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olany Sep 04. 2018

#서평 36 투자는 심리게임이다

앙드레 코스톨라니 저,

 요즘 블로그와 브런치의 글을 하나하나 되짚어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군대라는 관문을 앞에 두고 과거의 제가 해왔던 생각에 대해서 정리하고, 현재의 제가 생각하는 바에 대해서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군대라는 공백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제가 쓰고 있는 '톨라니'라는 닉네임의 기원인 앙드레 코스톨라니라는 유럽의 투자가에 대한 책의 서평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읽은 책이지만,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볼 겸 다시 한번 앙드레 코스톨라니 옹의 책을 펼쳤습니다. 


 책에 대한 내용을 쓰기 전에 우선 제가 왜 앙드레 코스톨라니라는 투자가를 롤모델로 설정하고, 닉네임으로 삼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이 기회를 빌어서 글을 남겨놓고자 합니다. 제 투자 활동의 시작은 역시 워렌 버핏입니다. 로전 로웬스타인의 저서인 '버핏'이라는 책을 판타지 소설처럼 읽으면서 버핏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깊은 호기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남들을 패가망신을 면치 못한다는 주식투자를 통해서 전 세계 순위권을 부를 쌓은 인물이라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버핏'이라는 책을 계기로, 워런 버핏이라는 인물이 '올림푸스 산 위에 있는 줄 알았다는' 벤저민 그레이엄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 분석'이라는 책을 내 것으로 만들기만 하면 워런 버핏처럼 수십억 달러의 자산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읽고 또 읽고 또 읽었습니다. 


