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olany Jan 20. 2018

나는 암호화폐에 투자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 것 같다.

잡상 

제목이 조금 직설적이었나요? 그래도 가장 적절한 제목이라고 생각해서 선정한 글의 제목입니다. 그런데 제목에서 언급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암호화폐에 투자하지는 않을 것이다.' 라는 것입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지금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글에 들어가기 전에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화폐금융론 수업을 수강하지 않았으며, 블록체인 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공학적/기술적 소양을 쌓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저 온라인에서 여러 뛰어나신 분들이 올려주신 글을 보고 내린 개인적인 잡상이자 결론일 뿐입니다. 당연히 사실관계가 틀리거나 논리적 개연성이 낮은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점 감안하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암호화폐에 투자하지 않은 것을 미래에 후회하게 될 것 같다는 말에 담긴 숨겨진 가정은, 블록체인 기술은 암호화폐와 분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좋던 싫던 암호화폐라는 인센티브를 들고 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의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하는 '분산원장 때문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IBM 기술 문서를 참고하였습니다. URL : Blockchain basics: Introduction to distributed ledgers

 분산원장을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블록체인 결제 시스템과 현재의 결제 시스템을 비교해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암호화폐가 기존 화폐를 대체할 것이라던지하는 과격한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기본적으로 통화, 화폐는 구매력의 저장, 이전 수단으로서 사용됩니다. 인간은 위대한 사회적 동물입니다. 타인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만약에 인간이 자급자족 형태의 생산/소비 생활을 영위했다면 현재 우리가 누리는 수준의 삶의 질을 누리는 것은 불가능했을테니 타인과 상호작용한다는 인간의 특징은 아주 혁명적인 장점일 것입니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합니다. 상호작용을 하고, 분업화된 시스템을 갖춘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거래', '교환'이라는 것을 피할 방법이 없습니다. 화폐가 탄생한 이유도 인간 사회의 이런 특성에 기인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화폐나 통화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시스템입니다. 그 자체가 효용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효용을 발생시키는 무언가와 교환할 수 있는 '물건'이라는 것은 '무언가와 교환될 수 있을 때만'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통화나 화폐를 사용하는 시스템에서 살고 있는 구성원들은 해당 통화나 화폐가 내가 보유하고 있는 동안에 무언가와 교환될 수 있는 성질이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주의를 기울여야만 합니다. 또한 교환이 된다고 하더라도, 내가 교환의 비율이 내가 통화를 취득할 때와 유사하게 유지되는지도 신경을 써야합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통화라는 것이 그 자체로는 아무 가치도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사실 물물교환 경제시스템을 채택하고, 모든 구성원들이 그 자체로서 효용을 발생시키는 물건으로서 저장을 하고 교환을 하면 겪지 않아도 되었을 문제입니다. 하지만 '효율성'을 위해서 인류는 그런 문제는 기꺼이 감수하기로 합니다. 대신에 매 순간 해당 재화가 가치가 있는지 체크해야하는 것은 지나치게 번거롭기 때문에 초기에는 '통화'로써 그 자체가 가치를 갖고 있고, 또한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변질 또는 훼손되지 않는 물건을 사용합니다. 금, 은 같은 광물화폐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는 '효율성' 측면에서 좋지 않습니다. 물물교환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여전히 무겁고,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지폐' 형태의 통화를 채택합니다. 대신에 그 면화뭉치가 스스로 가치가 있지는 않기 때문에, 언제든지 해당 면화뭉치를 '믿을만한 누군가'에게 가져가면 가치가 있는 귀금속으로 교환해줄 것을 보장하도록 합니다. 

 '본위 제도'를 채택한 것입니다. 물론 '믿을만한 누군가'의 역할을 그 사회에서 가장 믿을만한 '국가'라는 주체가 담당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이 제도 또한 문제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현재 우리 경제는 '불태환 화폐'를 사용합니다. 이제는 면화뭉치인 지폐를 국가(정확히는 보증자인 중앙은행)에 가져간다고 해도 귀금속으로 교환해주지 않습니다. 그럼 무엇을 믿고 사용할까요? 

 발행자의 '내가 그 가치를 보증한다'라는 '말' 입니다. 즉, 발행자의 신용을 통해서 화폐의 가치를 보증하는 것입니다. 이는 혁명적인 변화입니다. 발행자의 신용만 뒷받침이 된다면 화폐 발행량을 비교적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등 장점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보증해주는 놈이 믿을만하냐 라는 것입니다. 

 즉 불태환 체제의 화폐는 요상한 존재입니다. 그 면화 뭉치가 실질적으로 보증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발행자의 신용에 따라서 무한한 한도로 보증될 수도 있고, '오염된 면화' 정도의 가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경제가 아무 이상없이 순탄하게 굴러가는 것은 인류 사회가 그만큼 발전을 하였고 안정되어, 발행자의 신용에 대해서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당연히 존재할 것 입니다. 아니 없었던 적이 없을 것입니다. 만약 그런 사람들이 없었다면, 시간이 지난다고 양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 자체가 아주 높은 사용가치를 갖는 것도 아닌 초신성 폭발의 결과로 발생한 돌멩이에 불과한 금이 그런 어마어마한 가격에 거래될 리가 없으니 말입니다. 없었던 적이 없었던 불태환 체제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현대 기술의 놀라운 발전에 힘입어 대안을 제시합니다. 

