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브런치 구독자 1,700분은 대부분 <슬기로운 직장 생활>에서 발행하는 글을 보고 구독 신청한 분들이다. 그동안 직장 생활에 관한 글을 쓰며 고민했던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지금보다 길이는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글을 쓰고 싶은 바람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방법을 찾았다. 내 인생의 첫 글쓰기 대상이었던 피너츠(Peanuts) 만화 주인공 스누피(Snoopy)와 직장 생활을 엮어 보기로 한 것이다.
대학 시절 싸이월드(Cyworld)에 페이퍼(Paper)라는 공간이 있었다. 누구나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글을 발생할 수 있었다. 정체성 혼란을 겪으며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서비스가 종료되긴 했지만 어느 정도 마니아층이 생겼던 공간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스누피 페이퍼를 발행했다. 어린이 만화가 아닌 어른이 만화였던 피너츠 만화를 번역하고 그 안에 담긴 철학적인 내용을 담백하게 풀어냈다. 약 100명의 구독자가 있었고 약 100편의 글을 썼다. 100명의 구독자 모두 스누피 마니아였으니 혹시 이 글을 읽는다면 '스누피지기'라는 별칭을 썼던 나를 기억해줄지도 모르겠다.
<스누피는 직장 생활 잘했을까> 매거진을 시작하면서 약속할 수 있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읽기 편한 짧은 글을 자주 발행할 것이라는 약속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가운데도 생각할 거리 하나씩은 담아낼 것이라는 약속이다. 스누피와 그 친구들이 갖고 있는 인생철학을 직장 생활에 적용했을 때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