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고 써 버렸다

by 신재창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바로 엊그제 눈이 내렸었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다. 아직 쉬이 봄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벌써 대지는 맞이할 채비를 마쳤겠지만... 풀잎들이 부드러운 아침을 사랑하고, 서둘러 봄바람을 껴안는 여린 잎들.

엊그제 내린 눈이 종설인지 아직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봄을 건너고 있었을, 봄이라고 써 버린, 그 설레임이 기분 좋은 아침이다.





봄이라고 써 버렸다

/ 김영미


그대를 감싸러 오는 것은 무엇인가

풀잎들이 부드러운 아침을 사랑하고

밤은 낮을 껴안는다

아무도 잎들을 멈추게 할 수 없나니

이제부터 새벽은

꽃잎을 포개지게 할 것인데

어찌 서둘러 입을 맞추었는가

바람이 서로 껴안으러 가는 중에

내 연필 한끝이

그만 '봄'이라고 써 버렸다



김영미 시집 『기린처럼 걷는 저녁』, 걷는 사람, 2020







봄 - 김영미 시, 신재창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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