승시켰다. 팀을 우승시키면 그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항상 더 높은 도전을 위해 몸을 던졌다. 잘나가는 우승팀 감독에서 사임하고 다른 팀을 또 우승시켰다. 그는 클럽뿐만 아니라 호주 국가대표 감독직도 맡았다. 탄탄대로 승승장구와 같은 인생이었다.
그러나 그의 커리어는 곧 변곡점을 맞이한다. 호주 U20 감독 시절 대한민국 대표팀에게 패하며 월드컵 진출이 좌절된다. 그에 대한 호주 민심은 최악이었고 그 시절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큰 실수를 하게된다. 호주 U20 대표팀 월드컵 진출 좌절에 대한 책임을 묻는 아나운서의 질문에 그는 버럭 화를내며 방송에서 싸운다. 지금의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동일 인물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영상속에서의 젊은 포스텍 감독은 호전적이다. 저때의 실수로 인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고 한다.
이후로 포스테코글루는 호주 U20 대표팀 감독직에서 사임하고 쓸쓸한 인생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동네 축구 클럽에서 간간히 강사일을 하는 등 축구 관련 소일거리를 하며 연명 해나갔다고 한다. 이때 포스테코글루는 자신에게 더 이상 축구 감독으로써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것 같은 암흑과 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축구에 대한 공부를 놓지 않았다.
그리스 3부리그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했다. 그리고 다시 호주 하위리그 팀의 감독을 맡으며 차근차근 재기를 꿈꾼다. 묵묵히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온 포스테코글루에게 다시 호주 1부리그의 감독 기회가 찾아온다. 그리고 그는 다시 또 증명해냈다. 그리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또 도전을 한다. 이번엔 일본 J리그에 가서 하위권이었던 요코하마 팀을 또 우승시킨다. 결국 그는 계속된 증명을 통해 유럽에서의 감독직 오퍼도 받게 된다. 그 이후의 스토리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 처럼 스코틀랜드의 셀틱에게 트레블을 선사하고 토트넘 홋스퍼의 감독까지 맡게 된 것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수를 통해서 달라지고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실패를 통해서 배우는 사람이다. 그에게는 시련과 풍파, 산전수전을 겪고 쌓아온 지혜와 아우라가 있다. 탄탄대로만 걸어온 사람들은 작고 크게 오만함을 지니고 있다. 나락에서 부활한 거장에게는 겸손이 있다. 타인의 아픔을 품어주고 조언해줄 수 있는 따뜻한 카리스마. 이런게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진짜 멋이 아닐까 생각한다.
호주, 일본과 같은 아시아 변방 지역 축구 감독 포스테코글루가 축구의 본진 유럽 빅리그에 입성하기 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이 있었을까. 그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인생의 내공이 멋지다. 나락에 떨어져도 개같이 부활한 포스테코글루 감독. 이제부터 그가 영국에서 써내려갈 축구의 역사가 너무나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