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이해하는 힘: 생체역학이란 무엇인가

by 춘이로다

필라테스 강사로서, 그리고 탭댄서로서 수업을 하다 보면 '왜 이 동작에서 이런 보상이 나올까?' '왜 저 회원은 항상 같은 부위만 아플까?' 같은 고민을 수도 없이 하게 된다. 그간 쌓여온 경험과 감각으로는 어느 정도 감이 오지만, 막상 설명하려고 하면 막히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나는 한 번에 동작이 되어버린 경우가 많은데(물론 안 되는건 미친듯이 안 된다), 정작 회원들이 왜 어려워하는지 설명하려고 하면 말문이 턱 막혀버리는 일이 종종 있다.


이미 내 또 다른 매거진인 [필라테스 강사의 해부학 노트] 시리즈를 읽은 독자들은 내가 온갖 부상이력으로 인해 살기 위해서 필라테스를 시작한 걸 알 것이다. 필라테스를 하며 확실히 교정과 정렬에 있어서 내 몸을 탐구하고 보완해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 반면에, 그다지 기별이 안 간다는 단점이 있었다(물론 할 때는 죽을 것 같지만). 그도 그럴 것이 유산소성 움직임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탭댄스를 15년 간 춰왔으니 심폐지구력 측면에서 다소 아쉬울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한편으로는 재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필라테스 하나만 고집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도하게 된 것이 미국 스포츠 의학회(American College of Sports Medicine; ACSM)의 퍼스널 트레이너 자격증이다(ACSM-PFT라고 부른다). ACSM-PFT 수업에서 만나게 된 것이 Kinesiology & Biomechanics(운동학과 생체역학)다. 참고로 첫 수업부터 이 녀석을 배우게 됐는데, 아니, 삼각함수니 벡터니 뉴턴이니 막 온갖 공식들의 퍼레이드가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눈을 반짝이시며 물리 설명을 하시는 체대 교수님이라니! 수포자인 내가 과연 이것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시작한 일 끝장을 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의 관종력을 한껏 끌어올려 시작한 것이 [필라테스 강사의 공부 노트] 시리즈이다.






생체역학은 말 그대로 생명체의 움직임을 물리학적으로 해석하는 학문이다. 생체역학은 운동학(Kinesiology)과 운동역학(Kinetics)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운동학은 힘과는 관계없는 거리/위치/속력/속도/가속도 등으로 분석하고, 운동역학은 힘 위주로 분석한다. 그러나 운동학에서 쓰는 용어를 가져와서 같이 쓰기도 한다.


운동과 해부학의 다리 역할을 해주는 이 학문은 단순히 '힘의 계산이 아니라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 '어떻게 해야 덜 다치고 더 잘 움직일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근거가 되는 새로운 언어처럼 느껴진다(아직 내게는 생체역학이 마치 암호 같다. 해독 프로그램이 절반쯤만 설치된 느낌이랄까). 여하튼 생체역학에서는 인체를 기계에 비유한다. 도르래/지레/축과 바퀴를 포함한 기계로, 뼈/근육/건/관절 등이 이 기계를 움직이는 구성 요소이다. 참고로 근육은 운동을 유발하는 생체학적 연료(ATP - 추후에 다룰 예정이다)를 이용한다.


이번 편에서는 생체역학의 출발선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기본 개념들을 먼저 정리해 본다.



<생체역학 용어 기본 정리>

1. 속력(Speed):
- 단위 시간당 이동한 '거리'를 의미하는 스칼라량(주어진 시간에 얼마만큼 거리의 변화가 있는가). 거리만 있고 위치는 없다.
- 공식: 속력 = 이동 거리/시간
- 예: 시속 60km - 이동 거리만 있고 방향은 없음

2. 속도(Velocity):
- 단위 시간당 '위치 변화'를 의미하는 벡터량. 즉, 위치 변화 벡터(변위의 변화율)
- 공식: 속도 = 변위/시간
- 예: 동쪽으로 시속 60km - 이동 거리와 방향 둘 다 포함

