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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lany Mar 29. 2017

#서평 13 : 인구와 투자의 미래

홍춘욱 저, 그래요? 데이터 줘보세요! 

[인구와 투자의 미래 - 홍춘욱]
[그래요? 데이터 줘보세요!]

 재테크에 대한 책 중 많은 수가 위기팔이, 폭락 인디언 기우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그 책들을 관통하는 대표적인 키워드 중 하나가 '인구 통계'입니다. 분명 인구 통계학은 투자에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위대한 채권 시장의 구루 빌 그로스도, 외딴섬에 들어가서 투자를 해야 한다면, 인구 통계 정보를 갖고 투자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빌 그로스는 외딴섬에 들어가지 않으며, 실제로 그가 인구 통계만 보면서 투자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경제는 한 가지 지표만으로 전망하기에는 어려운 동적 계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해서 인구 통계 때문에 한국은 큰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일본을 보아라. 생생한 사례가 가까운 곳에 있지 않느냐' 따위의 말을 자꾸 듣다 보면 신경이 쓰이고, 잠자리가 뒤숭숭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럴 때, 저자의 신작 <인구와 투자의 미래>라는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일본 사례의 특수성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자는 국내 인구 위기론의 대표적인 근거인 일본 사례가, 전형적인 경우가 아니라 특수한 사례라고 말합니다. 일본은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대규모 자산시장 버블이 발생했던 나라이기도하기 때문입니다. 즉, 일본 자산 가격 붕괴에는 생산가능 인구라는 인구 변화 외에도 버블이라는 더욱 중요한 요소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왜 일본 자산시장에는 버블이 발생했을까요? 당연히 책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본 자산시장의 버블 이야기는 미국의 레이거노믹스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대규모 재정지출을 발생시킴으로써 미국 경제 전반의 총수요를 부양시킵니다. 그리고 미국 경제 전체에 발생한 총수요 증가는 곧 수입 증가로 이어집니다. 왜냐하면, 한 사회가 공급할 수 있는 재화의 양은 단기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 생산분으로는 도저히 국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해외 생산분을 사용하게 되고, 해외 생산분을 사용한다는 것은 곧 수입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미국의 상황을 보면, 대규모 재정지출에 따른 재정적자와 수출 증가에 따란 경상수지 적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쌍둥이 적자'를 직면하게 됩니다. 

 '덮어놓고 쓰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말도 있듯이 이런 적자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어떤 방식으로든 적자 폭을 줄이긴 해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적자를 줄여야 할까요?  재정지출을 줄이고, 긴축하여 재정흑자를 만들어야 할까요? 아니요. 이건 굉장히 인기가 없는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정책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재정적자는 손대기가 어려우니, 경상수지 적자 쪽을 손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나온 것이 미국과 일본 그리고 독일이 뉴욕에 있는 플라자 호텔에서 도출한 '플라자 합의'입니다. 플라자 합의의 주 골자는 달러화는 평가절하시키고, 마르크화와 엔화는 평가절상 시킴으로써 미국의 무역조건을 개선하는데 세 나라가 협력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무역조건이 개선된다는 것은 곧 일본의 무역조건이 악화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역조건이 악화되면,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수출이 상대적으로 부진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교역조건은 반대입니다. 한 나라의 통화가치가 절상되면 교역조건은 개선됩니다. 교역조건 자체가 수출상품 1 단위와 수입 상품 몇 단위를 교환할 수 있느냐의 비율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일본의 상황을 보면, 무역조건이 악화되면서 수출이 상대적으로 부진해집니다. 수출이 부진해지면, 순수 출(수출-수입)이 감소하면서 국내 경기가 침체됩니다. 따라서 일본 중앙은행으로서는 금리를 인하하여 경기를 관리할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동시에 엔화의 통화가치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도, 금리를 인하해야 합니다. 엔화 예금에 대한 금리가 낮아져야, 상대적으로 엔화에 대한 선호가 줄지 않겠습니까? 아무튼 그래서 일본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하합니다. 

