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시장에 뛰어들다
이젠 취업 전선에 들어가야 했다. 어떤 직업으로 돈을 벌고 싶은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고민하는 과정조차 즐거워서 자꾸만 울컥했다. 점점 나 자신을 찾아가고 있음에 행복하다 느꼈다. 꽉 막혔던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취업시장이 어렵다는 것은 알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새로운 도전을 할 기회의 날들을 대충 보낼 순 없었다. 가장 먼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아야 했다.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한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적어놓고 보니 너무 광범위했다. 여태 공부했던 것을 돌이켜 생각해봤다. 대학교 때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중국어를 복수 전공했다. 부전공으로는 글로벌 무역.
아르바이트로는 1년 6개월가량의 아웃렛 여성의류 매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무역박람회에 참가한 경험도 다수 있다.
내가 경험했던 것들과 좋아하는 것을 엮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무역 쪽은 어떤가 고민해봤다. 하지만 그럼 영업 쪽인데 내가 과연 영업을 잘할 수 있을까 싶었다. 물론 하면 할 수도 있겠지만 박람회를 다녔을 때 나이가 든 50대 후반의 사장님들도 다니는 것을 보았을 때, 체력적으로 좀 더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 만약 직장에서 나오더라도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 그러다 마케팅을 알게 되었는데 전생의 남자 친구를 만난 것처럼 이거다! 싶었다.
마케팅에 대해서 알아보니 생각보다 나누어지는 갈래도 많고, 광범위했다.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데 있어 상품 생산에서부터 판매하고 소멸에 이르기까지의 그 모든 과정을 다루는 직무였다. 그 과정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면 즐기면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대학에서 마케팅 관련 전공을 한 것도 아니었고, 마케팅 관련 지식은 전무했다. 회사에 지원서를 넣으려면 자기소개서(자소서)를 써야 했는데 무엇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 어떤 것도 관련된 것이 없는 나의 스펙 때문인지 대충 맞춰 쓴 자소서는 서류 탈락의 길만 걸었다.
그러다 과거에 아웃렛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을 쓰는 것과 중국 무역박람회에서 내가 경험했던 것들이 생각보다 마케팅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 자소서를 수정하여 제출했다. 수정한 자소서는 꽤 괜찮았나 보다. 정말 감사하게도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들이 생겼다. 그리고 면접을 본 곳들은 모두 최종 합격의 연락을 받았다.
거기서 내가 가진 장점을 하나 더 깨달았다.
면접장에서의 나는 생각보다 강한 편이었다.
사실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었고, 쉽게 대답하기 힘들었던 질문이 나의 공무원 시험 수험기에 관한 것이었다.
공무원 시험 공부를 3년이나 했는데 못 붙었네요?
본인이 실패한 경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주세요.
최근의 일이라서 그런지 그간의 힘들었던 시간들이 떠올라 울컥했지만, 후회 없이 공부했고 그 어떤 아쉬움도 없을 만큼 최선을 다했음을 이야기했다. 대부분의 면접에서 나의 수험생활을 공백기로 취급했고,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면접장에서는 나의 3년 수험기를 공백기로 보지 않았다. 대부분 공백기로 여기셨는데 그곳에선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 것에 점수를 높게 주셨다. 그리고 나 또한 그 시간들을 공백기로 여겨선 안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실 3년 동안의 공시 준비는 남들에겐 보통 공백기로 많이 여겨지기 때문에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런데 최종 합격의 연락을 받았을 때, 내가 어딘가에 합격할 수 있다는 게 기분 좋았고, 나 아직 괜찮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리곤 결국 가고 싶었던 회사에 두 번의 문을 두드려 결국 최종 합격했고,
드디어 입사하게 되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