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영화 시장은 어떻게 될까?

여름 시즌과 그 후

by 조성빈

올해는 작년과 비교해서 할리우드든 국내 시장이든 규모가 큰 영화를 찾기가 힘들다. 할리우드는 작년 미국작가조합과 배우조합의 파업의 여파로 올해 개봉 예정이었던 많은 영화들이 제작 및 개봉 연기가 되었고, 한국 영화계는 코로나19 때문에 개봉하지 못했던 창고 영화들을 풀 예정이다.


먼저, 상반기 박스오피스를 살펴보자. 국내 영화로는 <파묘>와 <범죄도시 4>가 다른 영화들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좋은 성적을 냈다. 2월에 개봉한 <파묘>와 4월에 개봉한 <범죄도시 4> 두 작품 모두 천만 관객을 넘겼다. 문제는 이게 다라는 것이다. <외계+인 2부>는 140만, <댓글부대>는 97만, <원더랜드>는 60만, <설계자>는 50만 관객을 겨우 넘었다. 200만에서 500만 관객수 정도를 모으는 중급 규모의 영화는 아예 사라져 버렸다. 다른 말로 하면 흥하는 영화는 정말 흥하고, 망하는 영화는 정말 망한다는 것이다. 보통 영화의 흥행은 손익분기점을 넘는지 넘지 않는지를 보는데, 상반기에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는 <파묘>, <범죄도시 4>, <시민덕희>, <그녀가 죽었다>, <소풍> 밖에 없다. 말 그대로 영화 시장이 얼어붙은 것이다. 사실 이런 상황은 코로나19 이후로 계속 이어져왔다. 수익보다는 손해가 나는 영화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사람들은 줄어들었고, 올라버린 영화표 가격에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도 줄어들었다. 악순환이다.

영화 <듄: 파트 2>

이런 위축된 영화 시장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북미 시장에서 1억 달러를 돌파한 영화는 총 8개고, 전 세계 시장에서는 16개가 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라면 큰 흥행을 기대했던 <퓨리오사: 매드 맥스 사가>가 전 세계에서 1억 6천만 달러의 흥행 밖에 하지 못했다. 또 7억 1천만 달러를 넘은 <듄: 파트 2>의 흥행을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 2>가 8일 만에 넘으며 올해 첫 10억 달러 흥행 영화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영화의 흥행을 넘을 영화가 나올지는 의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제 티켓 파워가 있는 흥행몰이 영화들은 대부분 제작이 연기되어 올해 안에 개봉은 어렵다. 그나마 마블 스튜디오의 <데드풀과 울버린>이 7월 개봉 예정이지만 R등급 영화이기 때문에 아주 큰 흥행을 기대하기에는 어렵다.


한국 영화는 라인업이 오히려 많다 못해 넘친다. 7월 31일에 개봉하는 <파일럿>부터 시작해, 8월에는 <리볼버>, <행복의 나라>, <한국이 싫어서>, <빅토리>가 개봉할 예정이다. 이렇게 여름 시즌에 몰아서 개봉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이해되지만, 이렇게 개봉하면 관객들의 피로도가 쌓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다 같이 흥행 실패의 길로 갈 수 있는 확률이 높다. 여기에 외국 영화들까지 개봉을 하면 선택권을 많아지겠지만, 정말 영화표를 사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사람도 많아질 건지에 대해서는 필자는 비관적이다.

영화 <범죄도시 4>

이 얼어붙은 영화계를 녹일 해법은 뭘까. 지난 글에서도 적었지만 일단 '좋은' 영화가 많아야 한다. 여기서 '좋은' 영화는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영화 평론가들에게 극찬받는 영화를 말하는 게 아니다. 누구든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대중성도 가지고 있지만, 어느 정도의 작품성도 가지고 있는 영화를 말한다. 올해는 <파묘>, 작년에는 <서울의 봄>, 2022년에는 <탑건: 매버릭>이 이런 역할을 했던 것 같다. 물론 이런 영화를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영화들이 국내 영화든 외화든 상관없이 밀도 있게 한 해를 채워나간다면 전처럼 영화관을 사람들이 조금 더 많이 찾아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당장 영화표 가격을 내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영화 제작사, 배급사, 영화관들이 다 같이 노력해야 할 일이다. 흥행의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지속된다면, 더 많은 좋은 영화들을 볼 수 없게 될 뿐만도 아니라 영화 시장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그렇게 놔둘 수는 없지 않은가.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소회를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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