 이런 일본의 금리 인하는, 경제 전반의 대규모 자본재, 내구재 수요를 자극합니다. 대규모 자본재와 내구재의 경우 일시불로 구입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돈의 시간 비용인 금리에 상당히 민감합니다. 결국 금리의 인하는 이런 재화의 총 구입비용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금리가 인하되면 수요가 자극됩니다. 그리고 이런 경제 전반의 수요 증대는 1) 기업의 실적 개선과 2) 물가 상승을 유발합니다. 이는 주가와 지가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문제는 주가와 지가가 딱 실적 개선 폭만큼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이먼 민스키가 말한 투기적 낙관주의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주가와 지가는 해당 자산의 수익성 개선뿐만 아니라 수익성 개선에 따른 시장의 추가 반응까지 고려하여 상승합니다. '시장의 추가 반응'이라는 것은, 결국 '나보다 더 비싸게 사줄 멍청이에 대한 기대'를 의미하는데, 이게 반복되다 보면, 전체 가격 상승 중에서 실적 개선과 같은 경제적 실질의 개선의 비중은 점차 작아지고 투기적인 요인의 비중이 점점 커집니다. 즉, 일본에 버블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때 일본 중앙은행이 했어야 하는 일은,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함으로써 버블이 더 커지기 전에 연착륙을 시키는 일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한 일은 방관이었습니다. 이런 중앙은행의 방관은 버블의 확대를 초래합니다. 그리고 저자가 책에서 말했듯이 모든 버블은 파국으로 치닿고, 일본의 자산시장 버블도 마찬가지로 붕괴됩니다. 

 그럼 여기서 또 이런 궁금증이 일어납니다. "다른 버블은 붕괴가 되어도 20년씩 나라를 박살 내지는 않는데, 일본은 왜 그랬을까?", 조금 더 나가는 사람들은 "그것 봐라, 버블만이 원인이 아니라 일본 인구가..."라는 말을 할 것입니다. 저자도 이런 사람들의 반응을 예상했는지 일본의 버블과 미국의 2008년 버블을 비교하여 설명합니다. 

 결국 달랐던 점은 중앙은행의 대처입니다. 버블이 무서운 이유는, 버블은 필연적으로 부채를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부채를 수반한 버블이 붕괴될 경우, '자산 = 부채 + 자본'이라는 회계 항등식이 상당히 무서운 결과를 도출합니다. 항등식은 '항상' 등호의 좌우가 같아야 합니다. 그런데 버블의 탄생과 붕괴 시기는 각각 등호의 성립 방법이 다릅니다. 버블이 탄생하거나 붕괴될 때, 좌항에서는 항상 자산이 움직입니다. 버블이 발생하면 위로, 버블이 붕괴되면 아래로 움직입니다. 하지만 우항은 다릅니다. 버블이 발생했을 때는 부채가 주로 움직입니다. 자본도 움직이긴 하지만 자본은 '경제적 실질'이라는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부채처럼 빠르게 움직이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버블이 붕괴될 때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부채는 '의무'입니다. 따라서 내가 돈을 까먹었다고 같이 감소하지 않습니다. 결국 자산의 하락 분을 대부분 자본이 감당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본이 자산 가격 하락 분을 전부 감당하지 못하면, 결국 이 자산을 매각하여 부채의 일부라도 상환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어떻게든 자산을 팔아서 돈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경제 전체가 이런 식으로 작동하면 패닉은 그 강도를 더합니다. 바로 민스키 모멘텀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자본이 감소함으로써 발생하는 불황을 '대차대조표 불황'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럼 왜 미국은 대차대조표 불황의 그림자가 일본보다 짧았을까요? 말씀드렸다시피 중앙은행의 대처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 아주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스트레스 테스트>입니다. (서평 쓴 줄 알았는데 안 썼네요.) 여하튼 미국의 경우에는 연준에서 QE를 통해서 경제를 연착륙시키려고 최대한 노력을 합니다. 시장에 돈을 쏟아부으면서 민스키 모멘텀이 활동할 운신의 폭을 줄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저자는 영국과 스페인의 경제 상황 차이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매우 흥미로우니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 