 바로 분산원장이라는 개념을 활용한 블록체인이라는 시스템입니다. 사실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화폐는 구성원들이 믿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형식적으로 사회 구성원들과 화폐 사이에 '국가'라는 매개체가 존재하기 때문에 국가라는 녀석의 신용도가 흔들리면 화폐의 신용도까지 흔들려버리고 마는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서 분산원장 개념을 활용한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들어가면 전혀 다른 양상이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화폐라는 물질의 구매력을 신뢰하는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일종의 회계장부인 '원장'을 '분산'해서 다 같이 갖고 있음으로써 자신이 받는 그 화폐가 누가 임의로 위조하는 등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는 매개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역설적으로 모든 시스템 사용자들이 매개체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럼 다시 논의로 돌아와서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라는 것이 불리될 수 없으며, 왜 그 이유에 분산원장이라는 시스템이 있느냐라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언급했다시피 블록체인 기술은 모든 사용자가 분산원장의 일원이 되어 매개체가 됨으로써 중간 단계가 없는 시스템을 만듭니다. 당연히 세상에 공짜가 없기 때문에, 이 과정에는 상당한 수고가 필요합니다. 현재 거래되는 암호화폐를 예로 든다면, 해당 암호화폐가 제대로된 화폐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컴퓨팅 파워가 투입되는 것이 바로 그 수고의 과정입니다. 그런데 사실 누가 이 수고를 굳이 나서서 하려고 하겠습니까? 이왕이면, 수고는 '나말고 다른 유저들이' 편익은 '모두 함께'를 추구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모든 유저가 그런식으로 나오게 되면 수고는 아무도 안하고, 편익은 모두 함께 누리겠다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당연히 누구도 수고를 감수하지 않았으니 발생하는 편익은 0이고, 그걸 인원수대로 나눠봐야 0입니다. 인센티브가 필요한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암호화폐들이 바로 이 인센티브 입니다. 블록체인 속 정보가 위조 또는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대가로 받은 '수고비'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추가로 논의가 나옵니다. 그러면 누군가 나서서 그 수고를 감수함으로써 다른 방식으로 이익을 향유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 라는 것 입니다. private과 public의 대립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베스트 투자증권 팟캐스트 이리온의 암호화폐> 에피소드를 들으면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우선, private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런 투자를 감당하고, 또 그 투자를 통해서 발생되는 편익이 가치가 있는 주체들은 상당한 규모의 대기업 등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정말 큰 대기업의 경우에는 분산원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탐탁치가 않습니다. 

 대기업이 상당한 투자를 통해서 private 시스템을 구성하고, 블록체인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데이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데이터가 가치가 있는 이유는, 배타적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데이터를 왕창 쥐고 있으면 데이터가 없는 놈보다 경쟁우위(데이터를 활용한 분석)가 발생하기 때문에 데이터가 값어치가 나가는 것 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잘 생각해보시면, 사실 현재 private 시스템을 구성하고 블록체인을 만들어서, 상당한 비용 부담을 하면서 컴퓨팅 파워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데이터에서 그것 이상의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선도 대기업의 경우에는, 굳이 블록체인이라는 시스템으로 시스템을 굴릴 유인이 적습니다. 그만한 선도 대기업의 경우, private 시스템을 만들어서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데이터를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구글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어차피 안드로이드, 구글 검색엔진, 크롬, 각종 구글서비스 등을 통해서 데이터를 왕창 확보했고 하는 중입니다. 굳이 블록체인을 만들어서 블록체인의 효용을 적극 홍보하면서 상당한 비용을 들여서 해시값을 찾는 컴퓨팅 파워를 낭비할 필요없이 현재 상황을 유지하면 쓸데 없는 비용도 들지 않고, 데이터도 그대로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굳이 선도 대기업이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기반을 옮길 필요가 있을까요? 

 따라서 private 시스템의 성장은 제한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수한 몇몇 서비스에서는 활발히 사용되겠지만 주류가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제대로 확신되기 위해서는 public 시스템을 중심으로 성장할 수 밖에 없다고 예상합니다. 그리고 public 시스템은 태생적으로 인센티브 구조를 위해서 암호화폐를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여기까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전망이 밝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럼 이제 제가 글의 서두에서 말한 숨겨진 부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암호화폐에 투자하지는 않을 것이다.' 라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떤 놈이 잘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자체로는 아무런 경제적 가치가 없습니다. 결국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어떤 주체가 만들어내는 서비스가 탁월한 경제성을 갖춤으로써 그 블록체인 시스템의 작동에 필요한 수고를 감수함에 대가로 지급되는 해당 '암호화폐'가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을 것 입니다. 하지만 지금 과연 어떤 서비스가 성공할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그러니까 알트코인을 그렇게 거래하고 계시겠지만... 최소한 투자라고 하시려면 해당 알트코인을 사용하는 해당 서비스의 전망에 대한 견해가 있어야합니다.) 제 역량에서는 불가능합니다. 

 마치, 워런 버핏 옹께서 현재 시점에서 구글과 아마존을 놓친 것에 대해서 안타까워 하시지만, IT버블 당시 기술주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블록체인이라는 시스템 자체는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이는 곧 인류 사회가 필요로하는 컴퓨팅 파워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관련 기업에 대해서는 더 공부를 해볼 생각입니다. :) 


- 참고 문헌 

Blockchain basics: Introduction to distributed ledgers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

Warren Buffett: I was wrong on Google and 'too dumb' to appreciate Amazon

매거진의 이전글 #잡상 직접 투자를 한다는 것의 의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