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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lany Mar 27. 2017

#서평 12: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1,2

리처드 파인만 저, "정신 놓고 사는 것처럼 보이는 현기 넘치는 학자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1,2 - 리처드 파인만]
[정신 놓고 사는 것처럼 보이는 현기 넘치는 학자의 책]

노벨상 수상자이자, 칼텍 빨간 책의 저자이자, 유머를 갖춘 학자의 전형으로 유명한 리처드 파인만 교수의 책입니다. 제가 리처드 파인만 교수의 책을 좋아하기 때문인지, 파인만 교수가 그리 옛날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만, 사실 파인만 교수는 1988년 사망한 옛날 사람입니다. 맨해튼 프로젝트에도 참여했으며(심지어 박사 학위를 수여받은 후에), 아인슈타인과 동시대에 살았던 사람이니까요. 

아무튼 이 책은 옛날 사람이지만 옛날 사람 같지 않은 파인만 교수가 쓴 회고록입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노벨상 수상 이후까지 자신의 일상 속에서 흥미로운 일화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런 파인만 교수의 일화들을 보면서 느낀 점은 "그는 자신의 삶을 자신의 방식과 리듬으로 즐겁게 살다 갔구나라는 점"입니다. 

가끔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을 시간이라는 흐름에 떠밀려 가는 것처럼 느끼곤 한다는 것을 생각해봤을 때(물론 파인만 교수라고 해서 그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웠던 것은 아니지만) 이런 파인만 교수의 삶의 방식과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을 중심으로 파인만 교수의 회고록을 읽어보았습니다. 

읽으면서 처음 떠오른 생각은 "천재는 역시 다르구나"였습니다. 미취학 아동기부터 라디오 수리부터 하는가 하면, 방에 누가 들어왔을 때 알려주는 경보기를 설치하고, 간단하게라도 이런저런 실험을 하는 전형적인 '떡잎부터 남다른 아이'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떡잎부터 다른 아이는 청소년기가 되면서 자신이 '다른 종족'이라는 것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주었습니다. 15세 때 이미 미적분, 해석 기하학, 대수, 삼각함수 등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쓸 수 있었고, 수학 기호도 기존의 수학 기호들이 불편한 점이 있다며 자신만의 수학 기호를 창안하여 활용할 정도였습니다. 

이런 천재성이 번뜻 이는 그의 성장기에서 두 가지를 확인했습니다. 한 가지는 그가 천재였다는 것입니다. 그가 천재라는 것은 파인만이 뛰어난 인물이었다는 것의 상징임과 동시에 아래에 소개할 파인만의 삶에서 인상적이고 배우고 싶은 부분들에 대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경고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파인만은 천재이기에 앞서서 항상 생각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파인만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보면, 직면한 모든 상황에 대해서 생각하고 결정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사적인 행동이 상당히 적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생각이 논리적인 구조를 갖추고 올바른 정답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은 분명 그가 천재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즉 인풋을 아웃풋으로 바꾸는 과정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성향 자체가 생각을 하려고 시도하는, 인풋 자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많았던 점도 분명한 장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타고난 지적 능력을 이제 와서 천재적인 수준으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효율이 좀 떨어지더라도 일단 인풋을 늘리려고 노력하는 시도는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파인만의 일화 속에서 발견한 특징 중 또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필요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파인만의 브라질에서의 일화와 교과서 채택 과정에 참여하면서 겪은 일화를 소개하는 부분에서 뚜렷하게 보이는 파인만의 특성입니다. 파인만은 '무의미한', '문제를 위한 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큰 거부감을 보였습니다. 즉 어떤 지식이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 알지 못한 채 그 지식 자체만 맹목적으로 습득하고, 그걸 시험하는 방식에 대해서 반대하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파인만이 혐오하는 방식의 교육을 하고 있는 브라질에 대해서 비판하기 위해서 예로 든 소크라테스의 이야기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파인만이 예로 든 소크라테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그리스어를 열심히 공부하는 어떤 나라의 학생들에게, 소크라테스가 플라톤에게 3번째 향연 해서 한 말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유창하고 아름다운 그리스어로 말하지만 막상 그 그리스어가 담고 있는 의미에는 관심이 없어서, 소크라테스가 진리와 아름다움의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냐고 물으면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비유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제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성격이 급하고, 조바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얼른 "많이" 배우고 싶어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한 지식의 필요나 목적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그냥 그 지식 자체를 목적으로 공부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전공하고 있는 경제학의 경우에 다양한 수학적 접근법이 사용됩니다. 특히 어떤 제약 조건 하에서, 어떤 방정식을 만족하는 해를 찾아내는 최적화의 접근법이 자주 사용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전공시험 등에서 주로 해당 수식에 대한 문제가 자주 출제되는 편입니다. 그래서 종종 수식의 풀이에 대해서만 공부하고, 정작 그 수식이 담고 있는 경제학적 의미에 대해서 무관심한 경우가 있는데 이런 모습이 파인만 교수가 꼬집는 전형인듯하여 뜨끔하였습니다. 

이 밖에도 탈권위주의적인 파인만 교수의 성격, 방법에 매몰되지 않고 직관에 집중하는 접근방법 등 인상적이고 배우고 싶은 부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서평의 서두에서 밝혔다시피 파인만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천재였으며, 객관적인 지적 능력이 범인의 수준과는 궤를 달리합니다. 수동적으로 공부함에도 불구하고 미적분학, 해석학, 삼각함수, 급수 등을 공부하는데 상당한 수고를 해야 하는 범인이, 파인만 교수를 따라 하겠다고 섵부르게 '독창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파인만 교수의 접근법은 효과성은 탁월하지만 효율성은 좀 떨어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습자의 역량이 돼서, 떨어지는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까지 빠르게 오를 수만 있다면 파인만 교수의 접근법이 큰 도움이 되겠지만, 떨어지는 효율성을 극복하지 못하면 효과성이 꽃 피우기도 전에 절대적인 수준의 문제로 좌절할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예컨대, 브라질에서 파인만 교수에게 된통 비판을 당한 브라질의 학생들이, 파인만이라는 유명 미국 대학 교수의 강의를 듣는 한정된 자리에 앉아있을 수 있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학생들이 수동적인 방법으로나마 절대적인 수준을 올려놨기 때문에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수동적인 공부 방법론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분명 파인만 교수처럼 접근할 역량과 능력이 된다면 파인만식 접근법이 훨씬 바람직한 방법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 모두가 양자전기역학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할 수도, 필요도 없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해서 열심히 고민하여 절충점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넘사벽'을 느끼기는 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인만이라는 한 인간이 삶의 대하는 태도에 대하여 알아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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