 그리고 이런 중앙은행의 대처 차이 외에도 일본이 장기 불황에 빠져든 또 한 가지 이유는 "강 엔화" 때문입니다. 분량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서 간략히 설명하겠습니다. 외생적인 요인 때문이나, 내생적인 요인 때문이나 어쨌든 한 나라의 경제가 흔들리면, 보통 통화가치가 하락합니다. 위험한 나라 돈을 쥐고 있고 싶은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수출무역조건이 개선되어, 경제가 회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 마련됩니다. 
 그런데 일본은 이런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엔화가 '위험한 자산'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일본이 흔들려도, 일본이라는 나라가 갖고 있는 절대적인 위상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일본의 통화에 대해 불안을 잘 느끼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라 경제가 침체에 빠져도 통화가치가 크게 떨어지지를 않습니다. 
 즉, 일본 국내외 경제가 위기로 인해 흔들리면, 일본 기업은 일단 실적이 부진해집니다. 그리고 동시에 위험한 세계 속에서 안전한 것을 선호하는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엔화에 대한 선호가 강해지고, 이는 엔화의 통화가치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엔화의 통화가치 상승은 수출무역조건 악화로 이어지며, 수출무역조건 악화는 다시 일본 기업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집니다. 즉 일본은 '안전자산 엔화' 때문에 2번 얻어맞아야 하는 것입니다. 2번씩 얻어 맞고 있는데 얼른 회복이 되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 
 저자는 이 엔화 가치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처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엄청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분량상 그건 생략하겠습니다. 해당 부분에서 얻은 인상적인 교훈만 소개하자면, 회복의 기미가 보이는 것이 회복했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일본이 특수한 사례였다는 점은 충분히 확인이 되었습니다. 그럼 '전형적인 사례'는 어디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전형적인 사례들은,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든 일본 외 대부분의 선진국들입니다. 영국, 북유럽 등 '전형적'이라는 말이 어울리게 상당히 많습니다. 이건 직접 자료를 보는 게 가장 확실할 테니 책에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아무튼 이렇게 우리는 인구 통계가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과대평가하고 있으며, 자주 사례로 등장하는 일본은 다른 요인이 존재하는 특수한 사례일 뿐이며, 오히려 일본 외 나라들을 보면 생산가능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자산시장이 탄탄한 나라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만족스럽습니다만, <인구와 투자의 미래>는 아낌없이 더 많은 것을 우리에게 제공합니다. 인구 구조 변화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구 구조 변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부분입니다. 우선 상황에 대해서 먼저 보고 넘어가겠습니다. 생산가능 인구는 분명 감소할 것입니다. 그런데 인구는 적어도 당분간은 감소하지 않을 것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T시점의 인구는 'T-1 시점 인구 + 인구증감분'입니다. 식으로 보면 'Popul_t = Popul_t-1 + dP, where dP = 출생자수-사망자수'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인구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출생자 수와 사망자 수의 변화 양상입니다. 분명 출생자 수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망자 수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의학기술 발전 등으로 인해 평균수명이 증가하면서 사망하는 사람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맞지만, 적어도 당분간 인구 자체는 큰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다시 노동시장으로 돌아가 보시죠. 생산물 시장에서 가계는 수요자(소비자)이며, 기업은 공급자(생산자)입니다. 하지만 노동시장에서는 이게 뒤바뀝니다. 노동시장에서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가계가 공급자이고, 노동력을 사용하는 기업이 수요자입니다. 이때,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합니다. 즉, 노동력을 제공하는 공급자가 줄어듭니다. 하지만 수요는 크게 줄지 않습니다. 인구는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그럼 결국 수요에 비해서 공급이 줄어들고, 시장의 전반적인 가격 P 즉, 임금이 상승합니다. 그리고 임금이 상승하면, 가처분 소득이 증가합니다. 가처분 소득이 증가하면 당연히 정상 재인 넓은 집, 좋은 입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합니다. 그럼 오히려 자산시장 측면에서 보면, 가격이 상승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례가 바로 역설적으로 일본입니다. 최근 일본 기사를 보시면, 청년 실업률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데, 딱 이 논리가 적용되는 사례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그 시점이 10~15년 정도 뒤 정도로 전망된다는 것이 곧 노동시장에 진입해야 하는 제 입장에서 우울한 따름입니다.) 

 아, 물론 이런 시기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분명 인구의 감소는 국가 경제에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관련된 정부의 정책은 필요합니다. 다만, 여기서도 저자는 데이터를 명확히 보면, 결혼하고 출산하지 않는 부부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애초에 결혼을 안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문제이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노동시간 축소 등으로 가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이 부분도 상당히 흥미로웠지만, 이젠 정말 서평이 너무 길어져서 이 정도에서 줄이겠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홍 박사님 신작이라서 서평이 상당히 길어졌습니다. 정리해보면, 1) 인구 통계만으로 자산시장을 전망하는 것은 위험하다. 2) 오히려 '버블 발생 여부'에 초점을 두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3) 일본 사례는 다른 요인이 작용한 특수한 사례다. 4) 인구 구조 변화가 꼭 부정적인 면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서평이 상당히 길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략한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분량도 그렇고, 어쨌든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책을 읽어보시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생략한 부분도 많습니다. 특히 '버블 탐지'에 대한 부분이나 유럽 이야기, 대책에 대한 부분 등 중요한 부분을 많이 생략했으니 꼭 직접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오랜만에 또 쉬우면서 알찬 책을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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