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의 LC story
인사이트 트립 발표를 마지막으로 이제 공유의 장이 끝났고 암전과 함께 사전에 로컬크리에이터들의 음성이 나왔다. LCC 2019를 처음 기획할 때 성장, 공유, 연대에 대해 구분을 짓고 분위기를 환기하기위해 암전을 생각했고 '공유'의 마지막으로 "우리 같은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라는 마음으로 로컬 크리에이터에게 묻고 싶었다.
"강원도에 산다는 것은 어떠한가요?"
"로컬크리에이터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게 바라는 점은?"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스스로 그 질문들에 답변하면서 그리고 그 답변들을 들으면서 스스로 그 질문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공유의 장을 마쳤다.
공유의 장이 로컬크리에이터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였다면 성장의 장은 센터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였다. 오프닝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센터장님께서 노트에 적힌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분, 한 분 놓치지 않고 전하는 장면이었다. LCC 2019는 참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로컬크리에이터이지만 그들을 궁금해하고 관심을 가져주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도 참여했다. 더 다양하고 많은 분야와 연결되는 마음에 이렇게 한 분, 한 분 이름을 호명하면서 감사 인사를 전하고 로컬크리에이터들에게 안내를 해주셨던 것 같아 감사했다.
감사 인사와 시작된 성장의 장은 크게 4가지 나눠진다.
1. 2015년 4월부터 3가지의 이야기
2. 나 강원청년, 나 강원장인의 이야기
3. 로컬 크리에이터, 브랜드가 되다.
4. 공간, 지역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정말 많은 준비를 한 게 느껴지는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박용민 팀장님 발표였다. 2015년 4월부터 시작한 창조원정대부터 지역혁신가, 로컬 크리에이터까지 3가지의 이야기인데 2015년부터 현재까지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센터가 이룬 결과물에 대한 이야기였다.
'로컬(Local)'이라는 단어도 아무도 몰랐던 시기, 사람들은 강원도하면 감자, 나무, 시골처럼 오래된 이미지만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사실 수도권, 경상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도 처음에 강원도는 그런 이미지로 생각했었다.) 그런 이미지가 진짜일까? 왜 그렇게 느낄까?라는 궁금증으로 시작된 '창조원정대'는 지역에 대한 이야기의 첫 출발점이었다.
센터는 강원도의 진짜(찐) 이미지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가장 강원도의 이미지와 비슷한 강원도 평창 동부5리로 갔다. 그곳에서 낡고 오래된 관광 표지판을 보며 센터는 표지판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디자인으로 바꾸는 것처럼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이러한 평창에서 지속된 작은 변화 속에서 2015년 말, 평창의 한 소녀, 최효주 대표(브레드메밀)을 만났고 평창에서 로컬 식재료를 이용한 베이커리를 만들고 싶다는 최효주, 최승수 남매의 바람에 따라 첫 번째 지역혁신가가 나왔다.
* 브레드메밀 & 평창다반사의 이야기를 담은 강원 매거진 033
이렇게 시작된 지역혁신가 사업은 강릉의 버드나무브루어리, 양양의 서피비치, 속초의 칠성조선소 등 각 지역의 거점이 되는 지혁혁신가를 배출하게 되고 이 경험을 토대로 센터는 본격적으로 지역생활문화 청년혁신가라는 사업에 뛰어들게 된다. 이를 '지역혁신가'라는 용어로 정의했다.
지역혁신가 사업의 3 Keywords
1. 지역 : 강원도 지역 가치 향상
2. 지속성 : 창업 후 사후관리
3. 사람 : 창업가 중심의 창업 지원
이때부터 많은 지역혁신가들이 배출되며 이들에게 센터는 어떤 점이 필요한지 묻게 된다. 다들 디자인과 브랜딩에 도움을 받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고 그 결과 디자인 및 브랜딩 전문가 집단인 디자인자문위원회가 구성이 된다. 이 자문위원회는 강원도의 많은 버려진 공간들을 탐색하면서 공간을 재생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오가게 되고 또 다른 사업, 공간재생 사업이 생겨나게 된다.
강원도 내 지역혁신가, 그리고 재생된 공간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며 센터는 그들 간의 연결고리를 생각하게 되고 세 번째로 지금의 센터 주요 사업인 '로컬 크리에이터'가 생기게 되었다.
한동안 로컬크리에이터에 대한 정의, 자영업자랑 다른 게 뭐냐라는 질문에 대해서 논리적으로는 지역에서 가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크리에이터라고 이야기했었다. 그럼 로컬크리에이터와 지역혁신가는 다른 게 뭘까? 센터에서 5년간 지역을 위해 어떤 방향과 방법으로 지역에서의 창업자들을 도왔는지 그 자세한 내막을 들으니 그 차이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단순히 지역에서 가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에 더해서 다른 로컬크리에이터들과 지역이 같이 상생하고 연대하는 것이 로컬크리에이터와 지역혁신가가 다른 점이라고 생각한다.(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부르는 명칭으로만 말이다.)
