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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배 Aug 02. 2020

꾸준한 독서와 습관이 나를 성장시켰다.


중학교 교사로 발령을 받고 첫 담임을 맡게 됐다. 3월 중순 학부모 총회가 끝나고 우리 반 부모님들이 교실로 모였다. 담임으로서 준비한 자료들을 배부하고 교탁 앞에서 1년간 학급 운영방안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30여 명의 부모님 눈동자가 일시에 나를 바라보자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면서 갑자기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워지기 시작한 열기가 얼굴을 화끈거리게 했다. 벌겋게 달아오른 상태에서 내가 준비한 내용은 모두 알려드렸다. 첫 담임을 하고 마주한 학부모님들 앞에서 얼굴 붉히며 수줍은 많은 교사의 모습을 보여줬다.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나 회의할 때 또는 강의할 때 나도 모르게 얼굴에 홍조가 나타날 때가 많다. 어려서부터 남들 앞에 서서 얘기하는 것을 부끄러 했던 나는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얼굴 홍조 현상에 창피해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될 수 있으면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항상 조용했던 집안 분위기가 나를 소극적이고 발표력이 부족한 아이로 성장하게 한 요인일 것이다. 대화를 할 때도 상대방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이야기할 때도 많다. 교사들끼리 모임이나 연수받을 때 모둠활동에서도 내 발표 때는 떨리고 또 얼굴이 붉어지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나 스스로 마음을 진정하고 용기를 갖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내 생각을 말하면서 상대방이 내 말을 비판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더더욱 나를 위축시키고 얼굴을 붉게 만들었고 내 말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자존감도 낮아졌다.     


2012년 겨울.

진로진학상담교사 부전공 연수를 받으면서 나는 변하고 싶어 졌다. 600여 시간 연수를 받으면서 ‘꿈’, ‘자존감’, ‘열정’, ‘습관’ 등의 진로교사가 되기 위한 연수 프로그램들이 나 자신을 생각하게 하고 내 삶을 다시 설계하게 했다.


‘이대로는 살 수 없다.’

‘내 삶은 나 스스로 개척해 나간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평소 대화 속에서 얼굴이 붉어진 것은 자존감과 자신감이 낮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존감과 자신감을 얻는 방법으로 독서와 글쓰기를 선택했다. 독서와 글쓰기 방법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관련 도서들을 구매해서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면 앞 페이지가 기억에 남지 않았고, 10분 이상 읽으면 졸리기 시작했다. 독서 방법 책 속에서 알려주는 방법들이 나에게는 맞지 않았다. 나는 다시 고민에 빠지면서 나만의 독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의 하루 중에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정했다. 아침잠이 없는 나는 4시 30분부터 6시 30분 까지를 나만의 시간으로 정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따뜻한 녹차 한잔을 준비해서 서재 책상 앞에 앉는다. 읽을 책, 형광펜, 만년필, 노트, 노트북 등의 준비를 하고 책을 꺼내 읽기 시작한다. 책을 읽으면서 중요한 글이나 가슴에 와 닿는 문구는 형광펜으로 표시한다. 30분 정도 책을 읽고 형광펜으로 표시한 글들을 노트에 옮겨 적는다. 노트에 정리할 때는 도서명과 페이지를 표시해 둔다. 노트에 옮겨 적으면서 읽은 내용을 다시 한번 음미하게 한다. 나는 옮겨 적은 글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글을 작성할 주제를 선정한다. 선정된 주제를 가지고 블로그에 내 생각을 1000자 정도 작성한다. 진로교육과 관련된 글들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온라인 상에서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고 내 존재감을 찾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책을 읽고 필사하고 블로그에 내 생각을 옮기는 과정에서 집중력과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말할 거리를 얻게 됐다. 체계적으로 내 생각을 말하고 발표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빈번하게 발생한 불안과 얼굴 홍조 현상은 점점 사라져 갔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신경 쓰고 불안해했던 필자는 자존감이 높아지고 진로교사로서의 경험을 책으로 출판하게 된다. 2019년 8월 드디어 <청소년을 위한 진로 멘토링 38>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다. 아침마다 독서와 글쓰기 습관들이 책을 출판하게 되고 학교 수업뿐만 아니라 외부로 강의를 다니게 되면서 불안했던 마음들은 점점 사라져 갔다. 항상 의기소침했던 본인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할 수 있고 강의도 하면서 나를 알리며 나 답게 만들어준 것은 꾸준한 독서와 긍정적인 마음에서 나온 것 같다.      


50 평생 살아오면서 주변 사람들의 반응들을 신경 쓰며 살아왔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발표도 제대로 못했던 내가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서 진정으로 내가 잘할 수 있는 길을 찾게 된 것이다. 매일 아침 차곡차곡 쌓인 지식과 긍정적인 감정들이 얼굴에 나타난 홍조를 치유해줬다.


                                                    2020. 08. 02


                                         장충중학교 진로교사 김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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