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l Observation 02
워노스를 분석할 때 얼굴을 중점으로 할 계획은 없었다. ‘이 부분을 중심으로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조차도 없었으니까. 그렇게 별생각 없이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눈에 띈 신체부위가 얼굴과 머리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여성의 움직임에서 두드러지게 활발한 표현을 하는 곳이 그곳이기도 했다. 내가 처음부터 관찰할 부위를 결정해놓고 봤다면 놓쳤을 수도 있는 사항이다. 이 또한 편견 없이 ‘그냥’ 보는 일반적 관찰 단계가 중요하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 되지 않을까 한다.
워노스의 머리는 상당히 불안정해 보였는데, 딱히 이렇다 할 움직임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거의 대부분 머리가 흔들거리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마치 자동차의 대시보드 위에 올려놓는, 목 대신에 스프링이 달려있는 장난감 같은 움직임이었다. 또한 왠지 모르게 여러 가지 감정이 얽기 설기 얽히고 꼬여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시종일관 부정적인 감정들로(예, 분노, 경멸, 혐오, 등)만 표출되는 듯했다. 그녀의 감정들이 한데 모여 마음의 심연 어딘가에 갇히고 막혀서 허우적대며 몸부림치는 듯했다. 분노와 슬픔과 같은 특정 감정을 표현할 때에는 활화산처럼 마구 분출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녀의 심연에 응축되어 있는 에너지 공에서 한 감정의 올챙이가 꼬리로 공을 꽉 움켜쥔 채 머리를 밖으로 쑤욱 내미는 듯했다. 슬픔의 표현(그림에서 파란색)에서는 그 올챙이가 슬그머니 그 속내를 드러냈다면 분노의 올챙이(그림에서 빨간색)는 마녀의 수정구슬 속에서 보랏빛 섬광을 번쩍이는 가시처럼 파지직거렸다.
다큐멘터리 속의 워노스는 굉장히 화가 났으면서도 동시에 슬픔에 잠겨있다는 느낌을 주었는데, 그 당시에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다큐멘터리가 끝날 때까지 계속 말을 바꿔서 보면서 혼란스러웠다. 무엇이 진실일까?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지만 당사자가 아니니 알리가 만무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당사자 본인도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망상인지 모르는 눈치였으니 알 길은 없으리라. 만약 그녀가 지금도 살아있다면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진실을 파헤치는 것은 내 목표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관두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머릿속을 스치듯 안녕하는 생각들도 잡아내기 위해, 그리고 둥둥 떠다니는 그림들을 정리하기 위해(어쨌든 글로 옮겨야 하니까) 클러스터링(Clustering; 일종의 마인드 맵이라고 할 수 있다)을 했다. 영어와 우리말뿐만 아니라 Motif 기호들도 여기저기 섞여있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혹시 클러스터링을 해보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꼭 해보길 추천한다. 생각을 정리하고 계획을 세우는 데에 이만한 것이 없다. 일종의 브레인스토밍 효과도 톡톡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일반적 관찰을 통해 대략적인 이미지와 계획을 잡고 나면 세부적으로 분석에 들어간다. 분석은 총 두 가지 구간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BESS(Body, Effort, Space, Shape) 분석으로 분석 대상의 전신을 총체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는 구간이고 나머지 하나는 Motif를 동반한 분석으로, 총체적인 분석 이후 두드러지는 특징들을 골라서 더 세세하게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그러려던 건 아니었는데 전신(Whole Body)에서 시작했던 나는 종착지가 얼굴이었다. 이 또한 흥미로운 과정이었다. BESS 분석은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