이제는 100명이 넘은 로컬크리에이터들, 로컬 크리에이터만으로도 강원도를 찾는 사람들을 보면 그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든다. 센터에서 남은 과제는 공유, 연대, 성장이라고 말한다. LCC 2019도 이런 센터의 희망과 노력 중에 하나로 내년에는 더 다양하고 많은 과제들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어서 지역혁신가 및 로컬크리에이터 멘토인 이경모 대표님 발표에서는 '나 강원청년'을 만들게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광고업계에서 오랫동안 몸담았던 그는 로컬크리에이터, 우리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담아 말을 건넬까라는 고민과 함께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오래 전, 나는 사업 발표회로 긴장을 많이해 많이 떨어서 발표를 잘하지 못해 많이 자책했었는데 그때 이경모 대표님이 고생했다고 말씀해주신게 기억에 오래 남는다. 로컬크리에이터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경모 대표님 이야기를 종종 듣게되는데 다들 내 개인적인 경험과 비슷한 경험을 한 것 같아 놀랄 때가 많다. 그만큼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따뜻한 이해와 격려를 항상 보내주시는 분이기에 말씀해주시는 내용이 공감이 되었다.
처음, 로컬크리에이터에 대해 정의할 때 새로운 개념이기에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크리에이터 자체가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기에 정의는 낯설더라도 표현은 낯설지않게 표현하려 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강원 로컬 크리에이터를 3가지 방향으로 표현하였다고 한다.
우리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交感(교감)을 위한 내러티브
머리가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가 아닌 가슴이 느끼는 내러티브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이 만드는 내러티브
패널 : 김소영(김소영캘리그라피, 강릉), 김남경(테이스트이스트투어, 춘천), 이동근(웨이브우드, 양양), 박은희(포남포남, 강릉) 모더레이터 : 김지우(더웨이브컴퍼니)
로컬 크리에이터, 브랜드가 되다라는 주제에 어떤 패널이 등장해야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크리에이터 자체가 브랜드인 로컬크리에이터가 어울리지 않을까? 등장한 패널들은 정말 각기 다른 이유로 지역을 찾았고 로컬 콘텐츠를 만들고 있었다.
첫번째, '김소영 캘리그라피'는 브랜드 이름에서부터 자신감이 돋보이는 브랜드이다. '김소영 캘리그라피'의 김소영 대표님은 예전에 내가 033 매거진 에디터로 활동할 때 그에게 강릉에 정착하게된 계기, 그리고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 궁금해서 인터뷰까지 했었다.
인터뷰했을 때가 2018년 여름이였는데 1년 반이 지난 지금 김소영 대표님은 한결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의 풍부한 감정, 따뜻한 솔직함, 지속하는 에너지를 경험하면 항상 많이 배우게 된다. 패널 토의에서도 그의 답변은 심플했다. "좋아하는 일을 강릉에서 시작했고 변함없이 계속해서 좋아하는 일을 하니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더라라고.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좋은 일도 생기고 안 좋은 일도 생기는데 좋아하는 일이니까 계속하게되고 지금 여기까지 온 것 같다." 김소영님을 만나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마음, 행동, 결과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을까? 로컬 크리에이터, 김소영 대표님은이런 과정을 통해 '김소영 캘리그라피'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다.
* 최근에는 강릉시 명주동에 글씨를 쓰는 작업과 수업의 공간으로 <글씨堂> 이 생겼다.
https://instagram.com/ksycalli
패널토의에서 처음 뵙게된 테이스트이스트투어 김남경 대표님은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남이섬만 보고 떠나는 모습을 보고 춘천에는 남이섬 뿐만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소개하기 위해 창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 또한 대학생 시절,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국내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내국인 관광객과 다른 관심사, 루트, 행동 등을 섬세하게 신경써야 했기에 가이드가 어렵고 힘들었던 기억이 났다. 한편으로 어렵고 힘들었지만 외국인 친구들이 일반적으로 경험할 수 없는 여행을 했다고 고마움을 전달할 때, 뿌듯하고 행복했다.
아마, 테이스트이스트투어도 이와 같은 뿌듯함과 행복감을 느끼면서 지속가능하지 않을까? 로컬이라는 시장에서 타겟 고객은 대부분 내국인 관광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말은 아직 한국이 다른 동아시아 국가(중국, 일본)에 비해 도시별 콘텐츠가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뜻이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들 역시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외국인보다는 지역민과 지역을 찾아오는 내국인 관광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대로 여행 가이드(큐레이션 또는 도슨트) 또한 내국인 관광객들에게는 녹록치 않다. 대부분 내국인 관광객들은 여행 가이드(큐레이션 또는 도슨트)를 무료로 이용하는데 익숙하고 무형의 서비스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테이스트이스트투어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다른 투어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춘천의 여행지와 맛집을 연결해 타겟 고객의 디테일한 니즈를 찾아냈다. 또, 춘천을 대표하는 굿즈(마그넷)을 통해 소비자에게 춘천을 배경으로 한 질 좋은 투어를 후원하는 기회까지 성공적으로 제공했다.
