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는 '미스터리'라고 말한다. 책장을 보면 거의 다 미스터리 소설이고, 서점을 갈 때도 미스터리 책들을 주로 둘러본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나는 미스터리 영화도 좋아하게 되었다. 지금 가장 기억나는 미스터리 영화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 같다. 원작을 아주 잘 각색하여, 탄탄한 스토리로 쌓아 올린 영화이다. 그런데 이번에 다른 미스터리 영화인 "나이브스 아웃"이 개봉한다고 하여, 나는 정말 신났다. 요즘 들어 미스터리 영화라고 부를만한 영화가 없었는데 이렇게 정통 미스터리 영화가 나오니 너무 좋았고, 배우들도 연기 하나만큼은 다 잘하는 사람들이라서 기대가 더욱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당연하게도 너무 좋았다. 영화는 신선했고 탁월했으며, 영리하였다.
(구분선 밑으로는 영화 "나이브스 아웃"과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사실 영화 초반부에 살인 사건의 범인이 누군지 보여준 점만으로 나는 마르타가 범인이 아닐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보통의 미스터리 영화들의 전개 방식은 사건 발생, 탐정 등장, 용의자 탐문, 수사 종결 및 실제 범인 발표로 구성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바로 범인이 누군지 알려주는데, 스토리의 존재가 무슨 의미겠는가. 나는 할란의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할란에게 악심을 품고 그를 죽이려고 하였고, 그 죽이는 방법이 마르타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영화 중반부는 탐정 브누아 블랑이 가족들과 마르타를 탐문하는데, 각각의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중간중간에 나오는 회상 장면의 주인공은 할란으로 같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점으로 가족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관객들에게 알려주고, 범인이 마르타가 아닐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영화는 마르타가 범인이 아니라고 하는 장치를 여러 개를 만들어놨다. 그러나 관객들은 영화의 첫 부분에서 마르타가 할란을 죽이는 것을 봤기에, 영화가 자신들을 속이고 있다고 계속 생각한다. 이 점이 영화의 영리한 부분이다. 마르타가 거짓말을 하면 토를 한다는 점, 인성을 알아보는 개가 마르타에게는 친근하게 다가오지만 랜섬에게는 물려는 듯이 달려오는 점. 이러한 복선과 영화의 장치는 점점 랜섬이 범인일 것이라고 스토리를 기운다.
어찌 보면 내가 바로 범인을 알 수 있을 만큼, 영화의 스토리는 너무 뻔하다. 먼저 범인을 보여주고, 다른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 결국 다른 사람이 범인이라는 이런 뻔한 스토리가 어디에 있나. 하지만 이 영화의 초점은 누가 범죄를 저질렀나에 맞춰지는 게 아닌, 어떻게 범죄를 저질렸고 왜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더 맞추어져 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여러 가지 단서들이 등장하며, 살인 사건의 실마리가 점점 풀려가며 왜 랜섬이 할란을 죽였는지, 동기를 보여준다. 이러한 전개는 이미 누가 할란을 죽였는지 아는 관객들을 점점 스토리와 캐릭터들에게 몰입하게 만든다.
영화 중간에 브누아 블랑은 진실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언급한다. 이 진실을 사용하는 방법은 "오리엔트 특급 살인"에서도 에르퀄 푸아로가 말하기도 한다. 그 영화에서도 에르퀄 루아로는 누가 살인을 저질렸는지 밝혀냈지만, 그는 그 살인자들의 동기를 고려해 결국 살인자를 신고하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도 진실의 사용은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사실 브누아 블랑은 마르타가 거짓말을 하면 토를 한다는 사실을 듣고서 바로 '누가 할란을 죽였습니까?'라는 단도직입적인 질문으로 범인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전에 그는 마르타가 살인에 연관돼있음을 알았기도 하였고. 이러한 스토리 구성과 캐릭터 발전은 진실에 관한 우리들의 삶에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져준다.
"나이브스 아웃"은 참으로 신선한 영화이다. 미스터리 영화를 표방하며, 누가 죽였는지가 중요하지가 않고, 왜 어떻게 죽였는지에 더 초점을 맞추며 영화를 진행시킨다. 캐릭터들의 서사와 성장도 스토리에 맞추어서 진행돼서 개연성도 좋았고 딱히 눈에 띄는 이상한 부분은 없었다. 또 그런 부분은 좋은 배우들의 연기력이 뒷받침해주기도 하였다. 이 영화는 미스터리가 고팠던 나에게는 좋은 영화이다.
"나이브스 아웃"에 대해 더 깊게 알고 싶다면 이 영화를 번역하신 황석희 번역가님의 글을 읽어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영화의 디테일에 대해 잘 설명해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