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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lany Mar 21. 2017

#서평 1 : 박 회계사의 사업보고서 분석법, 박동흠

사업보고서는 개인투자자에게 주어진 기본서다

 주식투자는 주식을 사고팔면서 수익을 내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주식은 기업이라는 경제단위가 발생시키는 현금흐름에 대한 청구권을 의미합니다. 결국 주식의 가치는 기업이 발생시키는 현금흐름에 의해 결정되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전 기업을 곧잘 "돈 만드는 기계"라고 부르곤 합니다.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기업으로서의 존재 의의를 상실한 것이기 때문에, 기업이라면 당연히 현금흐름을 창출해야 하고,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조직인 기업은 곧 '돈을 만드는 기계'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주식의 가치는 기업이 발생시키는 현금흐름의 현재가치에 수렴합니다. 즉, 돈 만드는 기계에 대한 소유권인 주식은 그 기계의 '성능'에 의해 가치가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그럼 우리 투자자들이 할 일은 단순합니다. -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 바로 "성능이 탁월한 기계"를 찾아내서 "비싸지 않은 가격"에 사는 것입니다. 그럼 곧 우리는 주식시장이라는 시장에 나온 수많은 기계들 중에서 돈 만드는 성능이 좋은 소수의 기계를 찾아내야만 합니다. 무엇을 보고 기계의 성능을 추정해야 할까요? 그 기계가 만들어낼 현금흐름에 대해 알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그건 좀 어렵습니다. 미래는 누구도 모르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만들어'낼' 현금흐름에 대해서 알 수는 없어도 만들어'낸' 현금흐름에 대해서는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기계의 내부 부족의 상태나 구조 등에 대해서 알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기계를 돌리는 전문가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습니다. 환상적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재미있게도 생각보다 이 정보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솔직히 제가 그렇지는 않으니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추정을 해보자면, 우선 기계가 만들어'낸' 현금흐름을 비롯해 기계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록의 양이 생각보다 방대합니다. 재미있는 투자를 하게 해주었던 "현대중공업"이라는 기계는 470페이지짜리 기록을 제게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1년 치 기록인데, 전 제 돈이 워낙 소중해서 보통 4~5년 치 기록을 보고 그 기계를 살지 말지 결정을 하니 물경 2,000페이지가 넘는 양입니다. 물론 양이 꽤 방대하긴 합니다. 하지만 노트북 하나를 사도 블로그 20개는 확인하고 사는데 노트북 100개는 살 돈이 들어가는데 2,000 페이지면 꽤 관대한 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왜 관심이 없을까요? 또 하나 추정해보자면, 생각보다 이 기록을 보는 일에는 '지식'이 필요합니다. '회계'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고, 단어도 낯선 단어들이 꽤 됩니다. 그래서 공부를 해야 하는데 이걸 귀찮아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귀찮은걸 떠나서 애초에 이걸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 싶어서 망설이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회계 공부를 하자고 IFRS 중급회계&고급회계 책을 펴자니 두께가 베개보다 두껍습니다. 엄두가 안나죠. 

 근데 분명한 것은 기계를 살 거면 최소한 이 기계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전부 알고 사야 잠자리가 뒤숭숭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치킨 1,000마리가 갑자기 900마리가 되었다가 1,200마리가 되었다가 하는데 "확실한 본질에 대한 무언가"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다면 얼마나 무섭겠습니까. 하지만 분명 양이 방대하고 어렵고 귀찮은 것은 사실입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솔직히 양은 저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근데 사실 읽다 보면 이게 중복되는 부분도 많고 굳이 모든 부분을 눈에 힘주고 읽을 필요는 없어서 '허수'가 꽤 많은 편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어렵다'라는 점은 확실히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이번에 소개하는 <박 회계사의 사업보고서 분석법>이라는 책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론이 엄청 길었습니다. 그런데 본론은 짧을 테니 너무 노여워 마시기 바랍니다. (아, 이게 더 화가 나시려나요?)