https://www.instagram.com/tastyeasttour/
세번째로 양양의 '웨이브우드'라는 브랜드를 만든 이동근 대표님의 이야기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무작정 떠나 도착한 강원도 양양, 숙소 앞 바다에서 서핑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퇴사를 하고 양양에서 서핑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결심에서 시작한 웨이브우드.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 지역으로 와서 창업을 한 이야기이다. 양양으로 이주한 이후에 좋아하는 서핑과 목공을 활용해 나무로 서핑보드를 만들어, '웨이브우드'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 웨이브우드와 이동근 대표님을 잘 설명하고 있는 KBS 이유즉슨
https://www.youtube.com/channel/UCF7ZcLEOlYAbznU9dk030nQ
1995년부터 제주도에서 시작되어 2012년부터 강원도 양양에 퍼져나간 서핑 문화는 이제 트렌드에서 국내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해볼만한 해양스포츠가 되었다. 북미, 유럽, 호주에서 시작된 해양스포츠, 서핑이기에 국내 많은 서핑숍들은 이국적인 풍경과 문화를 연출하며 국내 관광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편, 각광을 받는 국내 서핑 문화 속에서도 새롭게 국내 서핑 문화를 만들어내는 브랜드가 있다면 그 중 하나가 웨이브우드가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나무로 서핑 보드를 만든다는 것을 전제로 시작한 비즈니스이기에 그 시작이 힘들고 소외받을 수 있지만 웨이브우드라는 브랜드가 말하는 메시지는 그만큼 더 명확할 것이다.
https://www.instagram.com/wavewood_kr/
마지막으로 포남포남이라는 공유 서재를 만든 포남포남의 박은희 대표님의 이야기다. 책을 좋아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책을 읽고 책에 대해 나누는 독서클럽으로 시작한 포남포남은 2020년부터 박은희 대표님의 개인 공간을 공유 서재로 바꾸면서 공간을 오픈했다. 단편소설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 모임과 좋아하는 책의 글귀를 소개하고 써보는 필사 모임,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까지... 포남포남 또한, 좋아해서 창업을 하게 되었다.
박은희 대표님이 들려준 이야기 중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있다. 포남포남이 이제 새로 공간을 얻으면서 기존 독서클럽멤버들의 기대치가 더 올라가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 박은희 대표님은 어떻게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고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나라면 얼마나 기대치를 맞춰가면서 어떻게 운영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을텐데 그의 생각은 달랐다. 이런 고민 자체가 포남포남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아닐까?
https://www.instagram.com/ponam_ponam_/
패널 : 송창민(책맥공방, 원주), 엄정원(레비로드, 영월), 한귀리(위크엔더스, 강릉), 염승식(브로큰하츠클럽, 강릉), 이승아(고구마쌀롱, 속초), 모더레이터 : 김란(스튜디오 105-10)
두번째 패널토의 공간, 지역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에서는 공간 기반 창업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더레이터는 실제로 공간 창업자들의 인테리어 공사 때 많은 도움을 주었던 공간 코디네이터 김란 대표님이 맡아주었다.
첫번째 패널토의가 로컬 크리에이터 개인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두번째 패널토의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창업을 하며 공간을 만들 때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다루었다. 개인에 대한 소개보다는 공간 창업 때 그들이 나누었던 이야기를 중점으로 적었다.
책맥공방(원주), 레비로드(영월), 위크앤더스(강릉), 브로큰하츠클럽(강릉), 고구마쌀롱(속초) 모두 강원도 내 다른 지역이지만 그들이 경험하고 공감하는 이야기는 비슷했다. 공간 리모델링할 때, 공사 업체와 마찰없이 일을 끝낸 분들이 있을까? 우리도 공간을 창업하면서 경험했던 이야기들이였다. 수평이 안맞거나, 무허가 증축이 되었거나, 공기가 느닻없이 길어진다거나... 아는만큼 보인다고 공간 창업할 때는 창업자 스스로 공간과 공사에 대한 이해가 전반적으로 잘 되어 있어야한다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그 다음은 임대와 소유의 문제였다. 공간을 기반으로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에게는 항상 불편한 단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였다. 소매업, 서비스업과 다르게 외식업과 숙박업의 경우는 공간에 투자하는 자본이 상대적으로 많으며 시설에 투자한 자본은 이전할 수가 없다. 임대차보호법에서 임차인의 권리가 더 보장받았다고 하지만 결국은 돌려주어야하는 부동산이기에 본질적으로는 공간 창업자들이 공간을 지속가능하게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공간을 소유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간 주변에 살고 있던 지역민들과 지자체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공간 주변에 영업을 하고 있는 다른 자영업자들,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지역민들과의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그것이 영업권, 소음, 문화 등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또한 지자체에서 공간에 대해 협조를 구할 때 생기는 마찰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