 하지만 증권분석이라는 책이 익숙해질 즈음에 이상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버핏과 그레이엄의 책에서는 오일쇼크도, IMF 금융위기도 큰 주제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버핏과 그레이엄이라는 두 영웅은 매크로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즐겨하는 편이 아니라서(금리를 제외하고)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진짜 이유는 다른 것일 것입니다. 네, 워런 버핏과 벤저민 그레이엄이라는 위대한 투자자들은 미국이라는 위대한 나라에서 살며 투자하는 투자자이기 때문에 오일쇼크도, 동아시아 IMF 금융위기도 철저하게 남의 일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이상한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도, 워런 버핏과 벤저민 그레이엄이라는 위대한 투자자들은 제 이상향이며 기준이었지만, 롤 모델로 삼을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기축통화인 달러를 사용하는 나라가 아닌 신흥국인 대한민국의 투자자였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로 '환 위험'이라는 리스크에 노출되었던 투자자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러던 와중에 알게 된 투자자가 바로 '앙드레 코스톨라니'라는 투자자입니다. 헝가리 출생의 이 투자자는, 출신국인 헝가리가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은 나라이고, 세계 2차 대전이 펼쳐진 유럽에서 투자를 했던 투자자입니다. 그리고 이른 나이에 이미 큰 성공을 맛보았기 때문에 평생을 '투자자'라는 직업으로 살아왔고, 한가한 그 시간을 이용해서 활발한 저술 활동을 벌였던 투자자입니다. 그래서 저는 앙드레 코스톨라니라는 투자자를 제 롤모델로 삼고, 닉네임을 '톨라니'라고 정했습니다. 한국보다는 선진국에 해당하는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한 투자자이지만, 그래도 기축통화를 사용하는 미국과 달리 환 위험에 노출된 나라의 투자자이며, 많은 기록을 남겼고, 그 기록으로 남은 투자철학이 퍽 합리적이며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주로 사용하는 투자의 방법론은 앙드레 코스톨라니보다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철학에 더 큰 영향을 받은 편입니다. 앙드로 코스톨라니는 벤저민 그레이엄보다는 조금 더 매크로하게, 조금 덜 수치적으로 접근하는 투자자입니다. 특히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주로 활동했던 시기의 '장부'는 현재 우리가 느끼는 '장부'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책의 곳곳에서, '분식은 기본이고 회계는 눈속임에 불과하다'라는 맥락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저작을 읽으면서, 이 위대한 투자자에 대해서 공부를 할 때는, '이거 순 선문답이랑 공자님 말씀만 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이라는 위대한 저작과 달리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저작물들은 대부분 강연을 정리하거나 앙드레 코스톨라니 본인이 수기처럼 써 내려간 글이기 때문에 '재연 가능성'이 썩 높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건 제가 처음 워런 버핏과 벤저민 그레이엄이라는 인물 대신 앙드레 코스톨라니라는 인물을 롤 모델로 설정한 이유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환 위험에 대한 노출도가 낮은 미국의 투자자인 워런 버핏과 벤저민 그레이엄의 경우, 철저하게 바텀업으로 접근을 해도 거의 대부분의 위험을 확인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살던 시대의 유럽이나 신흥국은 바텀업에서 확인할 수 있는 위험은 전체 위험 중에서 상당히 제한적인 수준의 위험이었기 때문에 매크로를 보지 않을 수가 없었고, 어떤 의미에서는 오히려 매크로가 더 중요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제 블로그의 글을 보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기본적으로 매크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매크로 환경을 예측하려고 시도하지도 않습니다. 그건 확실하게 제 능력 범위를 초과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대신에 매크로 환경이 급변해서 큰 문제가 생기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 항상 현금(원화와 달러화)을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고, 갑작스러운 외생적인 충격이 발생했을 때 기업이 도산하거나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재무건전성에 대해서 높은 기준을 설정합니다. 즉, 매크로에 대해서 적극적인 대응이라고 할 수 있는 '예측'은 포기하였지만, 소극적인 대응이라고 할 수 있는 '대비' 정도는 해두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보면 앙드로 코스톨라니라는 인물을 롤모델로 설정하고, 그의 투자철학을 따른다는 말이 조금 무색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정말 전 세계 금융시장을 종횡무진하면서 매크로에 대한 예측도 하고, 외생적인 충격을 이용도 하는 아주 적극적인 투자자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앙드레 코스톨라니라는 인물에 대해서 가장 인상 깊고, 감명 깊었던 부분은 사실 매크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심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수십 년 간 금융시장에서 실제로 투자를 했던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런 인물만이 갖는 아주 강력한 경쟁력은 '거의 모든 상황을 내가 직접 겪어봤고, 남들이 겪는 것도 보았다'라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제 또래인 20대에게 6.25 전쟁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면, 영상물이나 문헌에서 봤던 폐허가 된 국토와 엄청난 사상자, 전쟁고아 등의 참혹함에 대한 '기록'이 전하는 당시의 상황에 대한 수준 이상의 공감을 얻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반면에 당시 20대였던 이제는 70~80대에 해당하는 분들께 6.25 전쟁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들을 수 있는 당시의 상황은 다를 것입니다. 내가 살던 집이 문자 그대로 사라져 버리고, 내 가족 중 누군가가 갑자기 손에 총을 들린 채 전쟁터로 향했던 글로 전하기 어려운 그 '느낌'이 담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투자에 있어서 심리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단기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장기적으로는 우린 모두 죽기 때문에, 중단기적으로 중요한 것은 투자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심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줄 사람을 찾을 때, 이왕이면 진짜 그때 상황을 겪어서 심리에 대한 이야기이자 자신의 경험담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더 좋지 않을까요? 전 그래서 그 모든 일을 경험한 앙드레 코스톨라니라는 인물의 심리에 대한 저작물을 정말 좋아합니다.