 이 책은 
1) 사업보고서 분석의 개요 
2) 업종별로 제조업/제약 바이오/도소매업/수주산업에 대한 실적 분석 방법론
3) 각 방법론 및 산업별 사례 
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사업보고서 분석의 개요'

 개인 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가장 양질의 확실한 정보는 누가 뭐래도 기업의 분기/반기/사업보고서입니다. 투자 대상의 경제적 본질에 대한 가장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HTS 이용 시간보다는 DART 이용 시간이 훨씬 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사업보고서의 분량도 난이도도 영 만만한 것이 아니라서 망설이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그래서 회계사인 박동흠 저자 분이 사업보고서 분석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 서론에서 다룹니다. 
 알짜배기 꿀팁이 가득합니다. 우선 <이사의 경영진단 및 분석의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전 사업보고서 볼 때 '기업의 연혁'을 확인하고 그다음 바로 <이사의 경영진단 및 분석의견>을 확인합니다. 사업보고서라는 방대한 문서에 대해 작성자 측에서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작성자의 초점과 투자자의 초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경영진단과 분석의견의 내용 자체에 대해서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읽어가는데 강약 조절을 할 포인트에 대한 힌트를 얻습니다. 
 그리고 저자 분은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에 대해서 <큰 숫자부터, 유기적으로,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서 분석해라. 아, 그리고 재무비율 분석은 소용없다>라고 답합니다. 우선 1) '큰 숫자부터'는 기본적으로 골격 이해부터 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큰 덩어리들부터 대충 이해를 하고 세세하게 파고들어야 시간도 집중력도 절약이 됩니다. 처음부터 세세한 부분부터 파악하다 보면 사업보고서라는 거대한 숲에서 전체 숲의 모습은 보지도 못하고 나무 몇 그루 살펴보다가 지쳐버릴 가능성이 큽니다. 에이 "계정과목 한 두 개로 뭘 그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계정과목 하나하나를 제대로 까 보려면 품이 많이 들어갑니다. 저자 분이 책에서 소개한 '현금성 자산'의 경우만 봐도, 단순히 현금성 자산 계정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거기에 부채 등을 반영하여 '순현금성자산'을 추려내야 하는 등 계정과목 하나하나에 품이 꽤 들어가기 때문에 큰 숫자부터 확인하지 않으면 앞에서 기운을 다 쓰고, 정작 큰 숫자를 확인할 때 건성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2) '유기적으로'는 사실 사업보고서 분석의 이유와 관련이 있습니다. 사실 매출의 추세나 이익률의 추세 등은 굳이 사업보고서를 확인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네이버 증권 등에 접속해서 재무정보를 확인하면 훨씬 이쁘게 정리된 자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귀찮게 사업보고서를 뒤적거리는 이유는 "왜" 그런 줄 알아야,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추정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유기적으로 계정 과목들을 연관해서 살펴보지 않으면 사업보고서를 찾아보는 목적과 너무 멀어지게 됩니다.
 3)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라'는 이야기는 사업보고서 분석의 방향을 잡으라는 의미로 이해했습니다. 우리는 사업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시험'을 보기 위해서 사업보고서를 읽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라는 기계가 만들어'낼' 현금흐름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서 사업보고서를 분석합니다. 결국 형식이 아니라 본질을 봐야 합니다. 그런데 업종의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그냥 단순 무식하게 숫자만 읽는다면 거기서 힌트를 찾기가 막막하고, 강약 조절이 안돼서 중간에 지쳐버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4) '재무비율 분석은 소용없다'는 '모뉴엘 사례'를 통해서 재무비율이 "예쁜' 기업이 실제로는 얼마나 썩어있을 수 있는지 보여주면서, 사업보고서의 전반을 유기적으로 분석하고 숫자의 의미를 읽어야지 단순히 비율 분석을 해서는 경제적 실질에 대해 얼마나 큰 오해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입니다. 다만, 전 재무비율 분석'만' 한다면 아주 나쁜 분석이겠지만, 재무비율 분석을 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숫자가 1,000개가 넘습니다. 이 기업들 전부의 사업보고서를 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물론 다 보는 분들도 계십니다.) 결국 그중에서 '볼만한 기업'을 추려내야 하는데 이럴 때는 재무비율 분석을 병행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비율 분석은 어디까지나 스크리닝 수준이어야지 그걸로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은 당연히 위험하겠지요. 

