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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k Mar 28. 2021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그가 나는 싫은 이유

회사 안에서는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불편한 사람은 다른 사람도 대개 불편함을 느낀다. 하지만 회사 밖에서는 다르다. 이는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상대가 회사 안에서 어떤 모습인지 모르고 만나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동 관심사로 모인 커뮤니티나 가까운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경우는 처음부터 긍정적인 시선을 갖고 만난다. 인간관계를 제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플러스부터 시작하는 것이 회사 밖 네트워크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불편해지는 일들이 생겨났다. 회사 밖에서 남들이 좋다고 해서 만난 사람의 실제 회사 모습을 알게 되면서 점차 멀리하게 된 일들이 종종 생긴 것이다. 이런 경우는 대개 그를 좋다고 말하는 지인들에게 알리지도 못하고 나 홀로 그와 서먹한 관계가 되어간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그가 나는 왜 싫은 걸까? 




A=B, B=C 이면 A=C?


"마크, 이쪽은 xx회사 다니는 oo에요. 이번 달부터 우리 모임에 나오기로 했어요."

"반갑습니다. 마크입니다."


"마크, 다음에 만날 때 지인 데리고 나가도 될까? 정말 괜찮은 친구인데 마크 만난다고 하니 자기도 꼭 데려가 달라고 해서."

"어, 나야 좋지, 어떤 사람인데?"


회사 밖에서는 대개 이런 식으로 사람을 만난다. 재미있는 것은 가까운 친구나 비슷한 관심사로 모인 커뮤니티로부터 소개받은 사람들 중에 상당수는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편안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처럼, 아무래도 공통분모가 많은 사람들끼리는 통하는 것이 확실히 있다. 회사와는 달리 경쟁할 필요 없고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하기 쉽다 보니 회사 밖에서 만난 사람들과 오랫동안 가깝게 지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수학공식처럼 A와 B와 같고, B와 C가 같으면, A와 C도 같은 논리와 일맥상통하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결이 같은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넓혀 가다 보면 서로 아는 사람들이 겹치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좁은 땅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다 보니 두 세 사람만 건너도 아는 이들이 생기더라. 얼마 전 모 회사 대표와 식사 때 나눴던 대화이다.


"대표님, 예전에 핀테크 회사에 지인 추천으로 지원했는데 잘 안됐어요. 거기 대표와도 꽤 오래 얘기했는데 본인이 그리고 있는 그림은 확실하더라고요."

"어? 마크, 거기 제 지인이 재무 담당자로 있어요!"

"설마, 저를 추천한 지인이 거기 CFO에요. xxx이라고."

"xxx 맞아요. 오래전부터 알던 후배인데."

"와, 또 이렇게 겹치네요."


워낙 소탈한 성격에 할 말은 하는 성격인 xxx에 대한 평가는 서로 비슷했다. 물론 이렇게 겹치는 경우에 양쪽으로부터 항상 비슷한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그 사람이 회사에서 실무를 하는 모습을 아는지 여부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곤 한다. 


회사 일로 엮이면 장점과 단점이 드러난다


'제인'(가명)은 나와 같은 커뮤니티 모임 멤버였다. 자기 분야에서 짧지 않은 경력을 쌓은 차분한 성격의 그녀는 종종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런데 문제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발생했다. 내 지인 중 한 명이 그녀의 직장에 들어간 것이다. 같은 팀은 아니었지만 프로젝트가 겹쳐 두 사람이 종종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됐다. 지인이 말하는 회사 안에서 제인의 모습은 회사 밖에서 내가 아는 것과 큰 차이가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솔직하지 않았다. 그녀가 프로젝트에서 맡은 주요 역할은 부서 간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었데, 때로는 특정 부서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른 부서 주니어들에게 '착한 거짓말'을 하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그렇게 강요해서 이슈가 발생했을 때 정작 본인이 책임질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회사 밖과 달리 안에서는 전형적인 꼰대 스타일이었다. 


