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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학자 Jul 06. 2023

ADHD의 미성숙함

성숙한 ADHD 만들기

내가 운영하는 연구소에는 ADHD 여부를 확인하고자 하는 부모님들의 의뢰가 많은 편이다. 이 지역에서 오래된 곳이기도 하고 꽤 큰 규모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1시간 꽉 채워 목이 쉴 정도로 상담을 하는 내 탓이기도 한 듯하다.


상담 장면에서 서두에 꼭 붙이는 말이 있다. 본 연구소는 진단을 하고자 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 ADHD를 진단할 수 있는 검사가 진행되고 그 결과를 쥐고 시작하는 상담사의 말이 꽤 아이러니이다.


이유는 이러하다.


ADHD는 질병인가?


ADHD라는 진단용어의 인기(?)와 별개로, 나는 ADHD가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입장이다.

ADHD는 아이를, 부모를, 그리고 성인이라면 본인을 불편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ADHD의 특성으로 인해 개인의 삶이 불편할 수 있는 영역은 어떤 범위인지, 그럼에도 장점으로 가지고 가야 할 특성은 무엇인지, ADHD 자녀를 둔 부모님의 입장에서 아이를 대하는 자세는 어때야 하는지 많은 것을 자세히 설명드리고자 함이 우리 심리연구소에서 진행하는 검사와 상담의 주목적이다.


ADHD 중간평가


이렇다 보니, ADHD로 약물치료를 몇 년간 진행하던 아이들도 중간 평가를 위해 의뢰가 꽤 들어온다.


이 중 여럿은 많이 호전되어 병원에서의 지시대로 약물을 줄여가 봐도 될 것 같다고 말씀드리는 기분 좋은 마무리가 되기도 하고, 이 중 일부는 5년 이상의 약물 복용에도 막상 아이가 사춘기를 맞이하자 부모님이 너무 힘들어하시며 의뢰가 되어 안타까운 결과를 보이기도 한다. 사춘기의 청소년은 전두엽 기능이 안정적이지 않아 함부로 단약을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약물 처방이 이루어진 병원과 논의가 최우선은 상황이지만, 약물처방과 별개로 아이의 사춘기와 싸우는 부모님은 너무 힘들 수밖에 없다.



ADHD 케이스


최근 후자의 케이스로 왔던 친구는, ADHD와 함께 미성숙한 태도가 큰 문제로 드러났다. 사춘기만 탓하기에는 최초 ADHD진단 사항의 검사결과지를 추가로 요청드려 검토하니 또래와의 소통의 오해, 미성숙하고 자기중심적인 태도 등이 언급되어 있었다. 약물처방과 함께 적극적인 사회성 치료가 이루어졌어야 하는데, 이미 사춘기가 된 학생에게는 너무 아쉬운 결과였다.


결국 우리 연구소에서 단약을 원하셨던 어머님께 ADHD 관련 약물 유지를 부탁드리고, 대신 추가적인 훈련과 상담을 병행하는 것으로 진행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언어인지를 중점적으로 치료 포커스를 두고 진행한 결과, 사회성 발달과 부모와의 소통 개선이 이루어져 아이의 자존감이 회복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꿈이 있는 사람


아직도 본 연구소에 꼬박꼬박 오는 이 친구에게 내가 욕심내는 이차적 목표는, 꿈을 좇는 아이로 만드는 것. 미성숙한 아이들의 특징이, 꿈이 허황되거나 없거나 인데.. 이 친구는 자였다. 이 친구에게 꿈을 꿈꿀 수 있는 장점을 찾아내고 노력해 볼 발판을 깔아내는 것. 이게 이 친구의 미래를 위해 어른들이 도와줄 수 있는 마지막 단계일 것이다. 여기까지 도와주고 나면, 다음은 본인의 몫이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얘기는 진부하지만,
기본 중에 기본이다.


나는 내가 그동안 걸어온 길이, 10년간 나의 인생을 바쳐 이끌어온 심리연구소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이런 과정과 결과들이 너무나도 소중한 스텝들이다.




미성숙한 ADHD를 성숙한 ADHD로 만드는 것.
소중하고 소중한 결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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