 2) '업종별로 제조업/제약 바이오/도소매업/수주산업에 대한 실적 분석 방법론'

 사업보고서 분석 방법에 하나의 정답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전문가가 나서서 비교적 쉽게 이른바 '틀'를 잡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준다면 굳이 그걸 무시하고 독자적인 길을 갈 필요성은 낮다고 생각합니다. 업종별 분석법에 대한 부분이 바로 전문가가 나서서 '틀'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이 특히 좋았던 이유는 '분석 Snapshot'이 아니라 '분석 풀버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제조업의 경우를 보면 일단 기업의 사업 자체가 B2C인지 B2B인지를 확인하고, <(가격 - 변동비)*판매량 - 고정비> 식을 바탕으로 기업의 사업보고서 속 정보를 재가공하여 기업의 비용구조, 수익구조, 사업 정보 등을 확인하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이 정도로 모든 분석을 끝내는 건 안 되겠지만 기본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을 풀버전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 초심자가 따라서 분석하기에 잘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개인투자자들의 무덤 소리를 듣는 기업들의 징후를 포착하는 방법에 대해서 다루는 내용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컨대,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의 증감 등을 통해 예쁘게 화장한 기업의 실질에 대한 힌트를 잡는 방법 등이 유익했습니다.   

3) '각 방법론 및 산업별 사례'

 사업보고서 분석이 낯선 투자자의 경우에는 책을 읽으면서 "~한 것을 확인할 때는 ~하면 된다"라고 배워도, 실제로 투자를 할 때는 아주 작은 차이 등에서 큰 어려움을 느끼면서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확인하라는 사안을 확인하긴 했는데, 그다음에는 어쩌라고?"라는 상태에 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런 점에서 종합 사례를 통해 실제 책에서 배운 내용이 분석 과정에 어떻게 녹아들어 가는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매우 유익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증권시장을 뜨겁게 달군 이슈들에 대한 칼럼을 책 중간중간에 소개하고 있어서 책에서 다룬 내용을 쉽게 복습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이건 번외로 엑셀 '와꾸'(자꾸 이런 정제되지 못한 언어 사용해서 죄송합니다. 근데 전 폼, 형태 등의 단어보다는 틀라는 단어가 확실히 와 닿아서...) 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결국 사업보고서 분석 등을 본인이 스스로 계산을 해보고 자료를 재가공해봄으로써 체화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업보고서를 보면서 책을 찾아보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매번 찾아보려면 그것 자체가 귀찮은 일이 되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직접 계산을 해보려고 하면 사실 엑셀 구조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물론 엑셀에 능숙한 분들이라면 이런 걱정이 없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그런 경우가 꽤 잦아서 고생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책에서 비용 분류 등을 아예 엑셀 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그냥 그 엑셀 틀를 그대로 서식을 만들어두었더니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만 변화를 시키면 바로 써먹을 수 있게 되어 굉장히 편했습니다. 

 서론의 길이에 비해서 본론의 길이가 확실히 짧습니다. 이게 몇 가지 'key idea'를 다루는 책이라면 본론에서 쓸 말이 많은데, 구체적인 방법론을 다루는 책의 경우에는(역설적으로 이런 책을 좋아합니다) 직접 책을 봐야 하기 때문에 쓸 말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책 내용 전체를 서평에 옮기는 것은 생산적이지도 않고, 좋은 책 쓰신 저자 분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요. 무튼 굉장히 유용하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에 필요한 자료들은 대부분 DART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실제 투자에 적용하기에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책을 읽기만 하면 소용이 없고, 실제로 엑셀과 푸닥거리를 하면서 고생을 해야 온전히 내 것이 되긴 하겠지만 말입니다. 
 기존에 사업보고서 분석법에 대해 다루는 책 중에 추천할 만한 책이 <New 워런 버핏처럼 적정주가 구하는 법>이나 <워런 버핏처럼 사업보고서 읽는 법> 등 밖에 없어서 아쉬웠는데 굉장히 좋은 책이 세상에 나와서 굉장히 기쁩니다. 강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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