3. 벡터/벡터량(Vector):
- 크기 + 방향을 모두 가진 물리량
- '위치 변화 벡터(변위)'란 출발점에서 도착점까지의 직선 방향과 그 크기를 의미한다(방향과 크기를 가지는 '출발점->도착점'의 직선거리). 즉, '어디에서 어디까지를 연결하는 방향성과 거리만 본다.
- 꼬불꼬불 이어지는 산길의 벡터를 구한다고 했을 때, 그 꼬부랑 길을 직선으로 쭉 펴서 벡터값을 구할 필요 없이 그냥 그 길의 출발점과 도착점을 직선으로 연결해서 벡터값을 구하면 됨
- 예: 산책로를 따라 5km를 걸었지만, 출발점과 도착점을 직선으로 연결한 거리가 500m라면 위치 변화 벡터의 크기(=변위)는 500m이다.

4. 스칼라/스칼라량(Scalar):
- 크기만 있고 방향은 없는 물리량
- 예: 시간, 거리, 질량 등

5. 가속도(Acceleration):
- 단위 시간당 속도의 변화율(주어진 시간에 얼마만큼 속도 변화가 있었는가 - 얼마나 빨리 빨라지거나, 얼마나 빨리 느려지느냐)
- 방향을 포함하지만(벡터량이기 때문에), 거리 자체는 포함하지 않음(밑의 공식을 보면 거리 자체는 계산에 들어가지 않음). 즉, 속도의 크기뿐 아니라 방향이 바뀌는 것도 포함한다.
- 예 01: 자동차가 같은 속도(등속)로 원을 돌고 있을 때, 속도의 크기는 그대로지만 방향이 계속 바뀌니까 가속도는 있다고 본다(구심 가속도). 반면에 거리는 단순히 '얼마나 이동했는지'의 양이라 속도나 가속도와는 다른 개념이다.
- 예 02: 자동차가 출발할 때 양의 가속도(정지->속도 증가->가속됨), 자동차가 브레이크를 밟을 때 음의 가속도(=감속, 속도 감소->가속도의 방향이 반대)
- 속도 변화가 없으면 가속도 = 0
- 속도 증가 -> 양의 가속도
- 속도 감소 -> 음의 가속도
- 공식: 가속도 = 속도 변화/시간

6. 힘(Force):
- 물체에 작용하여 운동 상태를 변화시키는 벡터양
- 공식: F = m*a(질량*가속도)

7. 파워(Power):
- 단위 시간당 행해진 일(work)
- 공식: P = 일/시간 = 힘*속도

8. 일(Work)
- 물체에 힘을 가해 이동시킨 에너지
- 공식: 일 = 힘*거리

9. 회전(Rotation):
- 물체가 중심축을 기준으로 원운동 하는 것

10. 회전력/토크(Torque):
- 물체를 회전시키려는 경향을 나타내는 힘
- 공식: Torque = 힘*회전팔(모멘트 암)

11. 병진운동/선운동(Translational Motion):
- 물체 전체가 직선 또는 곡선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운동(예, 걷기)

12. 각운동(Rotational Motion)
- 물체가 중심축을 기준으로 회전하는 운동(예, 발레의 피루엣)

13. 거리(Distance):
- 총 이동한 경로의 길이(방향 없음, 스칼라량)

14. 위치(Position):
- 기준점으로부터의 특정 지점(벡터량)

15. 각거리(Angular Distace):
- 회전 중 이동한 전체 각도(스칼라량)
- '회전이 얼마나 일어났는가'만 보기 때문에 방향이 없는 스칼라량이다.
- 예: 회전한 총각도가 90도+90도 = 180도라고 했을 때, 시계 방향이든 반시계 방향이든 상관없이 각거리는 총 180도이다.

