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에 대한 글을 바로 전에 썼습니다. 공시가 나오자마자 확인하고 쓴 글이라서 지금 돌아보면 논리의 빈틈이 많습니다. 특히 중요한 '처분 금액' 부분에 대한 가정이 다소 나이브 합니다. 현대모비스 A/S 부품 사업부문과 모듈 사업부문의 분할에 있어서 가치평가를 보면 현대모비스의 분할대상사업 부문의 내재가치보다 적은 수준으로 가치평가가 된 것처럼 보여서 더욱 그렇습니다.
현대모비스의 분할대상 사업부분의 가치평가 내용을 확인해보려면 다음 자료가 필요합니다.
1. 분할합병 상대법인(현대글로비스)와 분할합병대상부분(현대모비스의 A/S 부품 및 모듈 부문)의 합병가액 자료
=> 현대글로비스 1주당 154,911원 / 현대모비스 분할합병대상부문 1주당 452,523원
2. 분할합병 상대법인과 분할합병 대상 사업 부문의 분할합병비율
=> 보통주 1:0.6148203 / 우선주 1:0.6148203
=> 우선주는 주식총수가 작기 때문에 무시해도 무방
3. 분할합병신주의 수량
=> 보퉁주 59,848,983주, 우선주 계산 편의상 무시
그럼 현대모비스의 A/S 부품 부문과 모듈 부품 부문을 현대모비스로부터 인적분할하여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데 있어서 A/S 부품 부문과 모듈 부품 부분이 받은 가치평가 수준을 계산해낼 수 있습니다.
1주당 가격은 계산의 편의상 자연수 단위로 결정된 현대글로비스의 본질가치를 사용합니다. 따라서 1주당 154,911원, 그리고 이 경우는 현대글로비스가 현대모비스의 분할 사업 부문을 흡수합병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현대모비스의 분할 사업 부문을 합병하는 대가로 현대모비스의 분할 사업 부문의 주주들에게 신주를 지급합니다. 물론 지급되는 신주는 현대글로비스의 신주입니다. 따라서 현대모비스의 분할사업부문 주주들이 총 수취하는 대가는 154,911원 * 59,848,983주 = 9,271,265,805,513 원입니다. 물론 현금이 아니라 주식으로 지급받습니다.
현대모비스에서 인적분할되서 현대글로비스에 합병되는 부문은 아래 공시 캡쳐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현대모비스가 영위하는 사업 중 [모듈사업부문]과 [AS부품사업부문] 입니다. 따라서 현대글로비스가 현대모비스의 분할대상기업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9.27조원 상당의 신주는 모듈사업부문과 AS부품사업부문의 합병에 대한 대가입니다. 그럼 여기서 따져봐야 할 부분은 과연 해당 사업부문의 가치평가를 9.27조원으로 한 것이 합당한 것이냐? 라는 것입니다.
적당할 수도, 과소평가한 것일 수도, 과대평가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업부문의 가치는 그 사업부문의 본질적인 가치 자체가 '그 사업부문을 누가 소유하고 있느냐'에 따라서도 변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현대모비스 분석 글에서 썼던 바와 같이 현대모비스의 대부분의 영업이익은 A/S부품사업부문에서 나옵니다. 따라서 모듈사업부문의 수익가치는 그냥 무시하고 계산해보겠습니다. 어차피 돈 잘 버는 사업 부문이 아닙니다. 미래성장가치가 기대되었던 핵심부품부문과 현대차 지분에 해당하는 투자부문은 존속법인에 남기 때문에 제외합니다. 그럼 사실상 9.27조원이 합당하냐라는 질문은, A/S부품사업부문에게 가치평가를 9.27조원하는 것이 적절한 수준이냐로 바꿔볼 수 있습니다.