 사실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투자는 심리게임이다'라는 책은 이론을 담은 책이라기보다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앙드레 코스톨라니라는 노회한 투자자가 직접 경험한 바를 바탕으로 전하는 시장의 심리와 관련된 에세이 같은 글이라서 글을 도막 단위로 소개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관심이 생기신 분들은 직접 고민하면서 읽어보시길 권하고, 이하 부분은 그냥 제가 나중에 기억하고 다시 찾아보기 좋게 제게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정리하는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p18 대중심리의 예측 

"그리하여 나는 어떤 이유들이 그로 하여금 대중의 심리가 계산될 수 있다는 견해를 갖게 했을까에 대해서 그 후로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중략, 개인 또는 대중의 보다 깊은 심리적 동기들 및 특정 상황에서 그들의 반응은 사실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개개인이 내리는 결정들이 모였을 때 그 합계의 강도, 즉 대중의 심리적 반응의 강도와 시점들을 보통 사람들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경험 있는 증권인이라면 실제로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가끔은 빗나갈 수도 있는 '예감' 또는 '추측'을 할 수 있다."


-> 결국 코스톨라니를 비롯한 투자자들이 관심이 있는 것은 '강도'라는 것. 


p23 누구 손에 주식이 있는가 

"... 증권시장의 주가지수가 올라가면 동시에 거래량이 늘어나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분석가들은 증권시장이 안정적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거래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대중들이 증권시장에 관심을 갖는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생각에 이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시세가 상승하는 증권시장에서 거래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더욱더 많은 주식들이 '큰 손'에서 '작은 손'으로 가게 된다. 즉, 심리적으로 안정된 증권시장 참여자들로부터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증권시장 참여자에게로 옮겨가는 것이다."


"나는 심사숙고, 논리, 정확성에는 절대적인 가치를 둔다."


p70 결국 장기적으로는 기본적 분석이다

"그러나 장기적 추세를 놓고 볼 때, 심리학은 이제 더 이상 그렇게까지 근본적인 요소가 되지 못한다. IBM, 지멘스, 다임러-벤츠, 등은 만약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기본적인 요인들이 없었다면 결코 지금처럼 주가가 올라가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 기업들의 주가를 그렇게 높인 것은 결코 심리학이 아니다."


p73... 이건 개인적인 편향?

" 그러나 내가 가장 흥미를 가지는 주식은 적자상태에 있는 회사의 주식이다. 적자상태일 때 주식을 샀는데, 그 회사가 회복세에 들어서게 되면 시세는 급격히 상승한다. 1980년 초반 증권시장 위기일 때 어려움을 겪은 미국의 자동차 기업, 크라이슬러 주식의 경우에 이러한 일이 있었다." 


p76 가장 좋아하는 부분 

" 나의 오랜 친구 중에는 아주 뛰어난 투자자가 하나 있었는데 어느 날 나를 찾아와서는 매우 불안한 표정으로 '자네는 이렇게 보기 드문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중략) 나의 대답은 이러했다. '그래, 요즈음은 정말로 시세가 좋지 않아. 그리고 자네는 논리학의 주식에 가장 의존하고 있어. 자네는 주식투자를 하면서 아마 결산, 이윤 - 손실 계산, 배당금 등을 늘 염두에 두겠지. 그리고 현물에 투자하면서 수확량과 소비에 대한 통계와 무역의 계약, 국내외 정치 및 모든 경우의 대외 정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네. 그러나 현재 자네의 그런 논리학은 전체적인 시장의 상황과 따로 놀고 있어. 그래서 자네나 나 같은 사람이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되는 것이지. 약간의 인내심을 가지게. (중략) 자네는 2 곱하기 2는 5보다 1이 적다는 나의 신앙고백을 알고 있을 것이네. (중략) 만약 자네의 생각이 정말로 논리적이라면, 언젠가는 자네의 뜻이 이루어질 수 있겠지. 그러나 문제는 그 시기야. (중략) 만약 자네의 투자를 이루는 요소들이 그 정당성을 유지하고 있다면 모든 것은 오로지 시간의 문제일 뿐이지.'"


p105 코스톨라니의 신조 

 " 나의 신조, 즉 '언제나 겁을 먹어라. 그러나 절대 놀라지는 말라!' "


 


 

매거진의 이전글 #서평 35 듀얼 모멘텀 투자 전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