16. 각변위(Angular Displacement):
- 시작 위치와 끝 위치 사이의 방향성 있는 각도(벡터량)
- 예: 시계 방향 90도 vs. 반시계 방향 90도는 서로 반대 방향

17. 각속력(Angular Speed):
- 단위 시간당 회전한 각거리. 단위 시간당 각변위의 변화(스칼라량)
- 예: 초당 30도만 회전했는가(방향을 중요하지 않음)

18. 각속도(Angular Velocity):
- 단위 시간당 회전한 각변위의 변화(벡터량)
- 예: 초당 시계방향 30 vs. 반시계 방향 30도

19. 각가속도(Angular Accelertation):
- 단위 시간당 각속도의 변화율(벡터량)
- 각속도가 방향을 가지므로 그 변화량 역시 방향을 가진다(각속도 자체가 벡터량이다).
- 방향이 바뀌면 각가속도 벡터의 방향도 바뀜
- 예: 김연아가 점점 빠르게 회전한다 -> 양의 각가속도 / 회전을 멈추기 위해 브레이크를 건다 -> 음의 각가속도

20. 질량(Mass):
- 물체가 가진 물질의 양(중력이 없는 상태에서도 일정함

21. 지레(Lever):
- 회전축(받침점)을 기준으로 힘을 전달하는 막대 구조. 인체의 기본적인 움직임 시스템
- 1종 지레, 2종 지레, 3종 지레가 있음

22. 지렛목(Fulcrum):
- 지레에서 회전이 일어나는 고정 지점
- 예: 관절

23. 회전팔(Moment Arm):
- 회전 중심에서 힘이 작용하는 지점까지의 수직 거리. 회전팔이 길수록 적은 힘으로 큰 토크(회전력)를 만들 수 있고, 짧을수록 더 많은 힘이 필요하지만 빠르게 움직이기 유리
- 긴 회전팔: 작은 힘으로 큰 회전 유발. 같은 힘으로도 더 큰 토크를 생성하기 때문에 유리하지만 느림(예, 문 손잡이를 문 가장자리에 달아 문을 미는 경우 -> 손잡이가 축(경첩)에서 멀리 있어서 적은 힘으로도 회전이 잘 됨)
- 짧은 회전팔: 빠른 움직임은 가능하지만 큰 힘을 필요로 함(예, 문의 중심을 밀어서 여는 경우 -> 축에 가까워서 훨씬 더 큰 힘이 들어감)

24. 인체지레(Human Lever System):
- 인체가 관절을 지렛목으로 하여 근육의 힘과 저항을 전달하는 지레 구조

25. 힘점/작용점(Point of Force Application):
- 힘이 실제로 작용하는 지점
- 예, 근육 부착점

26. 저항점(Point of Resistance):
- 외부 저항이 작용하는 지점
- 예, 역기, 중력 등

27. 힘팔(Force Arm):
- 지렛목(축)과 힘점 사이의 거리

28. 저항팔(Resistance Arm):
- 지렛목(축)과 저항점 사이의 거리

29. 저항/저항력(Resistance):
- 움직임을 방해하거나 반대하는 외부 힘
- 예: 중력, 운동기구, 체중 등

30. 도르래(Pulley):
- 힘의 방향을 바꾸거나 크기를 조절하는 장치. 인체에서는 슬개골(Patella, 소위 말하는 도가니)을 예로 들 수 있다.

31. 작용/반작용(Action-Reaction):
- 뉴턴의 제 3 법칙. 모든 작용에는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반작용이 따른다.

32. 무게중심(Center of Gravity):
- 물체의 무게가 집중된 점. 인체는 골반 앞쪽 S2부근에 위치

33. 무게중심선(Line of Gravity):
- 무게중심에서 지면으로 수직으로 내려간 선. 균형과 안정성에 있어서 중요한 요








생체역학이 지금은 복잡하고 낯설 수 있지만(언젠간 암호 해독 프로그램이 제대로 설치되길!), 운동 지도자로서 현장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현상을 설명해 내기 위한 도구이자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한 새로운 언어라고 생각하면 훨씬 재미있게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바라본다.


다음 글에서는 생체역학의 기초가 되는 '뉴턴의 세 가지 운동 법칙'을 정리하려 한다. 모든 힘과 움직임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들이자, 앞으로 다룰 '지레'나 '토크'와 같은 개념들의 뼈대를 이뤄주는 법칙들이기 때문에 꼭 다루고 넘어가고 싶다.



그러니 이제 물리학의 고전을 슬쩍 거들떠보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