우선 현대모비스 주주 입장에서는 과소평가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모비스 산하에서 A/S부품사업부문은 매년 1.5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창출한 캐쉬카우입니다. 업의 특성상 변동성이 낮기 때문에 1.5조원의 현금흐름을 크게 할인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러면 9.27조원이라는 가치평가는, 현대모비스의 A/S부품사업부문의 6년치 영업이익 수준에 불과합니다. 심각한 과소평가입니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A/S부품사업부문의 제3자가 소유하고 있는 상황을 가정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현대모비스 A/S부품사업부문의 분석글에서 언급했다시피 A/S부품사업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5% 수준에 달합니다. 하지만 국내 부품기업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를 밑돌고 있습니다. 즉, 현대모비스의 A/S 부품사업부문의 압도적인 수익률은 사실 현대차 지분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어서 경제적 실질로 보았을 때 사실상 현대차그룹의 지주사라고 볼 수 있는 현대모비스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누릴 수 있었던 특혜에 가깝습니다. 이말인 즉슨, 보유 주체가 현대모비스가 아닌 다른 기업이 될 경우 얼마든지 이익률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업이익률이 반토막이 나면 9.27조원이라는 가치평가는 현대모비스 A/S부품사업부문의 12년치 영업이익 수준이 됩니다. 그런데 사실 반토막이 나도 12%를 넘어섭니다. 그런데 아까 언급했다시피 평균적인 자동차 부품사의 영업이익률은 3%를 밑돌고 있습니다. 현대모비스 모듈 사업 부문이 누렸던 4.4% 수준의 영업이익률도 그룹사이기에 누릴 수 있는 특혜였습니다. 따라서 1/4토막이 나도 사실 크게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그렇게 따져보면, 9.27조원이라는 규모는 크게 아쉬운 가치평가 수준은 아닙니다. 만약 영업이익률이 모듈 사업 부문 수준(4.4%)으로 떨어진다면, 오히려 과대평가된 것이라고 봐도 무리가 아닙니다.
다만, 분명 현대모비스 주주 입장에서는 사실 그냥 현재 상태 그대로, 현대차 그룹의 실질적 지주사격이라는 지배구조 상의 위상에 힘입어서 아주 높은 영업이익률을 수취하는 현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상황인데, 그 판이 깨진 상황이라서 썩 탐탁치 않은 상황입니다.
다만 현대모비스 주주로서 한 가지 확인해보고 싶은 사항은 있습니다. 분할합병공시의 승계대상재산목록을 보았을 때, [관계기업투자주식], [종속기업투자주식]에 대한 부분이 애매합니다. 아래 목록에서 볼 수 있다시피 승계대상재산목록에서 현대모비스의 해외 A/S 사업 부문 관련 관계 및 종속법인에 대한 지분이 넘어간다는 내용이 없습니다.
그리고 분할합병재무상태표를 확인해봐도 18년 사업보고서 기준 현대글로비스의 공동기업및관계기업투자 계정과목의 수치에 비해서 변동폭이 미미합니다.
만약 해외법인이 존속법인에 그대로 남는 것이고, 인적분할되는 대상이 국내 사업부문에 대한 자산과 사업에 한정된 것이라면 9.27조원이라는 가치평가 수치는 현대모비스 기존 주주들에게 꼭 불리한 수치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대모비스 실적쇼크]라는 게시물에서 실적발표 자료를 확인하면서 언급했던 것처럼 해외 법인에서 발생하는 A/S사업부문 법인의 매출액만 해도 9천억원에서 1조원에 육박하는데, 이 해외법인이 그대로 존속법인에 남는다면 실제로 현대모비스에서 분할되는 A/S 부품 사업 부문의 규모는 그 수치가 빠진 규모가 되기 때문입니다.
가볍게 투자아이디어를 되짚어보고, 투자아이디어가 훼손되어서 매도 사유가 발생한 것인지 혹은 투자아이디에어 큰 변화가 없는지 확인할 요량을 시작한 글인데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습니다.
간단히 돌아보면,
1. A/S 부품 사업 부문이라는 든든한 캐쉬카우 - 손상
2. 수소연료전지, 하이브리드 등 차세대 기술역량 - 유지
3. 자율주행 등 신기술 적용에 따른 ASP 상승 - 보류
4. 현대차 그룹 미래 성장동력의 중추 - 유지
아직은 조금 애매합니다. 사실 인적분할되어서 현대글로비스에 흡수합병되는 것 자체는 그냥 해당 사업부문의 소유 주체가 바뀌는 문제라서, 가치평가만 제대로 해준다면 단기적으로 큰 상관은 없습니다. 다만, 분명 지배구조 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현대모비스가 보유하는 것보다는 현금창출능력에 있어서 분명 일정한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 투자 포지션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