이후로 제인을 대하는 것이 전과 같지 않았다.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평소처럼 그녀와 친밀하게 얘기 나눴지만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그렇다고 내가 알게 된 것이 제인의 모든 모습은 또 아니기에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이야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처럼 회사에서 이슈를 일으키는 사람의 경우, 언제든지 주위에 알려져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기가 쉽다. 특히 연차가 높을수록 본인의 평판이 생각보다 빨리 퍼져간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제는 회사에서 좋은 평판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를 내는 사람들이 회사 밖에서도 인정받는 시대이다. 최근 본인의 커리어에서도 성공을 이룬 기업의 임원들이 SNS 등을 통해서 다양한 소통을 하고 커뮤니티에서도 활약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이들은 회사 안에서의 모습이 검증되었기에 회사 밖에서 더 환영을 받는 것이 아닐까 싶다.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회사 안에서의 나'와 '회사 밖에서의 나'를 비교하면 나 역시 자유롭지 않다. 확실히 '회사 밖에서의 나'가 더 매력적이고 환영받는다. 회사 안에서는 아무래도 임원으로서 회사 입장을 어느 정도 대변해야 한다. 직원들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줄 수 없고, 거기에 더해 직원들을 평가하는 입장이다 보니 '회사 안에서의 나'는 모두에게 사랑받기 힘들다. 하지만 '회사 밖에서의 나'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이 내 경험과 지식을 내 주위의 모든 이들에게 전달하려고 하다 보니 모두에게서 환영받는다. 


또한 나의 단점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회사 직원들이 회사 밖 사람들보다 잘 알고 있다. 외국계 기업 시절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나와 결이 잘 맞는 사람들 위주로 커뮤니케이션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회사 동료 한 명을 내가 활동하는 커뮤니티에 데려왔는데, 그가 회사 밖에서의 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회사 안에서의 모습과 달리 회사 밖에서는 누구와도 편하게 의견을 먼저 말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보기 좋았다는 이유였다.


확실한 건 회사 밖에서의 나를 구성하는 것의 팔 할은 회사 안에서의 나라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회사 밖에서 활약하기 위해서는 회사 밖을 신경 쓰기 전에 회사 안에서의 나를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반대로 '회사 밖에서의 나' 위주로 신경을 쓰는 것은 마치 신분 세탁하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대중 앞에 서면 비로소 객관적으로 보인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그가 나는 싫을 때, 그 사람이 대중 앞에서 서게 되면 비로소 객관적으로 보인다. '케인'(가명)을 처음 알게 된 건 내가 활동하는 커뮤니티 중 한 곳에서 그를 큰 행사 발표자로 섭외했을 때였다. 그는 여러 회사에서 임원을 거치며 이름이 알려진 터였다. 아쉽게도 일정이 겹쳐 그의 발표를 직접 듣진 못했다. 그런데 마침 회사 내에 그를 아는 임원이 있었다. 지인이 말하는 케인은 늘 자기 몫을 먼저 챙기는 사람이었다. 팀의 결과물을 자신의 것으로 잘 포장해서 회사를 옮겨가며 승진하고 있다고 했다.


커뮤니티에서 소개받을 때 들은 얘기와는 사뭇 다른 내용이었지만 크게 귀담아듣진 않았다. 그런데 커뮤니티 행사에 참석한 멤버들에게 케인의 발표가 어땠는지 물었는데 반응이 이상했다. 모든 발표가 좋았는데, 케인의 발표만 아쉬움이 컸다고 했다. 참석한 사람들은 한 가지라도 배워가고자 왔는데 본인 자랑만 하다 내려갔다고 했다. 자신의 성공 비결은 대부분 자신의 탁월함으로 설명했고, 위기관리는 대부분 돈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행사 끝나고 앞에 서 있을 테니 와서 명함 한 장씩 주고 가라고 했단다. 그렇게 그는 대중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말았다. 


그렇다고 케인이 나쁜 사람이란 뜻은 절대 아니다. 이후로도 케인을 좋아하는 이들을 만나는데 그들이 케인을 좋아하는 이유도 분명히 있었다.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그렇다. 완벽하게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없다. 케인도 누군가에겐 너무도 좋은 사람일 것이다. 단지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그가 나는 싫을 뿐이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그가 싫다고 해서 결코 이상하지 않다. 회사 밖에서 부족한 정보를 가지고 누구를 제대로 아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그래도 누군가를 싫어하는 마음으로 인해 자신에게서 문제를 찾을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마음을 공유하자. 그러기에도 우리의 시간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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